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그녀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신비롭게도 한결같이 ‘뭔가 달라!’ 하며 감탄하곤 합니다. 완벽한 기교를 구사하면서도 그것을 넘어 그녀 스스로 완전한 사랑과 비극의 순간에 머물면서, 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미세한 슬픔과 희망, 절망과 환희, 드라마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음에 경탄하고 말지요. 게다가 소프라노의 극적인 힘찬 발성을 거침없이 구사하면서도 조용히 흘려보내는 메조의 비감어린 정조에 넋을 잃어버립니다. 누구 이야기냐구요? 바로 불세출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마리아 칼라스, 오페라에서의 ‘B.C.’ 는 ‘마리아 칼라스 이전(before Callas)’ 을 의미한다고 하지요. 칼라스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영광의 한 시대를 쌓아올린 불세출의 히로인이었습니다. 그녀는 미국에서 그리스 출신의 이민자인 고집스러운 어머니와 무능한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맨하탄의 비좁은 아파트 생활, 아버지 사업의 몰락, 부모의 이혼으로 이 우울했던 13세 소녀는 어머니의 손에 강제로 그리스로 돌아와 등 떠밀리듯 아테네 음악원을 졸업해야 했습니다. 이른 나이인 10대에 데뷔까지 하긴 했지만 그다지 눈부신 주목을 받진 못했지요. 게다가 20대 중반까지 95킬로그램의 거구에 심한 근시 때문에 열등감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노래에 대한 소질과 열정을 확인한 그녀는 무려 30킬로그램을 스스로 감량하며 완전히 다른 오페라가수로 거듭나지요. 1938년 <카발레리나 루스티카나>로 데뷔한 이래 라 스칼라 극장을 중심으로 잊혀진 오페라 <노르마>, <안나 보레나> 등에 생기를 불어넣으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이후 약 10년 동안 성악가로서 그 누구도 누리지 못했던 최고의 영예를 누립니다. 그녀가 가는 곳엔 경찰의 교통 통제가 이루어졌고, 파리여행 중 가방을 잃어버리자 그녀를 위해 비행기가 출발시간을 늦출 정도였으니까요. 남아 있는 몇몇 영상을 보노라면, 그녀가 부르는 프레이즈 하나하나에 감탄하며 조용히 열광하는 청중의 모습엔 열정에 더하여 종교적 경건함마저 느껴집니다.

성공 이후 그녀의 삶은 더욱더 드라마틱했
습니다. 미워했고 불화했던 어머니를 닮아버린 독선적인 기질, 동료 음악가와 극장주와의 분쟁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였지요. 하지만 그녀의 삶을 그 어떤 오페라의 주인공보다 드라마틱하게 만든 것은 그 유명한 선박왕 오나시스와 사랑이었습니다. 칼라스에겐 이미 30년 연상의 남편 메니기니가 있었지만 뒤늦게 찾아온 오나시스는 놓칠 수 없는 사랑이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남편을 떠나 오나시스의 연인이 되지만 불행하게도 사랑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오페라무대마저 멀리하며 심지어 강제로 낙태까지 해야했건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오나시스가 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 재클린과 재혼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랑의 끝은 너무도 가혹했습니다. 엄청난 충격에 의욕마저 상실해버린 칼라스는 전성기의 목소리를 영영 찾지 못하고 1965년 <토스카>를 끝으로 은퇴하였습니다. 이후 재기를 시도하며 후진 양성이라는 새로운 소명을 찾는 듯 했지만 결국 54세에 수면제 과다복용에 따른 심장마비로 요절하고 말지요. 오나시스가 죽은 지 2년 후 은둔했던 파리의 고독한 아파트에서 말이지요.

이 끔찍한 순간에 내게 남은 건 그대 뿐. 
그대만이 내 마음을 유혹한다.
그것은 내 운명의 마지막 부름, 인생의 노상에서 마지막 건너야 할 길
-오페라 <라 조콘다> 중에서

아직까지 그녀의 죽음은 원인 미상으로 남
아있습니다. 그녀는 메모 하나를 남겨놓았다고 합니다. 오페라 <라 조콘다>에서 주인공이 부른 아리아의 한 대목이었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그녀를 유혹하였을지 우리는 알 길이 없습니다. 허나 분명한 건 그녀는 짧은 생이었으나 노래했고 이끌렸으며 사랑하였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녀의 삶을 기억하며 그녀의 노래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요.

백광훈| 따사로운 창가에서 클래식과 커피한잔을 즐길 것 같지만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열혈 애청자인 문선연의 책임연구원이자 두 아이의 아빠고 목사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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