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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05-06 가족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 특집 6 _ 아빠와 함께한 화요일│아빠랑 손 꼭 잡고 서점 데이트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화벨이 울린다. 아빠다. 엄마는 모임에 가서 늦게 오시고 집에는 밥이 없어서 집 근처에서 죽을 드시고 계신단다. 혼자 드시기가 영 적적하신지 빨리 오라 재촉하신다. 죽을 드시는 아빠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맛있다며 한 입 먹어보라신다. 손사래를 치며 나는 배불러서 못 먹는다고 많이 드시라고 했다. 얼른 먹고 서점에 들르자 하니 순식간에 그릇을 비우신다.
아빠랑 손을 꼭 잡고 서점에 들렀다. 늘 그러던 것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어떤 책이 좋을까 뒤적대다가 아빠에게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시는지 넌지시 물어봤다. 그리고는 책은 보지도 않고 서점 안을 천천히 걸으며 아빠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숲을 거니는 것처럼. 꼭 잡은 손은 놓치지 않은 채로. 그러다 문득 시가 고파져서는 아빠를 시·수필 코너로 잡아끌었다. 시집이 늘어서 있는 가판 앞에 서서는 생글거리며 말했다. “아빠, 아빠가 골라주시는 시집 읽고 싶어요.”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시집을 골라달라는 말에 아빠는 집고 읽고 내려놓기를 몇 번, 이내 하나를 꼭 잡고 이게 좋겠다며 기분 좋게 웃으셨다. 다시 손을 잡고 계산대로 가며 본 시집의 부제, 사랑. 아빠는 딸이 늘 ‘사랑’을 노래하며 살기를 바라시나 보다. 다음에는 내가 아빠에게 책을 골라 드려야겠다. 글·사진 신화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