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나이 _ <차연(差延, Différance)>

첫 트랙부터 잠비나이의 음반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거문고가 홀로 여덟 마디를 연주하고 난 뒤에 전자기타와 드럼이 마치 폭발하는 듯이 포효한다. 이어서 해금이 구슬프게 현을 긁어댄다. 이것은 전자악기를 사용한 국악인가, 아니면 국악기를 사용한 메탈 음악인가? 극도의 고요함과 극도의 소란스러움, 일체의 괴로움이 사라진 극락의 평화와 지옥에서 벌어질 법한 파괴적인 아귀다툼이 한 노래 안에 공존하는 잠비나이의 음악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데리다의 표현에서 가져온 ‘차연(Différance)’ 이라는 음반 제목처럼, 그들의 음악은 자신을 하나의 장르로, 하나의 범주와 하나의 의미로 고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미루는 듯하다. 처음 듣는 음악을 자신이 알고 있는 선지식에 끼워 맞춰 파악하곤 하는 청자의 시도를 보기 좋게 무산시킨다. 폭풍 전야의 잠잠함처럼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에너지의 소용돌이는 그 강렬하게 폭발하는 중심으로 사람을 끌어들인 후 다시 허탈한 잔해들을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지곤 한다. 어떤 면에서 그들의 음악은 굉장히 종교적처럼 보인다(물론 기독교의 영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세 명의 젊은 국악인으로 구성된 잠비나이가 앞으로 보여줄 음악적 행보에 더욱 특별한 관심을 끌게 하는 음반이다. 글 정동현


Monotoi _ <Gloomy Cat>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친숙함과 재기 발랄하게 빛나는 신선함의 균형. 한번 들어도 저절로 귀에 감겨서 흥얼거리게 하는 선율. 진지한 감상뿐 아니라 일상의 배경을 무리 없이 채워줄 수 있는 자연스러움. 모노토이의 첫 음반은 팝 인스트루멘탈 음악의 장점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대형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실내악 규모이기 때문에, 웅장한 스케일의 야니(Yanni)나 양방언의 음악보다는 훨씬 소박하다. 작은 편성에 어울리게 음악이 포착하는 세계도 일상의 단면에 가깝다. 그러나 그 장면을 느슨하거나 정적이지 않고 활동적으로 재현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개별 곡들의 선율과 리듬이 환기하는 시각적, 촉각적 이미지가 해당 곡의 표제와 적절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Gloomy Cat’ 에서 느껴지는 사뿐한 고양이의 움직임과 ‘멋진 하루’ 의 클라리넷 선율이 그려내는 따뜻하고 나른한 오후의 분위기. ‘Ocean Light’ 에서 몽환적으로 반복되는 프로그래밍 사운드가 그려내고 있는 밤바다의 찰랑거리는 물결과 그 위에 흩어지는 별빛. 그리고 ‘Lazy Street’에서 현악기와 클라리넷이 같은 음을 주고받으며 만드는 느릿한 걸음걸이의 이미지가 마치 한 편의 잔잔한 영화를 보는 것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존 박 _ <Falling>

부드럽고 묵직하면서도 약간은 까끌까끌한 질감이 느껴지는 존 박의 매력적인 음색과 고급스러운 편곡이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음반이 탄생했다. 존 박이 직접 가사를 쓴 타이틀곡 ‘ Falling’ 은 마치 영미권의 팝을 듣는 듯한 이국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든다. 그러나 ‘ Falling’ 은 수록된 다른 네 곡과는 좀 따로 논다는 인상을 준다. 잇따르는 네 곡 중 김형석이 작곡한 경쾌한 미디엄 템포의 ‘Good Day’ 를 제외하고 ‘왜 그럴까’ 와 ‘이게 아닌데’ , 그리고 ‘그 노래’ 에서 작곡자 김동률의 영향력이 존 박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일까. 12/8박자의 ‘이게 아닌데’ 를 들으면서 ‘슈퍼스타K 2’ 에서 존 박이 불렀던 ‘취중진담’ 이 오버랩 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특히 마지막 곡인 ‘ 그 노래’ 는 피아노와 스트링 위주의 편곡에서부터 창법과 강약 조절에 이르기까지 김동률의 손길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나 역시 김동률의 골수팬이기 때문에 크게 불만은 없고(오히려 반갑다!), 존박과 김동률의 음악적 색깔이 잘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치 김동률의 노래에서 보컬만 바꾸어 부른 듯한 이 묘한 느낌, 이것은 분명 오디션 참가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프로 음악인으로서 존 박이 풀어내야 할 과제가 아닐까.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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