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싸움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짚어낼 수는 없지만, 아직 장년층에 속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어른들의 싸움 앞에서는 ‘아이’에 가깝습니다. 교회 어르신들의 반목은, 청년들에게도 상처가 되기 때문입니다.

면역이 될 수 없는 상처, 편 가르기
모든 스트레스를 뒷말로 푸는 법을 터득했던 초등학교 시절, 내 짝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나 또한 내 짝의 입속에서 잘근잘근 씹혀야 한다는 걸 깨달은 날이 있었죠. 조심해야겠다, 생각했을 땐 이미 늦었습니다. 같은 반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욕을 들을 때 저는 하늘이 무너진 것만 같았습니다. 하루,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말입니다.
예방주사였을까요? 그 이후로 저는 웬만한 험담에는 상처입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요. 한 집사님께 기도를 방해하는 연주를 하고 있다며 그게 다 제게 성령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을 때도, 펑펑 울면서 따지긴 했지만 그분의 신앙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고, 어느 교회 목사님이 오르간 반주자와 사이좋게 모텔에서 나오다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옳은 일은 아니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런 제게도 시련은 찾아왔습니다. 그 당시 반주로 섬기고 있던 교회의 담임목사님께서 교회를 떠난 사건이었습니다. 많은 이유가 있었지요. 개척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부흥을 이루지 못해서, 설교가 너무진중해서, 사모가 없어서 등등. 그러나 제가 사람들에게 실망했던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편 가르기였지요. 집에 가려고 얻어 탄 차 안에서 한 분이 제게 물어보셨거든요.“ 넌, 목사님을 어떻게 생각하니, 좋아?”
저의 좋고 싫음이 담임목사 자리를 좌우지 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그분은 궁금하셨던 겁니다. 너는 어느 편에 설 거니, 하고.

상처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이런 집단적 반목에 대해 청년들은 어떻게 대처할까요. 아이가 부모의 싸움 앞에서 상처를 입게 되는 건, 싸움에 개입하여 해결할 수 없다는 무능함에 대한 자각과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폭력을 공포로 마주해야 하기 때문일 테지요.
청년도 마찬가지입니다. 싸움에 뛰어들려면 두 세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것은 싸우자고 달려드는 것이지 문제 해결은 아니지요. 그렇다고 청년들이 한 뜻을 품고 모일 만큼의 힘이나 시간이 있기라도 한가요? 청년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할 때쯤엔 이미 사건이 커질 대로 커진 상태인데다가, 이미 틀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틀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청년들은 그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가슴 아파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부싸움에 자녀가 참여하여 중재할 수 없는 것과 같지요. 싸움이 끝나는 때를 기다려야만 합니다. 남는 건 상처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그 당시 저는, 교회 어른들을 원망했고 싫어했습니다. 새로 오신 목사님께도 친절하지 못했지요. 이에 더하여, 제 개인적인 일도 생겨났습니다. 사람들을 보기가 싫었지요, 전쟁이 지나간 자리처럼 삭막해진 교회를 보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전 그 곳을 떠났습니다. 비겁했죠, 도망쳤으니까요. 몇 년 후 그곳에 돌아갔을 때 저는 시간이 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조금 달라졌지요. 새로 오신 목사님과 함께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이 교회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교인들은 점심을 나누고, 차를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싸움에 참여했던 사람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흉터가 남을 수는 있겠지요, 상처를 입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테고요. 하지만 상처를 입었고, 노력의 시간이 상처를 아물게 했습니다. 그때 제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같은 상처를 안은 채로 삶을 지속해나갔다면, 교회와 저는 또 어떻게 달라져 있었을까요?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저는 제게 도망치지 말고 그 시간을 견뎌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상처는 나 혼자 입은 게 아니었거든요. 같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손을 잡아주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글 원유진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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