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탑밴드가 시즌2로 돌아왔다. 아직 한 회도 방송하지 않았지만 인터넷 예선 단계에서 벌써 그 화려한 참가자들로 인해 이슈가 되었다. 데이브레이크, 몽니, 타카피, 슈퍼키드, 와이낫, 애쉬그레이, 피아, 네미시스, 트랜스픽션, 로맨틱펀치, 내귀에 도청장치 등등 인디음악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팀들이 겸손하게 예선 출전자로 신청서를 내밀었다. 피아같은 경우는 데뷔 10년이 넘은 노장들이니, ‘이대로 그냥 락페스티발 라인업이다’, ‘심사위원은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등의 반응이 그리 호들갑스럽지만 않다. 그런데 그들이 보여줄 멋진 무대에 대한 기대에 앞서 왠지 짠한 마음이 먼저 드는 건 왜일까.

언젠가부터 방송가를 휩쓸었던 수많은 오디션프로그램 중에서 탑밴드는 약간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데뷔하지 않은 순수 아마추어들을 발굴해내는 의미가 있었다면, 탑밴드는 아마추어 발굴도 있지만, 이미 인디라는 회색지대에서 프로로서(생계수단으로써 의미보다는 전문성의 관점에서 프로로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에게 공중파 방송을 통해, 그것도 주말 황금시간대에 출연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주었다.

탑밴드 시즌1이 처음 시작될 무렵, 인디밴드에 관련된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기대감에 술렁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특별한 음악 세계를 누군가에게 심사받는다는 포맷 자체가 인디 뮤지션들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탑밴드에 출연하는 것은 마치 출세를 위해 영혼을 파는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회를 거듭하며 주목받는 팀들이 생겨났고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대표적 수혜자는 게이트플라워였다. 단독공연을 열어도 20명이 모이지 않았다는 그들의 앨범은 탑밴드 출연 후 재발매되어 불티나게 팔렸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소중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진심은 무엇보다 강력했다. 탑밴드 시즌2 예선 접수가 시작하자 마자 시즌1과는 반대로 기라성같은 인디밴드들이 모여들었다.

바로 요 순간, 본인은 짠함을 느낀다. 인디밴드들이 설 자리가 얼마나 없으면 이렇게 약속이나 한듯이 한 무대로 모여들까. 과연 이들이 아마추어들과 같은 이름표를 달고 초조하게 대기 순서를 기다리는 굴욕(?)을 참아낼 수 있을까.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또 이런 기회는 없다. 잠깐 심사위원의 독설을 견뎌내고 자존심과 조금 타협하면 전 국민에게 자기 음악을 들려 줄 수 있다. 언제 인디 뮤지션들에게 그런 기회가 있었는가. 뮤직뱅크 한 번 출연하려면 상당한 뒷돈이 든다던데. 그래, 생각을 바꿔보면 그렇게 짠하지만 않다. 인터넷 예선 통과자들을 대상으로 치룬 비공개 1차예선 공연 현장에서도 분위기는 훈훈했다는 후문이다. 심사위원들도 자신들의 동료뻘인 참가자들에게 조심스럽지만 애정어린 심사를 했고, 참가한 중견 밴드들도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음악을 온전히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는 후문이다. 탑밴드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흐려지는 오늘의 세태를 정확히 보여주는 현장이다. 또한 메이저와 인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이다. 뭐 그런 카테고리가 그리 중요하겠어. 노래하고 음악을 함께 즐긴다는 본질이 중요한 것이지. 이참에 인디음악이 멀리멀리 퍼졌으면 좋겠다. 비주류의 치명적인 매력이 음악을 타고 이곳저곳 흘러갔으면…. 글 이재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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