그렇습니다. 또 2011년 한 해 끝이 찾아옵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때쯤, 아직 2달이 채 남지 않을 겁니다. 그리곤
어디 구석엔가 놓여 있던 <오늘>을 다시 펼쳐 읽을 때쯤, 곧 12월 31일이겠지요. 이별의 낌새를 알아챌 때쯤, 항상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내 몸에 시간의 흉터만 남기고 훌쩍 결별을 고합니다. 그래요. 그럼에도 오늘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음은, 점차로 갉아 먹힌 육체의 어두움을 기회로 삼으면 불현듯 내 주변의 빛난 풍경이 눈에 가득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운이 좋게도 전기가 꺼진 채 달리는 강릉발 영동선 상행 기차는 환상적인 5분간의 시간을 선물처럼 내게 던져주었
습니다. 꺼져버린 내 몸의 아픔을 열차 밖 흘러가는 아름다운 그림이 밝혀주는 듯했지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지는 해가 아름다울 줄을 차마 내 몸은 몰랐던 것입니다. 비로소 내 몸의 어두움을 순조로이 받아들일 수 있었지요.
새로운 기자를 뽑았습니다. 당신에게도 그러듯 내게도 좋은 일입니다. <오늘>을 잘 이해하고 있는 객원기자 출신 원유진 씨가 앞으로 <오늘>과 함께합니다. 그녀의 활약을 기대해주십시오. 새로운 식구를 맞는 기쁨도 있지만, 내 마음엔 아쉬움도 크다는 것을 알아 주십시오. 지난 4년 정도 <오늘>의 기자였던 정미희 기자 이번 호를 끝으로 더 이상 당신을 만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헤어짐에 약한 나로서는 사람 들고 나는 것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번 호 특집은“ 오늘, 깨어 있음”입니다. 당신도 그렇듯, 나도 그렇습니다. 똑같아 보이는 시와 공에서 별다른 감흥도, 징후도 감지하지 못한 채 하루란 시간을 맞아 흘려보냅니다. 특집의 출발은 이 지점입니다. 이번 만큼은 그대로 보내지 않으리라.
나는 특집 기사를 읽으며 참 좋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30년을 한결 같이 덕구로 분해 없어야 할 빈방을 있다고 말한 박재련 님은 매해 똑같은 역을 연기하지만 늘 깨어 있을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주었습니다. 소산 박대성 화백을 만나기 위해 경주까지 찾아갔습니다. 독학으로 세계적 화가에 다다른 그는 날마다 새롭게 깨어 하루의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로 흠미감을 던져줍니다. 워낙 대가이기에 인터뷰어의 어체를 그대로 살려 현장성을 살렸습니다. 그 외에도 김기석 님, 콜라주 작가 275c, 영성일기 등은 당신에게 다가올 똑같은 한 해의 끝을 밝혀 줄 것입니다. 이호은 씨가 소개한 두 권의 책도 읽어 보십시오. 쉽게 판단하지 마십시오. 나도 읽어 보고 권하는 것입니다. 체와 척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입니다.
끝을 맞이하는 당신의 마음을 두드리는 헛헛함의 신호를 그냥 넘기지 마십시오.
윤지혜, 박윤지 두 분은 객원기자로 <오늘>과 함께 합니다. 재미 있는 글들을 써주실 것입니다.
올 한해를 시작하며 또 다른 프레임에 담은 <오늘>이 올해 마지막 호를 준비중에는 약간 실증이 났습니다. 고정된 프레임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내년은 조금 더 다른 <오늘>을 그려보고 품어 봅니다. 내가 먼저 즐거워야 하니까요.
우리가 만날 날은 내년입니다. 시간의 재빠른 흐름에서도 당신의 깨어 있음을 함께 나누어 주십시오. 그곳이 어디든 말입니다. 많이 감사합니다. 참 고맙습니다. 

편집장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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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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