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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01-02 문화, 잔치를 벌이다

문화, 잔치를 벌이다 1│2012년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한 해!


해를 마무리 하며 다가오는 새해 계획을 세울 때, 우리는 보통 고치지 못한 습관이나 이루지 못한 목표를 떠올린다. 다이어트, 승진, 저축, 금연, 영어공부 같은 것들. 습관은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약속과 같아서 한 번 익숙해지면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하나 보다. 그래서 보통의 연말이 그렇고 누구나의 새해가 그렇듯이 우리는 작년과 비슷한 새해 다짐을 반복한다.
2012년은 고치지 못한 습관을 후회하기보다 내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새로운 습관을 하나들이면 어떨까? 그동안 연차를 반납하고 야근을 해가며 승진을 하거나 독하게 마음먹고 살을 빼는 것이 한 해의 목표였던 나에게 예술의 힘을 빌린다면 조금 다른 1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관심이 없거나 전혀 모르는 것에 첫 발을 디디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식사 후에는 항상 커피를 마시던 습관이 있는 사람은 하루에 두, 세잔씩 커피를 마시면서도 다른 마실거리는 떠올리지 않는다. 집에서나 회사에서도, 카페에 가도, 고깃집 자판기에서도 오직 커피. 나 역시 커피를 마셔야 하루가 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 드는 사람 중 하나로 전 날 몇 잔이고 마셨으면서도 다음날이면 또 커피를 찾는다. 습관에서 비롯된 일종의 중독과도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른 홍차전문점에서 맛본 생소한 홍차 한 잔을 계기로 이제 나는 커피 외에 다른 선택사항이 하나 더 생겼다. 이전의 내가 얼마나 익숙한 것들에 둘러싸여 살았는지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그 작은 찻잔 하나를 시작으로 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굉장한 다독가가 아니고서야 선호하는 분야가 있다. 에세이나 경제서적 혹은 문학, 문학에서도 국내파와 국외파. 음악도 마찬가지다. 가요를 줄줄이 꿰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TV에 나오는 유행가는 하나도 모르지만 클래식 명반에 대해 얘기할 때 눈이 반짝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미술도 그렇다. 핫한 갤러리들을 다니며 현대미술 시장의 흐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과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주로 다니며 고미술품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내 경우에도 주 관심사인 미술에 대해서만큼은 장르에 상관없이 즐기는 편이지만 음악에는 영 문외한이다. 가끔씩 큰 마음먹고 예매하는 연말 음악회에서나 라이브로 음악을 들을 뿐 평소에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인기곡에 의존하고 있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가수나 작곡가도 잘 몰라서 취향이랄 것도 딱히 없는 상황. 그래서 올 해 나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 습관을 들여 볼까 한다. 클래식이라고는 베토벤이며 바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작곡가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이왕에 새로운 습관을 들인다면 무관심하고 부족한 것에서 출발하는 게 좋지 않을까.

관심을 품고 주변에 물어보니 의외로 클래식을 종종 듣거나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하는 지인이 많았다, 다들 시작하지 못하고 있을 뿐.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니 원데이클래스 형식으로 클래식과 외국 민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다행히 기초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무난히 들을 수 있는 수업이라 클래식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살짝 발을 들여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멘델스존의 교향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이렇게 귀 기울여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관심 밖이었던 클래식 음악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앉아서 두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음악 살롱 밖의 세상이 달리 보였다. 이제는 음원사이트에서 클래식 장르를 클릭하고 포레와 바하의 CD를 사기 위해 레코드 가게에 가게 되는 것이다. 이제 막 새로운 습관을 지니게 되었을 뿐인데 이전에 나였다면 상상 할 수 없었던 변화가 하나 둘생기고 있었다. 미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음악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미술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에 도전해 보자. 새로운 장르가 두려운 사람을 위한 안내자는 어디에나 있다.

무료 워크숍 등 훌륭한 아카이브를 갖춘 아르코미술관을 비롯해서 대림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토탈미술관, 성곡미술관, 리움 등 많은 갤러리와 미술관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현대미술과 미술사 등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클래식 수업을 듣고 싶다면 계동의 음악 살롱을 추천한다. 안국역 근처의 계동길에는 간판이 없는 작은 음악 살롱이 있는데 심도 깊은 정규클래스와 초급자에게 알맞은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클래식음악을 배울 수 있고 그 외에 피아노와 오르간 레슨도 받을 수 있다.  
미술이든 음악이든 혹은 영화나 공연, 책이든 내 삶을 행복하게 바꿔 줄 새로운 습관을 통해 2012년 문화 잔치를 잘 펼쳐서 시작해 보길 바란다.


문희정|장래희망 칸에 무엇인가 적어야 했던 나이부터 화가를 꿈꿔왔지만 대학 시절부터 강의실보다 갤러리에 출석하는 일이 많아진 후 예술을 글로 쓰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일 년에 한 두 번은 자기 만족에 불과한 전시를 열고 그 외의 시간은 전시를 보며 지낸다. <나는 미술관에 놀러간다> 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