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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리뷰는 힘이 세다

반짝반짝 빛나게 되기를, 당신을 응원합니다│영화<디어 한나(Tyrannosaur)>


디어 한나 Tyrannosaur
패디 콘시딘
피터 뮬란, 올리비아 콜맨, 에디 마산

한 영화평론가는 <디어 한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세의 폭력에 내세를 위한 종교가 얼마나 무용한지 새삼 일깨우는 결말이 충격적이다.” 정말 무용할까요? 제 고민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했습니다. 
한나는 신앙이 있는데도 현실은 매우 암울합니다. 죠셉은 이제껏 저질러 놓은 일과 자신에게 남아있는 폭력적 성향 때문에 새로운 삶, 다시 말해 ‘회복’ 이 그리 쉽지만 않습니다.
하나님은 한나에게 남편 때문에 너무 괴로운 데 그저 ‘용서하라’ 고 압박, 강요하듯 말하는 분이실까요?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보이신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에 감동하여 반응하며 행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용서’ 가 아닐까요? 하나님은 우리의 고통에 너무나 아파하시는 분이시기에 한나의 그 아픔을 모르실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한나가 남편을 살해한 사실을 죠셉이 알았을 때 한나를 감싸고 범죄를 은폐하는 걸 도왔다면 어땠을까요? 그들은 더더욱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지체되고,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죄가 반복되고 자유로운 삶을 더 멀어지게 하는 또다른 원인을 제공하여 현실의 문제들이 겹겹이 더 쌓여만 갔을 테니까요. 영화에서 조셉이 한나에게 편지를 쓸 무렵, 한나는 교도소에 있었습니다. 현실에서 죗값을 치르고 있는 한나. 그러한 한나에게 편지를 써주며, 가끔 찾아와 주는 조셉. 이보다도 현실성 있는 해피엔딩(혹은 해피스타팅)이 어디 있을까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마주하고 그 상황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가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회복으로 가는 삶이 아닐까요? 그렇기에 한나와 죠셉은 다분히 회복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했다고 봅니다. 에스겔서에서도 마른 뼈를 다시 붙이셨던 하나님. 우리 교회 목사님 말씀을 빌리자면 ‘정리정돈의 하나님’ . 정신없고, 얼룩 많고, 상처 많은, 문제 많은 이 삶의 정리정돈을 하시는 분, 하실 수 있는 분, 하길 원하시는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니까요.
분명, 영화의 그 결말, 그가 그녀에게 편지를 쓰는 그 순간이 새로운 출발의 시점이라 믿습니다. 회복까진 아직 어렵더라도 더는 반복하지말기를 다짐하는 순간이니까요. 지금은 비록 하나님에 대한 원망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을지라도요. 5시에 온 포도원 품꾼에게도 같은 삯을 받아가게 하신 하나님. 유산을 챙겨 집을 나간 아들이라도 다시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아들이 돌아오자 눈물 흘리며 기뻐하며 맞이하는 하나님. ‘에서의 발꿈치를 잡고 나온 자’ 라는 뜻의 이름인 야곱을 ‘이스라엘’ 이란 이름으로 바꾸신 하나님, 어떠한 역경에서도 요셉의 꿈과 하나님 구원 역사의 뜻을 이루신 하나님. 그 하나님은 이들에게도 뜻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때론 너무나 힘들어 눈물로 얼룩진 나날이겠지만 그 시간을 지나고 밝게 웃을 수 있는 날이 말이죠.
영화의 포스터에는 “신이 아니라, 당신을 보러 갔었어요”라고 쓰여 있습니다. 언젠가 어떤 영화에는, 혹은 <디어 한나>의 후속 영화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으면 하고 작게 꿈꿔 봅니다. “당신을 통해… 신을 봤어요.” 그러려면 제 자신부터 저를 통해 죠셉과 한나와 같은 누군가가 하나님을 볼 수 있도록, 삶이 아무리 버겁더라도 다시 또 소망하고, 힘껏 사랑하며 살아가야겠죠?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의 상처를 싸매시며 그들의 맞은 자리를 고치시는 날에는 달빛은 햇빛 같겠고 햇빛은 일곱 배가 되어 일곱 날의 빛과 같으리라(사 30:16).” 죠셉과 한나가 찬란하게 빛나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되는 건, 저 역시 제 삶에서 이 말씀에 소망의 닻을 내리며 언젠가 나도 찬란하게 빛나게 되는 날이 오리라 믿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 김선예 sunkiss_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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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한나 (2012)

Tyrannosaur 
9
감독
패디 콘시다인
출연
피터 뮬란, 올리비아 콜먼, 에디 마산, 시안 브렉킨, 폴 포플웰
정보
드라마 | 영국 | 91 분 | 2012-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