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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01-02 문화, 잔치를 벌이다

문화, 잔치를 벌이다 6│올해에는 꼭!

여러분 각자의 마음속엔 ‘올해
에는 꼭!’ 하고 말겠다는 다짐이 하나씩 있지 않나요? 여기, 올 해 목표를 연애로 정한 남자가 있습니다. 우리 함께 이야기를 들어보고 과연 이룰 수 있을지, 내기 한 번 할까요? 자,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시작합니다! 고독한(가명), 신윤주 

참, 헛웃음만 나온다. 모태솔로 인생 9,000일 돌파? 동아리 후배 녀석들, 하라는 공부
는 안 하고 이런 거나 만들고 말이야. 내가 뭐, 못해서 연애를 안 한 게 아니란 말이야. 내 스펙이 올라야, 애인 스펙도 올라가는 거 아니겠어? 어느 여고 급훈이 그런 거라잖아, 지금 공부하면 남편 얼굴이 바뀐다! 내 여친 얼굴, 나도 좀 고르자고!
나, 사나이 고독한(가명), 방년 이쉽팔쉐(28세). 병장 제대하고 바로 복학, 쭉쭉 치고 나가서 이제 졸업만 남겨뒀다. 철없던 스무 살 시절, 여자애들한테 쿨한 척한다고 수업 좀 빼먹어서 학점 관리하느라 졸업이 늦어지긴 했지만, 잘 마무리하고 있단 말이지. 이제 자격증 두어 개만 더 따면, 대기업은 아니라도 취업 바로 예약이라고. 이런 내가 뭐가 부족해서 연애를 못하겠어. 어?
뭐, 나라고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야. 도서관만 가도 부러운 놈들 많다. 둘둘이 앉아서 공부하고, 손잡고 다니고, 생일·기념일 챙기고, 커플티 입고 말이야. 좋잖아?
그래도 아무나 만날 순 없잖아. 내가 학점 좀 좋다고, 신입생 여자애들이 졸졸 따라다니면서 밥 사주세요, 필기 보여 주세요, 하는데, 내가 그걸 모르겠어? 다 그런 핑계로 나 한번 만나고 싶다는 거잖아. 나 있잖아? 그렇게 쉬운 남자 아니라고. 밥은 사주지만, 내 마음은 안 되지. 왜냐고? 기도 중이거든.
내가, 아침마다 기도하고 있어, 내 배우자에 대해서. 아직 맘에 드는 여자애가 안 나타난 거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랬어. 내가 보고 반할 수 있도록 지금 훈련 중이라는 거지. 난 기다릴 수 있어, 내가 좀 기도한 게 많았거든, 청순한 외모에 긴 생머리, 이거 머릿결 좋아야 해. 그리고 가늘고 긴 손으로 피아노를 좀 쳐야 해. 내가 같이 합주하려고 지금 바이올린 배우고 있다니까. 어때 이 정도면 완벽하잖아?
그리고,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됐어. 살을 좀 빼야 하는데, 군대에서 스트레스 푼다고 많이 먹었더니 좀 뚱뚱, 아니지, 덩치가 커. 근데 요즘 트렌드는 마른 근육이니까, 운동해서 몸을 좀 만들어야지, 그래야 내 짝도 나한테 반할 거 아니야. 그리고 살 빠지면 콧대가 나온다고, 미남 되는 거지. 흐흣.
이야, 상상만 해도, 어! 좋다. 벚꽃 휘날리는 봄날에 수트 쫙 맞춰 입고, 하늘거리는 원피스 입고 긴 생머리 찰랑대는 애인이랑 걷는 거야. 내 특유의 입담으로 분위기 만든 다음에, 손 한 번 잡는 거야. 키야, 이거라니까?
모태솔로? 아니야, 이게 다 한 여자를 위한 사나이 순애보라니까. 후배 놈들아, 꼭 지켜보라고, 졸업하고 취업해서 커플링 끼고 니들 축제 때 말끔하게 나타날 테니까.
28세, 고독한씨
 

매력 만~점! 그러나 고독한 모태솔로, 이쉽팔쉐의 사나이 고독한씨. 이분 동아리 후배를 어찌나 잘 두셨는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아니, 모태솔로 9,000일을 기억하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어디 흔하겠어요? 사실 뭐, 애인 생기면 100일, 200일, 300일, 1년, (400일부터는 건너뛰고) 2년, 3년, 1,000일, 이렇게 많은 날을 챙길 수 있었겠지만, 9,000일에 몰아주는 센스라니! 하하, 나쁘진 않네요.
 
그나저나 사연을 읽어보니 아주 스펙이 좋으시네요! 학점 좋겠다, 자격증도 여러 개 있으신 눈치고, 취업도 따논 당상이라고요? 근데 짐승돌이 판을 치는 트랜드를 따라 사십대 아저씨들도 초복에 집중하는 이 때, 병장 때 커진 덩치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계신 건가요? 아니아니, 안되죠~ 그건 가늘고 긴
손가락의 청순가련 아가씨를 유혹하는 스펙이 아니잖아요? 농담이에요. (호호)

하지만 기도! 새벽기도 열심히 하는 남자를 만나라는 조언이 한참 유행하던 게 생각 나네요. 고독한님
은 새벽기도 열심히 하는 남자이신가요? 이것도 스펙이라면 스펙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너무 바빠서 기도합니다>라는 책 제목 그대로, 스펙 쌓느라 바쁜 와중에도 기도의 삶을 실천하여 ‘신실한 기독교인 남성’이라는 스펙을 하나 더 늘리는 모습, 보기 좋아요. (호호) 농담이에요~
 
사실 제가 좀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인생의 선배로서. 그런 마음이 드네요. 기회를 좀 놓치신 것 같아서 말이에요. 후배들이 밥 사주세요, 필기 보여주세요 할 때 마음도 좀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뭐 그런 맘인 거죠. 설마, 모든 후배가 고독한 씨를 남자로 보고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시죠? 설마요, 남자-여자가 언제나 이성적으로 연결되진 않는 거잖아요. 만나봐야, 여자인지 동생인지도 알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연애라는 것도 때가 있고, 또 성숙의 단계가 있게 마련이죠. 제 생각에는 말이에요, 보고 반할 수 있는
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보다 일단 연애를 해보는 게 좋겠어요. 왜냐? ‘화장은 하 는 것보다 지우는 게 중요한 것’처럼, 연애는 ‘시작하는 것보다 관계를 지속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 이죠. 그리고 그건 정말 쉽지가 않거든요.

고독한씨, 제가 드리고 싶은 충고는 딱 하나에요. 연애를 시작하라, 그리고 자신의 연약함과 상대방
의 연약함을 끌어안는 법을 배워라.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사람과 연인이 될 수 는 없어요. 하지만, 고독한씨의 연인이 될 수 있는 사람, 나아가 배우자가 되면 좋을 사람이 누군지는 먼저 고독한씨가 자신을 잘 아는 데에서 시작되고, 고독한 씨가 누구인지를 아는 방법 중에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은 바로‘ 연애’라는 거예요. 제 생각에 고독한 씨의 스펙은 이 정도면 충분하신 것 같아요. 이젠‘ 두려워 말고 담대히’ 들이대세요.
건투를 빕니다!

그러나 이미 품절녀, 신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