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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뉴스 따라잡기

미국 월가에서 시작한 1%의 탐욕에 맞서는 99%

미국 월가와 유럽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를 다룬 기사를 읽으며, 문득 한 케이블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떠올랐습니다.‘ 슈퍼스타’를 뽑는 사회에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69만 명’과‘ 2백만 명’ 앞서 말한 오디션 참가자가 2백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사람이 69만 명 정도니까, 수능 보러가는 사람보다 오디션 보는 사람이 3배 넘게 많은 겁니다. 수능 보는 사람과 오디션 참가자는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겠지요. 경쟁에서 1등을 하고 진짜 스타까지 된다면, 오디션 참가자에게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겁니다. 비록 탈락한다고 하더라도 오디션 과정에서 자신의 감춰진 꿈과 끼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긍정적인 일이겠고요. 하지만 어쩌면 그 가운데 대부분의 청춘들은 결코 이루지 못할‘ 대박의 환상’을 좇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작 성장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놓쳐버릴 가능성도 있고요.

 

‘거액 연봉 CEO’와‘ 귀족노조 구조조정’ 지난해 미국
에서는 CEO가 말단 근로자보다 4백 배 가량 많은 임금을 받는 게 평균적인 일이었다고 합니다. 수백억 연봉을 받는 CEO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기사를 본 적 있으실 겁니다. 이를 두고 우리 사회에도 능력 우대 문화가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해주는 이야기들이니까요. 이와 동시에 직원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공기업이나 대기업이 여론의 화살을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바‘ 귀족 노동조합’이라 욕하며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그럴 돈 아껴 능력있는 사람들에게 몰아주라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원래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거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나와 내 가족이 언젠가 CEO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귀족노조’에 속해 있다면 구조조정의 대상일 가능성도 많다는 겁니다. 사촌이 땅사는 것에 배 아파 하다가, 아예 사돈의 팔촌 다 뒤져도 땅 살 능력 있는 친인척 한명 없는 거지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스티브잡스 키우는‘ 자본’의 양면성 한때는‘ 금융 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얘기가 유행이었지요. 금융 산업의 필요성과 장점이 크다는 건 명백합니다. 단순히 실물경제를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역할을 넘어,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창출하고 아예 실물경제를 재창조하기까지 하니까요. 눈에는 보이지 않았을 청년 스티브잡스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금융 산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애플 신화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동시에 금융 산업은, 자본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면 인정사정 안 봐주는 무서운 얼굴도 가지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윤리마저 잃어버린 자본은, 대개 한발 늦기 마련인 법의 감시를 피해 자신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실물경제까지 갉아먹어 버릴 수도 있지요. 그렇게 된다면 금융 산업과 실물경제 모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슈퍼스타 인정하되 낙오자도 챙겨야 ‘꾼’들의 정치적 행동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미국 월가 시위 현장에는 태어나서 처음‘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슈퍼스타만 바라봤지 무대 뒤의 초라함은 보지 못했던, CEO만 꿈꿨지 비정규직은 외면했던, 금융 산업만 알았지 투기 자본은 몰랐던 서양의‘ 보통 사람들’이 어쩌면 세상 모든 현상에 깃든 양면성을 처음 발견하고 좌절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척 하고 있으면 미국과 유럽의 움직임은 우리를 그냥 스쳐지나갈까요? 분명한 것은‘ 슈퍼스타’가 남 얘기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이치를, 우리 젊은이들도 머지않아 깨닫게 될 거란 사실입니다.

조현용|커다란 머리만큼이나 세상의 아픔을 돌아보고 알리고 싶은 MBC 기자. 사실 부지런하기보다는 게으르고 한곳에 머무르기보다는 여러나라를 개 마냥 싸돌아다니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고, 화려한 밥상보다 오직 맛있는 연유가 들어간 모카빵을 좋아하는, 크리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