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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03-04 싹, 틔움

싹, 틔움 2│관심을 심고 책을 틔우다 │ 출판사 행이구 대표 김형도


성경통독과 큐티에 대한 관심의 씨앗이 이제 막 세상을 향해 새싹을 틔
웠다. <큐티로 잘 먹고 잘사는 법>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가 그야말로 완벽한 대비를 이루어, 표지가 한눈에 쏙 들어오는 책이다. 익숙하게 들어온 말이지만, 한 권의 책이 시작되는 자리엔 분명 좀 더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집념 어린 ‘ 관심’ 이 있다. 책장에 사 모은 책들의 제목을 쭉 훑어보노라면, 그동안 내 관심의 방점이 어느 지점에 찍혔는지 알 수 있지만, 그 관심이 싹을 틔울만큼 성실했는지는 물음표다.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책은? 글 박윤지 · 사진 김준영



관심이 결심으로

김형도 대표는 <엘르>, <나일론>, <아레나> 등 굵직한 잡지의 디자인 디렉터로 25년을 지냈다. 하지만 2년 전, 성경통독과 큐티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점점 잡지 일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한다.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서 진중을 벗어나 진 밖으로 일부러 나와야 할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말씀 앞에 설 때마다 피할 수 없이 ‘하나님’과 ‘물질’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지만, 그는 결국 11년 동안 잡지를 만들던 ‘디자인所’를 내려놓기로 했다. 그의 관심은 성경통독과 큐티에 집중해 있었다.
출판사 ‘행이구(行二九).’ 사도행전 29장을 쓰는 사도의 마음으로 지었다고 하는데, 성경통독과 큐티에 대한 그의 지극한 관심과 집중이 충분히 반영된 이름이다. ‘행’함을 통해 ‘이’적을 체험하며 ‘구’원의 복을 모두와 함께 나누기, 그것이 출판사 ‘행이구’의 콘셉트이다.
작업 이력으로 25년이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오랫동안 머물던 자리를 떠나는 불안감,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김형도 대표가 출판사를 등록한 후, 흔히 말하듯 돈벌이가 될 만한 영어 학습과 관련된 출판물을 기획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이석증이 찾아왔어요. 어지러워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데, 사람들이 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것처럼 보였죠. 결국, 일을 손에 잡을 수 없어서 온전히 말씀에 집중하는 데만 시간을 썼어요. 그러다가 말씀 묵상이나 성경통독에 관한 책들을 발간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고요.” 그는 곧 순종을 택했다. ‘행이구’의 출판물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말씀과 가까워지길 바라는 소망이 더욱 간절해졌다.

경험의 순간들, 흘려보내지 말기를 
그를 만나기 전에는 잡지의 화려한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서 오랜 경력만큼의 근사한 작업실을 기대했다. 하지만 김형도 대표가 잡지 일을 그만둘 때 들고 나온 것은 노트북 하나뿐이었다고 한다. “집에는 책상밖에 없어요.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것인데, 40여 년 앉아 있었네요. 작업도 하고 성경통독도 하고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는 곳이죠. 전 책상이랑 노트북이 전부에요.”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생각은 그의 머릿속에 있다가 손끝으로 나와 종이 위에 새겨지거나 노트북에 저장된다. 날마다 규칙적으로 책상 앞에 앉아 생각을 기록하여 정리하는 일, 그 보이지 않는 성실이 차곡차곡 쌓여서 한 권의 책이 된 것이다.
2년 넘도록 큐티를 하면서 그때그때 기록해 두었던 500여 개의 글 중에서 은혜를 나누고 싶은 글 153개를 추렸고, 잡지에 대해 생각하고 썼던 글과, 오래전 신문에 게재했던 일러스트도 책에 함께 실었다. 사진은 평소에 자신만의 뷰파인더로 찍어두었던 것들인데,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도 있다. 김형도 대표가 걸어온 시간에서 마주했던 생각과 느낌의 조각들이 활자나 이미지로 하나의 콘셉트 안에 모였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결국 꾸준한 관심이 시각적으로 완결성을 갖는 것을 뜻한다.


김형도 대표는 매달 새로운 책을 만드는 데 흘렸던 땀으로 깨달은 바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관심을 보일 것, 전체를 볼 것, 버
릇처럼 일하지 말 것.’ 이는 그가 소소한 경험에서 파릇파릇하고 생기 있는 생각과 느낌을 끄집어내는 비법 아닌 비법이다. 이렇게 말씀 묵상과 큐티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이 출판사에 대한 결심으로 이어져 옹골진 한 권의 책이 나온 것이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물으니, 그는 출판사‘ 행이구’의 첫 마음대로 성경통독이나 큐티와 관련된 책을 만들고 싶다고 답한다.

나는 오늘 무엇에 관심이 있나? 그 관심은 얼마나 지속적인가? 내일도 모레도 관심을 이어갈 만큼 성실한가? 나의 관심을 심으면 어떤 책이 만들어질지 궁금해진다. 다시, 봄. 동면하던 개미들도 볕이 잘 드는 둔덕에 올라섰다. 한결같은 부지런함으로, 촉을 세워 바람을 느끼고 먹이를 나른다. 우리도 스스로 깨워 가장 관심 있는 일을 찾아볼 때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그 마음의 끌림이 내일로 이어지도록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기록해두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