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 지음 | 사계절

<지금은 없는 이야기>는 만화가 최규석의 그림과 글로 탄생한 스무 편의‘ 우화’를 담고 있다. 어릴 적 이솝우화를 즐겨 읽었던 나는 꽤나 오랫동안 기탁할 우(寓)자를 쓰는 우화(寓話)를 우화(愚話)로 잘못 알고 있었다. 이 어리석은(愚) 오해는 필시 우화 속 주인공들이 예외 없이 바보 같았던 데서 연유했을 것이다. 서로 먹지 못할 식사를 내놓았던 여우와 두루미도, 물고 있던 뼈다귀를 물에 빠뜨려 버린 개도, 벌거벗은 임금님도 어쩜 그리 바보 같았던지. 하지만 조금 커서는 알게 되었다. 현실에는 이보다 더한 바보들이 많단 것과, 이 세계가 정말 바보같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화는 그런 인간과 세계를 풍자하며 교훈을 안겨주는 이야기라는 것을.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대한민국 원주민>, <울기엔 좀
애매한> 등의 만화를 통해 어딘가 어긋난 세계의 안타까운 결과물을 그렸던 최규석은,‘ 우화’라는 이름을 담고 내놓은 새 책에서 그 어긋난 세계의 바보 같은 점을 흥미롭게 폭로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선회했다. 만화가 최규석을 사랑했지만, 우화가 최규석의 새 책도 무척이나 반갑다. 편편마다 스타일을 바꾸어가는 그림체도 벌써 대가의 반열에 진입한 듯하며, 무엇보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이솝이나 톨스토이에 비견할 만큼 강력하다.
불평불만 하지 말고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바보 같은 세상에 최규석이 던진 힘센 우화가 널리 퍼지길 희망한다. 그 중에서도 <가위바
위보>는 지금 당장 들려주고 싶어서 못 견딜 정도다.“ 뭐든지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는 마을이 있었대. 그런데…….”

블로그로 만나는 제2의 인생
정성욱·신충 지음 | 생각비행


바야흐로 1인 미디어 시대다. 블로그를 활용하는 건 기본이고, SNS 하나쯤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진 느낌이 들 정도다. 
물론 시대의 흐름 같은 게 중요한 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마침 당신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잔뜩 있다면? 좋아하는 뮤지컬이나 드라마에 대한 감상을, 내가 제일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의 레시피를, 혹은 나만의 독서 기록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면? 새해를 맞아 블로그 인생을 시작하는 거다! 그럴 때, 모든 걸 책으로 배우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블로그 입문서가 필요하다. 당연히, 입문자를 위한 실용서는 쉽고 상세해야 한다. 즉, 지나칠 만큼 친절해야 한다. 입문자는 포기가 빠르기 때문이다. 단순한 글 올리기 외에는 진즉에 포기했던, 블로그 개점 휴업 2년차인 나 역시 입문자였다. RSS라거나 트랙백이라거나 메타블로그 같은 말들을 들은 지는 오래 되었건만 귀에 익숙하다고 다 아는 말은 아니더라. 하지만 이제는 의미를 알 뿐만 아니라 구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 지나칠 만큼 친절한 <블로그로 만나는 제2의 인생> 덕분이다. 국내 대형 블로그 사이트만 해도 네이버, 다음 등 다섯 군데다 보니 사이트마다 블로그를 개설하는 방식도, 기능을 활용하는 방식도 각각 다르다. 그런데 이 친절한 책은 개설뿐만 아니라 중요한 기능 활용까지 모든 과정을, 다섯 사이트 각각 올컬러 사진을 통해 설명해 준다. 블로그를 하는 기쁨과 블로그 사회생활 에티켓도 저자의 넓은 정보력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알려 준다. SNS 맛보기 등을 다룬 부록도 튼실하다. 실용서는 써보고 하는 추천이 진짜일 터, 써본 사람으로서 보증한다. 새해를 맞아 블로그를 시작하는 데 안성맞춤인, 쉽고 상세하고 친절한 블로그 입문서다.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 문학동네


“누구나 힘겨운 순간이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이 먹먹한 참말은, 그러나 무엇도 설명해 주지 못한다. 위로도 되지 못한다.
내 아픔, 네 아픔, 그들의 아픔을‘ 누구나’의 아픔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픔은 모두 다르게 아픈 거니까. 하지만 때로 내 아픔과 네 아픔이, 또 그들의 아픔이 서로 만날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달리 아프지만 함께 아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인해 일어나는 기적이 있는 것이다. 한강의 새 소설 <희랍어 시간>은 그녀의 아픔과 그의 아픔이 만나는 순간을 그렸다. 그 순간을 채우는 것은 여자와 남자가 나누는 독백이다. 여자와 남자는 각기 소중한 이들을 잃고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게다가 여자는 소리 내어 말할 수 없게 되었고, 남자는 곧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런 몰락의 시간 가운데 있는 두 사람이, 소통불가능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두 사람이 <희랍어 시간>에 ‘독백을 나눈다.’ 그 나누는 독백은 꺼져가는 불꽃처럼 차갑고 고대 희랍어처럼 새롭다. 꼭 그렇게, 눈물 나게 아름답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들이 나누던 독백이 그치는 순간, 함께 아프기 때문에 생겨나는 기적이 그 어디엔가 일어난다. 기적의 자리는 그와 그녀의 사이일 수도, 그들과 독자의 사이일 수도, 그 스스로 아파했던 독자와 세계 사이일 수도 있다. 그게 어디든, 그렇게, 내가 아는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위로가 <희랍어 시간>에 오간다. 지금 너무 아픈 당신에게는 어쩌면, 피하고 싶지만 꼭 만나야 할, 그런 책일지도 모르겠다. 글 조익상 (@lit_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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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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