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각해보면 여배우라는 건 보상받지 못하는 직업이죠. 
모든 것을 희생해서, 하루하루 윤기를 잃어가는 육체에 채찍을 휘두르고, 오로지 바라는 건 허황한 사랑.”
 
“어쨌든 나는 잔혹한 일이라는 걸 잘 알면서 여배우라는 일을 선택했어. 
선택했으니까 여기에 잔혹한 부분이 태산같이 있어도 괜찮아. 그래, 이 잔혹함을 끝까지 내 것으로 할 거야.” 
 
시미즈 쿠니오의 연극 <분장실>, 자신을 배우로 착각한 프롬프터와 주연을 맡은 20년 차 여배우의 대사다. 여배우로 사는 일은 어찌 보면 가혹하고 잔인하다. 모든 배우에게 요구하는 연기력은 물론이고 얼굴, 피부, 몸매, 성품까지 완벽을 요구한다. 조금만 살이 쪄도 자기 관리 못했다는 악플에 시달려야 하고, 무언가 대놓고 좋아하기도 쉽지 않아 어떻게든 자신을 포장해야 한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대부분 여배우는 나날이 도도해지는지도 모르지만, 박시은은 달랐다. 시원한 웃음으로 주변의 어색한 분위기마저 허물어뜨리는 여배우, 박시은을 만났다. 글 원유진·사진 탁영한

“팀은 밝게 안 찍었는데요? 저도 이렇게 우수에 젖어 찍어주시지. 하하하.” 봄이라 화사하고 발랄한 표정으로 촬영을 마친 박시은은 가수 팀이 함께한 2011년 3-4월 <오늘> 표지를 보며 웃는다. 라디오를 하던 때처럼 시원하고 명랑하다. 팀과는 극단 미리암의 뮤지컬 <지저스지저스>를 함께하며 알게 되었다. 무대 위에 선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하나님의 딸’로 말씀을 이야기로 풀어 전하는 데에 집중했던 공연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극장에서 온전한 배우로 관객을 만난다. 첫 연극이 주는 기대와 설렘, 잘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첫 공연에는 소품을 잃어버려 찾으러 다니다가 머리를 크게 부딪쳐 상처가 난 적도 있었다며 며칠 전 지방공연에서 다쳐 생긴 상처를 보여 준다.“ 여배우는 보통 조심스럽게 다니는데, 그냥 먼저 나온다고. 많이 다쳤어요. 저는 그냥 나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막 다니다 보니까 굉장히 많이 다쳤죠.” 연극판에서 강하게 견뎌온 여배우라도 어느 정도 인기를 얻으면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인데 박시은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연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우울증까지는 아니더라도 답답하고 불안해질 때도 있었고, 사람 만나는 데 힘이 많이 들어 자제하기도 했었다. 차에 다가 촬영할 때만 나오는 박시은을 보며 깍쟁이 같았다고 말해준 감독도 있었다. 이랬던 박시은이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교회를 옮긴 다음부터 극단 미리암과 컴패션을 통해 변화가 있었어요.”
 

관계를 바로 세워, 온전한 나를 마주하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따라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에 간 것이 시작이었다. 찬양을 하다가 문득 파도에 조금씩 떠밀려가듯 하나님에게서 멀어진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찬양을 하는데요, 제가 찬양 인도도 했던 사람인데, 손을 못 들겠는 거예요. 그때 알았어요, 저도 모르게 너무 멀어져 있다는 걸요. 그래서 기도했죠. 하나님께 돌아가고 싶다고, 하나님의 빛 가운데 거하고 싶다고.”
그런 와중에 지금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 가게 되었다. 첫날부터 눈물이 흘렀다. 목사님 말씀이 좋은데다 모든 말씀이 자신을 향한 것 같았다. 그렇게 말씀의 재미를 배웠다.“ 말씀이 이렇게 맛있었나? 어릴 때는 찬양하는 거 좋고 기도하고 이랬지 말씀을 막 외우거나 그러지 않았었거든요. 그때 처음 말씀에 관심을 두게 됐고 정말 집중해서 말씀을 공부했죠, 많이 읽기도 했고.”
말씀으로 시작된 열정은 새벽예배로 번져 새벽마다 기도를 통해 부어주시는 은혜를 경험했다. “저는 절대 혼자 안 가요. 동역자가 있으면 좋고, 같이 가면 그 사람들도 좋아해요. 저도 믿음이 약할 때는 누가 끌어주면 가긴 가는데, 그렇지 않으면 혼자 하기 힘들더라고요. 그 정도는 내가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말씀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맺어가던 그때, 교회에서 극단 미리암 대표를 만나 뮤지컬에 참여하고, 같이 무대에선 차인표의 제안으로 컴패션 모임에 참여했다. “갔는데, 남자분밖에 없었어요. 같이 주욱 앉아서 성경공부를 하는데, 그때까지는 식구 외에 단체생활을 해본 적도 없어서 모르는 사람과 있는 게 불편했어요. 그래서 ‘죄송해요 오빠, 전 못하겠어요’ 말씀드렸는데, 약속한 공연 한 번만 같이 하자고 해서 했죠. 하루에 일곱 번 예배를 다 드렸어요. 정말 지쳤어요. 일곱 번을 하니까 목도 가고, 중간에 졸고 그랬는데, 다른 분들은 열심히 하시는 거예요. 그걸 보고 은혜 받고 회개했죠. 컴패션 활동하면서 제 자신을 많이 돌아봤어요. 봉사하겠단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서 자신과 싸움이 시작된 거예요. 불필요한 것들을 많이 버렸죠. 3, 4년 동안.” 컴패션 활동을 통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의 삶에 찾아가면서, 박시은은 자신에게만 집중했던 시선을 차츰 주위로 돌리게 되었다. “아, 내 삶이, 일이 전부가 아니구나. 그때까지 나는 너무 일만 생각하고, 쉬지 않고 일하려고 하고, 일을 안 하면 불안해했어요. 그런데 얼마든지 내 삶을 풍요롭게 채워나갈 수 있는 게 많은 거예요. 그리고 그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어요.” 조금씩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 하나씩 배울 때마다 박시은은 그것만으로 행복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기 때문에
박시은은 컴패션 활동을 하는 내내, 자신을 다듬어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며 늘 감사했다. 하나님은 불필요한 것을 제하시고 남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셨다. 일 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서 버틸 힘이 생겼다고 느꼈다. “하나님, 저 이제 일을 해도 될 것 같아요. 세상에 나가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요, 했는데, 천만의 말씀! 일 년을 더 보냈어요. 그 시간을 보내면서 나 아직 안 되겠구나, 깨달았죠. 그리고는 이런 고백이 나오더라고요. 하나님, 올해는 일을 해도 좋고요. 일을 안 주셔도 저는 상관없어요. 하나님이 그 시간을 좋은 시간으로 채우실 걸 알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었어요. 바빴으면, 하나님을 깊이 만나지 못했을 거 아니에요. 저한테 다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라디오 진행을 맡게 된 것도 그랬다. 평소 심야시간 라디오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아침 출근시간대 방송이 들어왔다. 부담이 있었지만, 주어진 일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라디오 하면서 알았어요. 하나님은 나보다 날 더 잘 알고 계시는구나. 제가 아침형 인간이거든요. 밤엔 아주 힘들어요. 그러니까 제 패턴은 아침에 맞는 거예요. 그리고 아침은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니까 내가 에너지를 드려서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게 해야겠다, 생각했죠. 하다 보니까 그 에너지가 저한테 생긴 거예요. 주변에서 밝아졌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얻게 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의 사연도 소개하고 통화도 하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용기 있게 행동하는 삶에 대한 확신도 품게 되었다. “라디오 시작하고 일 년쯤 되었을 때에 요. 작품도 하고 싶은데 결정된 게 없었어요. 하나님이 언제 내가 ‘주세요’ 해서 주셨나, 생각지 않게 주셨으니까 분명히 주실 거야, 생각하고 라디오에 말했어요. 일년까지만 하겠습니다, 말씀드렸는데 그날 드라마가 된 거예요. 내가 믿고 먼저 행하는 걸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는 걸 체험했어요. 신기하고 감사했죠. 내가 가만히 있으면 하나님이 해주시고 부어주시고 싶어도 못 부어주시잖아요. 한 발을 내디딜 용기는 내가 내야 하는 거니까 그것만 하면 하나님이 언제든 부어주시는 구나, 느꼈어요.” 이런 경험 때문에 박시은은 이제 더 이상 내일이 두렵지 않다. “계획은 제가 세우지만, 그 발길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라고 하잖아요. 올해도 물론 작품도 하고 해야죠. 하나님께 기도는 하지만 언제나 제가 생각지 않은 선물을 주시기 때문에 ‘이번엔 어떤 걸 주실까요?’ 이렇게 기대하고 소망을 품게 됐어요.” 
 


탐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박시은은 어느 날, 라디오를 하다가‘ 탐나는 사람’이란 말을 접하고 나서‘ 나도 정말 탐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그 방법을 고심하던 중, 어떻게 보면 간단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하는 순간에는 그것에 집중해서 정말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내가 탐나는 사람이 되어 있겠구나, 깨달음이 왔어요. 라디오도 아침에 하다 보면 피곤하기 때문에 대충하기 쉬운데, 오늘 한 번 열심히 해보자, 생각하고 하나라도 더 생각나게 열심히 했더니 바로 노래 나갈 때 밖에서 뭔가 달라 보인다는 말을 해주시는 거에요. 어? 이렇게 빨리? 이런 거구나, 내가 그 순간 집중해서 온 힘을 기울이면 나하고 같이 일하고 싶고, 함께 있고 싶고,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였을까, 라디오뿐만 아니라 드라마, 연극에 이르기까지 최선을 다해 참여한 박시은은 주위의 인정을 얻을 뿐만 아니라 제 안에 가진 재능을 발견하며 행복해지는 법을 배웠다. 
연극을 하면서도, 처음이라 초반엔 힘들었지만, 자신을 인정하고 노력하면서 조금씩 성장했다. “저는 늘 그렇게 생각해요. 처음엔 다 어색할 수밖에 없고 하다 보면 무슨 일이든 익숙해질 거다. 공연도 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어요. 라디오 할 때도 국장님께 처음이라 실수가 많겠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라 말씀드렸죠.” 그랬다. 박시은이 참여한 연극<연애시대>가 연장을 하고 지방공연을 하게 된 것도, 나아질 것을 소망하며 순간에 온 힘을 다했던 치열한 노력의 결과물인지 모른다.
하나님의 ‘탐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일까, 박시은은 꼭 하나님께 물어본다. “하나님, 지금 저한테 꼭 필요한 게 뭐예요?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그걸 알려주세요.” 성경공부를 하기도 하고, 예배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예배모임에 참여하기도 한다. 바쁜 스케쥴로 이동하는 중에는 스마트폰으로 말씀을 찾아 읽으며, 한 절 한 절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계속 기도해요. 영적으로 재정비하고 있어야겠다. 일로 바쁘지만 깨어있어야겠다, 하고 있지요.”
“서른둘, 서른셋이 되니까 나이는 잊어버리고 그냥 내가 하는 일들, 내 발자취들에 하나하나 집중해서 살게 돼요. 그래야만 그 순간 집중해서 온 힘을 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슬아슬한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언제나 하나님을 향한다고 말하는 박시은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하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행복이 흘러넘치는 삶이 되길 바라본다. 


박시은 추천하는 책
릭 워렌 
<하나님의 인생 레슨>

<목적이 이끄는 삶>을 읽고 신앙서적에 매료된 박시은은 읽을 책이 너무 많아. 다른 걸 읽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남는 게 많아 아껴 읽을 수밖에 없었던 <하나님의 인생 레슨>을 꼽았다. “이 책은 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이야기를 풀어주기 때문에 성경의 내용도 알게 되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도 있어요.”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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