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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편집장의 편지

2012년 7-8월 편집장의 편지

생각나십니까? 그렇습니다. 작년 이맘때 사진은 강렬한 태양이 아스팔트 위를 물들이며 아지랭이가 올라오는 사진이었습니다. 작년엔 태양을 바랐었습니다. 여름내 비가 왔었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날이 5일 안팎이었으니까요. 올해는 정반대입니다. 한발입니다. 뜨거운 아스팔트 골목의 좁은 흙 위에 돋아 있는 클로버가 바짝 말라 있습니다. 위로 뻗어 있는 장미는 때이른 더위에 색이 바래 마치 버리기 아까워 벽에 걸어 놓은 마를대로 마른 선물받은 꽃다발 같다고나 할까요. 
성마르게 에어콘 스위치에 손을 데려다가도 이내 내려 놓습니다. 비루하게 나만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알든 모르든 나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함께 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함께 살 이 다음 세대의 누군가와 말이죠. 뭐든 양껏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돈도, 물도, 전기도 말이죠. 

이번 특집은 섬입니다. 
굳이 장 그르니에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린 섬과 같은 존재입니다. 섬이 또 다른 섬을 찾아갔습니다. 섬을 찾아 떠나는 좋은 시기입니다. 좋아서 떠나더라도 소비하고, 유흥하고, 흥껏 파괴하는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찾아간 섬에는 섬 주민이 있었고, 소통을 그리는 한 화가가, 만남을 좋아하는 한 교회가, 자연을 닮은 한 농부가,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카페가 있었고, 예술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우리의 특집을 읽고 섬을 찾아가는 이유를 달리한다면 나는 그것으로 기뻐할 것입니다. 우리 섬에서 만나요.

문화라는 도구를 이용해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소통과 나눔이 존재하는 장을 신촌에 열었습니다. 5월 1일 이야기 입니다. 지난 호엔 찾아줄 것을 부탁했었습니다. 오십시오. 당신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 어떤 광장도 무의미 합니다. <필름포럼>입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겠지만, 지나가며 남기는 것은 눈치채지 못하게 마음에 켜켜이 쌓입니다. 가뭇없이 평화가 사라지고, 쉬이 분주해져 한없이 들떠 보낼 수 있는 7-8월입니다. 수많은 만남에서도 평화를 찾아 오늘을 누리시길….

편집장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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