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먹고살기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반비

2007년에 우석훈과 박권일의 <88만원 세대>가 던진 파문은 엄청났다. 각계 각 세대의 공감과 반론을 불러일으키며 인구에 회자되어, 책을 읽은 사람이든 읽지 않은 사람이든,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반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88만원 세대>가 지적했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하이킥 3편 짧은 다리의 역습’에만 해도 88만원 세대의 전형이 등장한다.
이 시트콤에서 백진희는 취업준비생으로 고시원 생활을 하다 방세를 못내 쫓겨나 선배 집에서 더부살이를 한다. 이런 88만원 세대의 삶을 이표현의 창조주 우석훈이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었는지, 최근작에서는 그들을 위해‘ 먹고살기’의 문제를 다루었다. 그것도 <문화로 먹고살기>다. 확실히 문화, 정확히 말해 대중문화라는 분야는 젊다. 영화, 음악 등의 주 소비자층이 젊은이인 것은 물론이고 대중문화 산업을 만들어나가는 인력 역시도 젊다. 백진희도 방송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대중문화 산업은 젊은 산업 종사자를 제대로 먹여 살리지 못한다. 故 최고은 작가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제작부·연출부 막내로 영화를 만들고, 인디 밴드로 음악을 하며, 작가 데뷔를 목표로 습작을 하는 젊은이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얼마만큼의 이윤을 낼 것인가 혹은 국가경쟁력을 얼마나 제고할 것인가 등에 고정했던 문화산업의 시선을, 경제학자 우석훈은‘ 고생하는 젊은이들을‘ 먹여 살릴’ 문화산업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돌렸다. 구체적으로는 방송, 출판, 영화, 음악, 스포츠를 망라하는 문화산업의 현황과 노동조건과 환경을 따져본 후 공생 가능한 발전을 모색한다. 청년의 잉여력으로 문화를 살리고 그 문화로 청년을 먹여 살린다는 그의 기획을, 문화로 먹고사는 길을 걷고 있는 나 역시 무한 공감하고 지지한다. 짜장면을 10초 안에 먹지 않고도 즐겁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삶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우석훈과 함께 전망해 보자.

사랑이 이긴다
랍 벨 지음 양혜원 옮김|포이에마

믿지 않는 한 친구가 예수님의 재림 혹은 종말에 대해 했던 말,“ 기독교인은 그 날을 기다리지. 모든 불신자가 지옥으로 떨어지든 말든 상관 않고 자기가 천국에 올라갈 그 날을 목이 빠져라 기다린단 말야.” 기독교인이 상관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다함께 천국 가려고 열심히 복음을 전하고 있는 거라는 게 나 자신이 만족하지 못한 채로 내놓은 궁색한 대답이었다. 꽤 긴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완벽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래도‘ 좋은 답’은 여기저기서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최근에 만난 <사랑이 이긴다>도 그 중 하나이지만, 유독 도드라지는 아주 좋은 답이다. 다른 책들이 읽고 이해한 후 다른 이들에게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줬다면, 이 책은 내가 알고 있던 것을 처음부터 되묻게 해 내 자신의 고정관념부터 벗게 한다. 신학적인 변증의 방식이 아니라, 성경에 기초하되 일상적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대화적 방식으로 문제 이전의‘ 단어들’을 파헤치기 때문이다. 주요 단어는 천국, 지옥, 예수, 복음, 믿음/믿지 않음 그리고 사랑이다.‘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설교자’라 불리는 랍 벨의 시적인 상상이 가득한 문체와 정말 시 같은 문단 구성 아래 따뜻하게 전개하는‘ 단어들’의 재해석을 읽어나가다 보면, 나와 이웃의 구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일단 나부터 읽고 선물하자. 주변에‘ 예수천국 불신지옥’교나‘ 개독’교를 믿는 이가 있다면, 혹은 그런 신앙인들 때문에 교회를 떠났거나 떠나려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ICON 
진중권 지음|씨네21북스

처음 <오늘>에서 책 소개를 시작했을 때‘ 어려운 개념어’를 최대한 적게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기독교인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면 되도록 일상적인 어휘를 쓰는 것이 좋겠고, 사실 나도 개념어는 어렵기 때문에 나 역시 그 방침을 따르려 노력했다.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번에 소개할 책은 바로 그‘ 어려운 개념어’를 가지고 노는 책이다. 파타피직스, 불신의 유예, 견유주의, 싱크레티즘, 앵프라맹스, 파르마콘, 논피니토……. 대체 무슨 뜻인가! 이렇게 어려운 걸 어떻게 가지고 노는가! 하지만 우리는 뜻 모르는 말들을 어릴 때부터 사용하며 자랐다. 예를 들어,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또 사랑은? 우리는 이런 말들을 모르지만 사용했으며, 그러면서 의미를 이해했으며, 다시 그것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말하고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만약 이 개념이 우리에게 없었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것과 사랑하는 대상, 혹은 그 감정을 인식할 수 있을까? 결국 이런 개념어는 우리의 시각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싱크레티즘이란 말은 문화·종교적으로 차이가 있는 집단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행동을 함께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딘가 야권대통합과도 비슷해 보인다. 그렇다면 그들의 통합은 싱크레티즘인가?“ 진정한 의미의 싱크레티즘은 공동의 대의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진중권의 설명을 참고해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개념은 이처럼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하는 사유의 컴퓨터 아이콘이다. 이 아이콘을 클릭하며 가지고 놀 사람은 진중권의 엄지손가락을 잡거나(응?) 이 책을 보자. 글 조익상 (@lit_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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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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