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5월 아프리카 알제리, 티브히린 지
방에서 7명의 카톨릭 사제와 수도승의 몸통이 없는 주검이 발견된다. 즉각적으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로 구성된 알제리 반군이 성명을 내고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한다. 그러나 알제리 정부군과 반군, 그리고 오랫동안 이 나라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 등 그 당시 알제리를 둘러싼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든 아틀라스 수도원의 이 일곱 사제들을 실제로 누가 어떻게 죽였는지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이 사건을 관심있게 본 프랑스인 자비에 보브와 감독은 <신과 인간>에서 ‘누가, 어떻게’ 보다는 그들이 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카메라의 포커스를 맞춘다. 그것은 무슬림과 함께 공존하는 가톨릭 사제의 특별하다거나 덜하지 않는 일상적인 삶 자체이다.
 
마을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아틀라스 수도원, 아래로 사막지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단층구조의 무슬림 가옥이 층계처럼 놓여 있고, 앞마당은 황금빛 석양을 머금은 구릉지가 눈높이로 펼쳐 있다. 수도원 안 예배당에서 집례를 인도하는 신부가 미사를 알리는 종을 친다. 후드가 달린 하얀색 미사 예복으로 정갈하게 갈아입고 두 줄로 늘어선 사제들의 찬양이 천천히 그러나 리드미컬하게 예배당 안에 울려 퍼진다. 이윽고 그 소리를 타고 신에게 다가가듯 미사가 끝나면 각자의 소임으로 돌아간다. 가장 나이 많은 사제 아메디는 마을의 유일한 의사인 루크를 도와 환자들을 돌보고 사제장인 크리스티앙은 무슬림을 이해하기 위해 코란을 연구한다. 쟝 피에르와 크리스토퍼 사제는 시장에 내다 팔 꿀을 정성스레 포장한다. 그들은 그렇게 수도원 밖의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어느 날 마을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슬람 근본주의 반군 테러리스트들에게 처참히 살해되면서 이 고요한 마을의 공존은 서서히 금이 간다. 이방인 사제들은 이 마을을 떠나든지 아니면 신께서 이들에게 주신 이교도와 함께 살라는 소명을 마치든지,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무슬림 
사회에서 이방인인 사제의 일상적인 삶을 표현하기 위한 <신과 인간>의 내러티브와 영화적 구성은 지극히 정적이지만, 리듬이 있다. 고정된 카메라 앵글은 피사체인 인물들이 프레임 안에서만 움직이도록 허락한다. 반군 테러리스트들이 수도원으로 들이닥쳐 사제들을 위협하거나 크로아티아인들을 살해하는 장면에서만 역동감이나 인물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들고 찍기’ 가 잠깐 등장할 뿐이다. 이는 관객에게 관찰자적 시점을 부여하여 사제들의 일상적인 삶을 간접 체험하는 효과와 더불어 이들이 선택의 순간에 놓여 있을 때, 그에 따른 반군들과 마을 사람들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화면 편집에서 컷의 길이도 지
루하지 않을 만큼 적당하게 리듬을 유지한다. 특히 구슬픈 계면조 가락으로 4·3조 운율의 단가처럼 들리는 사제의 합창은 이 영화의 비극적 결말과, 역설적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들의 기쁨을 동시에 구현한다. <신과 인간>이 가진 ‘정적인 리듬’의 정수이다.
사제의 일상적인 미사도 매번 
조금씩 다르다. 똑같은 장면은 없다. 신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치열한 신앙인의 외로운 투쟁이 일상적 삶에 그대로 녹아있다. 그 투쟁은 수도원 밖에서도 잇따른다.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이러한 밖의 위협에서 ‘새가 나뭇가지를 떠나듯이’ 수도원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할 때, 무슬림 여인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새고 당신들이 나뭇가지에요.” 오랜 세월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온 건 무슬림 자신들이지만 지금은 수도원이 이 마을의 뿌리라는 것을 반증한다.

다시 말해서 <신과 인간>의 영어 제목 <of 
Gods and Men>에서 보듯이 영화는 서로의 공존을 말한다. 아프리카의 한 겨울, 백색의 사제들이 반군 테러리스트들에게 끌려 새하얀 눈 덮인 산자락을 가로질러 화면 오른편 밖으로 사라진다. 판타지처럼 보이는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휴머니즘을 뛰어 넘는다. ‘우리 둘의 아버지인 신의 기쁨으로 말이오. 감사합니다. 아멘, 인샬라’ 크리스티앙 사제의 독백을 뒤로하면서.

조현기|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로 불리는 선댄스영화제에 초청을 받고는 대책없이 커다란 백팩을 지고 찾아갈 정도로 영화에는 열정적이지만 지금은 다이소 쇼핑 마니아이자 기아 타이거즈의 열혈 팬으로 오늘을 산다. 영화를 통해 소통을 꿈꾸는 서울국제기독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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