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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01-02 문화, 잔치를 벌이다

문화, 잔치를 벌이다 2│당신이 걷던 그 길을 따라서


그간 세웠던 새해 계획들을 살펴보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등의 소극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다이어트와 운동을 늘 써놓긴 하지만, 며칠 못 가서 흐지부지하기 일쑤다. 이번에는 조금 달라야겠다. 내 한 해가 수첩 안의 활자들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들어 무언가를 깨닫듯,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건 없을까? 세월이 하 수상하여, 빈한한 마음에 꺼내 들었던 윤동주의 시집을 만지작거린다. 일본강점기 저항시인, 윤동주의 시선이 닿았을 길 위의 풍경을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도 여러 고민이 몰켜 나왔기 때문이리라. 글 박윤지 · 사진 송건용
 
준비물 _ 윤동주 시집, 든든한 운동화, 간단한 맵(스마트폰으로 해결 가능), 가벼운 사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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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단지, 시인의 마음을 읽기 위해 출발했던 길이, 이제는 내 오늘의 기억이 된다. 잠깐 멈춤, 그리고 습관대로 휴대폰을 꺼내어 찰칵, 풍경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아마도 옛 시인들은 길을 걷다가 시선이 끌리는 대로, 시심이 끓어오르는 대로 잠깐 멈춤. 그리고 풍경과 주고받는 말들을 마음에 담았을 것이다. 그 말들이 단정하게 이어져 한 편의 시가 되었으리라.
기적 같은 순간은, 좁은 방 밖으로 나와 길 위에서 마주할 때가 더 많다. 길을 걷는 것 자체가, 또는 길 위의 풍경을 담는 것이, 풍경 속에서 오늘날까지도 살아 있는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그 무엇이라도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 다시 길을 나서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 시인의 길을 찾으려 한다. 오늘은 윤동주, 다음엔 한용운, 그다음엔 또 어느 시인의 길로 잇닿을까. 알 수는 없지만, 누구에게든 길은 열려 있다. 길을 걷는 것은 내 몫이다. 어떤 길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밖으로 나가자. 좋아하는 친구나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열두 달이 다 지났을 때, 마음의 눈으로 걸어 본 길들이 2012년 지도에 아름다운 자취로 남을 것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