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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03-04 싹, 틔움

싹, 틔움 6│꿈이 움트는 곳, Seed School


“세계는,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대로 존재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 말이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슬픔은 꿈의 부재에서 온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 안에서, 그것이 제공하는 틀에 자신의 삶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곧 지치고 슬퍼한다. ‘ 꿈꾼다’ 는 것은, 틀에 우리의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에 맞게 틀을 확장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꿈을 통해 확장된 세계를 선사하고 있는, 교육 봉사활동 단체 ‘ 씨드스쿨’ 을 만나보았다.
글 
윤지혜

씨드스쿨, 꿈을 심다
씨드스쿨은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꿈과 희망이 있다면 자신의 삶을 꽃피울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일대일 멘토링 형식의 교육 봉사활동 프로그램이다. 2009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계층 청소년,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지역 중학교와 연계하여 방과후학교 형태로 진행된다. “학교가 끝나고 갈 곳이 없어 방황하고 주변을 배회하는 아이들이 씨드스쿨의 주 관심 대상이에요. 이들뿐만 아니라 공교육에도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학교가 실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후인 오후 5시 반부터 시작하는 에프터에프터스쿨형태를 취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하지만 기존의 방과후학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학습이 아닌 철저히 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구성했다는 것입니다!” 희망디자이너 올레 배진현 간사의 말이다.


Seed의 기대감과 헌신된 T
씨드스쿨은 모든 아이들에게 한 명씩 대학생을 멘토로 맺어준다. 이들은 서로를 Seed학생와 T멘토로 부르며 1년 동안 함께한다. T는 대부분 크리스천 청년으로 보수 없이 아이를 만난다. 씨드스쿨은 일대일 멘토링에만 집중하진 않는다. 하나의 학교에 속한 Seed들과 T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안에서 활동한다. 핵심이자 기둥이라 할 수 있는 T는 자신에게 있는 갖가지 재능을 기부하고 나누며 여러 창의적인 활동을 Seed들과 함께 펼친다. “사실, 다른 멘토링 프로그램에 비해 씨드스쿨은 활동하기 쉽지 않아요. 할 게 많지요. 단순히 봉사와 점수를 따기 위해 참여하는 봉사활동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속한 T는 자신이 맡은 학교와 학생을 위해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며,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요. Seed가 왔을 때 즐겁고 행복한, 마음을 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T각자가 최선을 다합니다. 이러다 보니 각 학교마다 특색 있게 진행이 되더라구요.” 씨드스쿨의 강점은 여기에 있다. 누군가의 혹은 어떤 시스템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움직이는 힘, 생명력과 같은 이 힘은 Seed와 T서로에게 꿈을 찾아주고 꾸게 한다. 그리고 함께 성장하게 한다. 틀은 우리의 삶을 절대로 가둘 수 없다는 깨달음, 어려운 환경에서도 멋진 꿈을 꿀 수 있다는 희망에서 나오는 힘이기 때문이다.

씨드스쿨, 꿈이 움트다
‘백문이 불여일견’라는 옛말이 있듯이, 씨드스쿨에서 실제로 움이 튼 꿈 몇 알을 편집해 실어본다.
 
Seed, 한 알 주영이(16, 중3)의 꿈은 원래 초등학교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씨드스쿨 프로그램 중 ‘사명선언서 쓰기’를 하면서 가수로 꿈이 바뀌었다. 적성이 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사명선언서까지 쓰고 나니 설렘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쓸데없는 생각으로‘ 가수’라는 꿈을 치부할 것이 뻔한데 주영이를 담당한 레이나T는 달랐다.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확신이 들 때까지 주영이를 도와주었고 지지해주었다. 그러던 중 주영이는 비젼캠프에 참가했고 ‘슈퍼스타 S’라는 프로그램에서 그동안 갈고 닦아왔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결과는 2등! 이 일은 주영이로 하여금 가수라는 꿈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확신하게 했고 그에 맞는 계획을 품게 했다. 만약 일반 어른들이 주영이의 고민을 들었다면 무엇이라고 대답했을까? 아마 예상한 대로, 정신 차리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등의 전혀 도움 없는 말들이 태반일 것이다. 하지만 주영이는 씨드스쿨을 통해 자신이 가진 꿈이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를 얻었다.

T, 두 알
루키T는 명문사립대에 재학 중인 수재다. 그는 입학하자마자 고액 과외를 시작해서 그 수익금으로 등록금 해결은 물론, 부유한 학생 생활을 해왔다. 사실, 루키T는 입양아로 양부모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사랑받는 것에만 익숙한 그로서는, 씨드스쿨 내에서 T가 Seed와 교감하고 사랑을 나누며 함께 꿈을 찾아가는 모습은 너무나도 낯설었다. 많은 망설임과 고민 끝에 Seed와의 동행을 시작한다. 자신을 보고 수줍게 웃으며 말하는 Seed의 얼굴은 굳어 있던 루키T의 마음을 한 순간에 녹였다. 그리고 그 안에 고여 있던 사랑들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변화였다. 사랑 받을 줄만 알던 그가 이제는 진심으로 사랑을 줄줄 아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이는 루키T에게 새로운 꿈을 선사했다. 이전에는 무조건 잘 가르치는 교육자가 되겠다는 것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품고 참된 인생을 살아가도록 돕는 교육자를 꿈꾸고 있다. Seed와 함께 루키T도 꿈을 찾은 것이다.

씨드스쿨, 함께 성장하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과거의 환경과 상황 때문에 미래가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씨드스쿨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면 얼마든지 그 꿈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씨드스쿨을 통해서 Seed뿐만 아니라 T 또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는 것을 최고로 삼는 현시대에서 크리스천 젊은이까지도 꿈을 잃어가고 있다. 씨드스쿨은, Seed로 대표되는 아이들을 통해 젊은 T들이 스스로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를 깨닫게 한다. Seed 한 명 한 명이 자신을 통해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T는 자신을 가두었던 틀을 벗어내고 잃었던 사랑과 꿈, 그리고 소망을 되찾는다. 서로에게 생명력이 되어 함께 성장하는 것, 이 모습이 바로 씨드스쿨이다.
틀은 우리를 가둘 수 없다. 씨앗이 땅을 뚫고 거대한 나무를 하늘을 향해 내어보내는 것처럼, 꿈은 우리를 틀 너머에 존재하는 확장된 세계로 이끈다. 씨드스쿨을 통해 작지만 강력한 씨앗들이 이 땅에서 넉넉히 자라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씨드스쿨 | seedschoo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