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군중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란 참 어렵다. 옳음의 기준을 꺼내들 틈도 없이 대다수가 보이는 모습 그 자체로 옳은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 전에 특별한 경험을 하나 했다. 매번 응시자로만 가던 토익시험장에 감독자의 위치로 간 것이다. 고작 네 시간 일하고는 몇만 원의 수고비를 받는 고소득 아르바이트였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덥석 받아들인 나는 그 덕분에 돈에 비할 수 없는 값지고도 쓰라린 경험을 하고 말았다. 

대한민국 젊은이라면 한 번쯤은 접해 보았을 토익시험.
아마도 다수가 보는 시험으로서는 수능 다음이지 않을까. 부모에서부터 자녀, 젊은이에서부터 노인까지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분야가 바로 영어이기에 토익을 비롯한 영어능력평가시험이 판을 치고 있는 세계가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이미 고백했지만, 나도 피해 갈 수 없는 이 나라 젊은이라 어쩔 수 없이 “토익시험 좀 잘 봐 주어야 하는데”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당신은 토익시험장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관찰해본 적이 있는가? 중요한 시험 전에 유체이탈을 하는 것이 취미가 아니고서야 없을 것이다. 뜬금없이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사각형의 시험장에 들어섰을 때 내 눈에 비친 약 서른 명의 가까운 토익시험응시자들이 신기하게도 모두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에 대한 경계심? 시험에 대한 긴장감? 여유로움? 아니다. 단 하나의 표정이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바로 절박함! 그 누구 하나 절박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시험 보는 내내 궁금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저런 절박한 표정으로 토익시험을 보는 것일까? 도대체 토익시험이 뭐기에? 토익시험을 잘 본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꿈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학교 졸업이 꿈이거나,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말한 것들은 정확히 말하자면 꿈이 아닌 목표일 뿐이다.

이까짓 토익시험 하나에 우리는 왜 절박해야 하는가?
‘절박’이란 단어가 좀 더 잘 어울리는 많은 목표가 있는데, 고작 토익시험 고득점이라니. 그것도 오로지 취직을 위해서라니. 취직하는 것, 상당히 중요하다. 나와 앞으로 만들어질 내 가족의 삶을 책임져줄 ‘업’이니 당연하다. 그렇다 해도 뭔가 억울한 마음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절박’이란 감정을 이렇게 현실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좀 더 이상적이면서, 오로니 나를 위한 목표가 아닌 여러 사람을 위한 목표를 위해 절박한 표정을 짓고 싶다면 그저 내 욕심일 뿐일까.
아이에게 진흙쿠키를 먹일 수밖에 없는 어머니는 빵이 절박하다. 음악이 유일한 위로가 되는 어느 자폐아 소년에게는 고장 난 피아노 하나가 절박하다. 이렇듯 ‘절박감’은 육적 영적 생명과 연결되는 감정이다. 그저 아무 데나 내어 보내는 값싼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사회 탓도 있다. 우리로 하여금 영어와 대기업에만 매달리게 하는 현 사회는 어딘가 크게 고장이 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안에서 선택을 하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엄연히 우리 자신이다. 우리에게는 어떤 것을 위해 ‘절박한 표정’을 지어야 할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다. 그렇다면 좀 더 젊은이다운 패기를 지니고 ‘절박감’에 걸맞은 꿈을 꾸어보는 것은 어떤가? 뜬구름 잡는 소리라 해도 괜찮다. 너무 이상적인 것이라도 괜찮다. 적어도 얼굴에 그늘이 지게 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젊음으로 충만한 ‘절박감’이 당신의 얼굴을 빛나게 할 것이다. 글 윤지혜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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