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이후 한동안 공황상태에 있던 내게 한편의 시가 위안을 주었다.

묵화(墨畵) - 김종삼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함께 걸어갈 누군가가 있음은 
최고의 위로다. 

지난 호에 이어 CCMAKER 최덕신을 평가하는 다섯 가지 기준을 분석한다.

3. 편곡
작사, 작곡에 능한 사람이 편곡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반대로 편곡은 잘 하는 이가 작사, 작곡을 거의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두 분야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음악성을 요구하는 것이긴 하지만 실은 두 분야는 서로 아주 다른 것이다. 작곡가와 편곡가, 어느 쪽의 음악성이 더 뛰어나다고 쉽사리 판단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론 음악 이론 전반에 더 밝은 이나 음악을 전공한 이가 편곡을 하는 경우가 더 많고, 오히려 그들은 그런 이유로 이론적 틀을 깨기가 어려워 작곡 분야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작사, 작곡이 좀 더 원초적인 창조성에 근거한다면, 편곡은 좀 더 탄탄한 음악적 기반을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개인적인 소견에 편곡은 ‘옷을 입히는 것’ 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실제로 편곡을 Arrangement가 아닌 Coordination으로 표기하는 아티스트도 있다). 타고난 사람의 신체가 원곡이라면, 편곡은 거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혀주는 것이다. 정장이 좋을지, 캐주얼이 좋을지, 스카프로 포인트를 줄지, 모자를 씌울지, 날렵한 하이힐로 마무리를 할지, 편안한 샌들이 좋을지 결정하는 것과 같다. 그 선택에 따라 사람이 확 달라 보이기도 하고, 더 아름답고 멋있어진다. 
그것이 단순히 음악이나 트랜드만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에 집중해야 하는 CCM의 편곡은 그래서 더 어렵다. 최덕신의 탁월함은 작곡가로서 훌륭함에, 편곡을 통해 메시지의 전달력을 극대화한다는 데 있다. 초창기 4부 합창과 피아노 위주의 편곡에서 점점 사용하는 악기도 다양해지고 솔로, 듀엣, 대규모 합창 등 다양해졌다. 특히 그의 편곡 역량이 가장 잘 구현된 것은 단연 찬송가 편곡이었다. ‘내 주는 강한 성이요’ , ‘보혈 찬송 메들리’ , ‘경배 찬송 메들리’ , ‘회개 찬송 메들리’ , ‘선교와 승리 찬송 메들리’ 등 주제 찬송가들을 다양한 리듬과 스타일로 재구성한 결과물은 현재도 그 이상의 것이 나오지 않았으리만큼 메시지와 음악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낸 최고의 작품이다.

4. 프로듀싱(음반구성)
프로듀싱은 편곡과 연장선에서 얘기할 수밖에 없는 분야지만 음악이나 사운드 쪽보다 음반 구성, 곡 배열의 관점에 더 집중하려 한다(사실 주찬양의 음반들의 가장 큰 아쉬움은 사운드의 문제다. 당시 기술력의 한계도 있었겠거니와 9집의 경우 음질 문제로 CD 발매가 되지 않았다). 
최덕신은 주찬양의 전집과 자신의 개인 앨범 모두 타이틀을 중심으로 한 ‘콘셉트Concept 앨범’ 으로 만들었다. 앨범 속지의 글은 전체 메시지에 대한 일종의 강해였고 프로듀싱 방향에 대한 안내서 역할을 했다. 4집은 부활절 칸타타였고, 5집은 내면의 영적 전쟁에 대한 치열한 보고서다. 송명희의 시에 곡을 붙인 기획 앨범이 주기적으로 나왔고, 1990년부터는 ‘프로그램 시리즈’ 를 본격화했다. 유사한 형태로 미국 컨티넨탈 싱어즈의 매해 프로그램이 당시 유명한 곡을 짜깁기 한데 반해, 주찬양의 프로그램은 전체가 최덕신의 가사와 곡으로서 훨씬 더 일관되고 집중력 있는 흐름을 보여준다. 
전국 투어로 이어진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 ‘호산나 이 땅을 고치소서’ , ‘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자여’ 뿐 아니라 ‘전신갑주 취하라’ 는 세미 뮤지컬로 만들어져 공연되기도 했다. 최고의 CCM 아티스트가 된 박종호, 송정미의 데뷔와 초창기 명반들 역시 ‘프로듀서 최덕신’ 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5. 퍼포먼스
최덕신은 그 자신이 음역대가 넓고 폭발적인 가창력의 보컬리스트는 아니었지만, 중저음의 안정감 있는 보이스는 당시 젊은이들에게는 최고의 롤모델이었다. 각 교회마다 ‘그 교회의 최덕신’ 이 있었고, ‘소망의 바다’ 로 만나기 전 나는 ‘찬미 선교단의 최덕신’ 이었고, 전영훈 목사는 ‘살렘선교단의 최덕신’ 이었다. 음악성만큼이나 좋은 스토리텔러였던 그는 노래 사이에 메시지와 간증을 적절히 섞어 전했고, 건반, 기타, 바이올린, 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다채롭게 무대를 이끌었다.

또 하나의 사족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장 자크 루소, 삶이 그다지 신앙적이지 않았던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곡들이 버젓이 찬송가에 포함되어 있다. 그 분을 향한 노래는 창작자든, 연주자든, 비평가든, 청자든 상관없이 그 자신이 주인이 아니다. 당연히 우리의 삶의 궤적에 흠결이 전혀 없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하나님은 그 분을 향한 고백에서 자신의 영광을 취하신다.
성경은 성직자가 읽든, 사형수가 읽든 그것을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자존성을 가지듯, 찬양 또한 그것을 만든 이든, 부르는 이든, 듣는 이든, 그들이 누구냐에 상관없이 찬양으로서 자존성을 지닌다고 믿는다. 최덕신의 노래를 듣고 부르는 이들이여.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누리시라.



필자의 편견으로 꼽은 최덕신의 최고 명곡 10곡을 소개한다. 꼭 찾아 들어보시기를 권해드린다.

1. 그 이름(주찬양 1집 ‘그 이름’)
2. 나(주찬양 1집 ‘그 이름’)
3. 사랑의 주님을(주찬양 3집 ‘오 기쁘도다’)
4. 주를 찬양(주찬양 5집 ‘내 주는 강한 성이요’)
5. 내가 네 안에 착한 일을 시작했노라(주찬양 5집 ‘내 주는 강한 성이요’)
6. 주를 만났네(주찬양 5집 ‘내 주는 강한 성이요’)
7. 천지창조(주찬양 8집 ‘호산나 이땅을 고치소서’)
8. 여호와 우리 주여(박종호 1 집 ‘살아계신 하나님’)
9. 예수 이름 높이세(박종호 2집 ‘나를 받으옵소서’)
10. 어찌하여 열방이(송정미 2집 ‘Psalms 2’)


민호기|CCM 소망의 듀오 ‘소망의 바다’ 가수이자, 목사, 교수인 그는 요즘 작가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그는 그보다 좋은 아빠와 남편이길 원하고 하나님 앞에서 작은 예배자로 살기를 소망한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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