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철 _ <작은 방>

그동안 솔로로, 밴드로, 영화음악 작곡으로 여러 방면에서 활동해 온 이한철이 3년 만에 개인 음반을 들고 나왔다. 어느덧 데뷔 20년을 바라보고 있는 중견가수의 네 번째 솔로 앨범 주제는 ‘흘러감’이라는 단어로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흘러간다 바람을 타고 / 물길을 따라 흘러간다 … (중략) … 지난날 나에게 거친 풍랑 같던 / 낯선 풍경들이 저만치 스치네(‘흘러간다’).”
마치 손끝 사이로 물이 빠져나가듯, 그의 곁에 있던 많은 것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나가 버렸다. 이제 거울 속에는 “사막같이 거칠어진 피부 깊게 팬 주름살의 이마”를 가진 낯설고도 낯익은 중년의 남자가 서 있다(‘올드보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던 사랑도 “먼지투성이 바람”이 흘러 지나간 자리에 추억으로 남았다(‘사랑’). 그러나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담담한 어조로 노래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의 흐름조차도 삶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까. 그리하여 이한철은 “꽃이 될 수 없는” 누군가를 향하여 시선을 돌리기도 하며(‘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우리를 에워싼 모든 것”이 “빛나는 지구를 나눠 쓰는 하나일 뿐”이라며 인식을 확장하기도 한다(‘모든 게 아름다워’).
하지만 나의 삶은 결국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바람이 부는 대로”, 그리고 “바람이 닿는 곳 그 어딘가로” 흘러가다 보면 사랑하는 이와 재회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품었던 꿈을 이룰 수 있을까(‘흘러간다’). 흘러가 버린 과거와 아직 닿지 않은 미래, 그 사이에서 이한철은 확실한 답을 말하기보다는 그저 조용히 ‘소리들’ 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따름이다. 점과 같이 무수한 ‘소리’ 의 순간이 만들어 가는 빛나는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바닥엔 빗소리 사람들 발소리 / 차 지나는 소리 때마침 음악 소리 / 물건 파는 소리 우리 걷는 소리 / 우산 접는 소리 문이 열리는 소리 / 그대의 말소리 이제는 우리 둘이(‘It's Raining’).”


Pepper t ones _ <Beginner ' s Luck>

페퍼톤스의 음악은 늘 그렇듯 경쾌하고 발랄하고 시원하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는 블루톤의 앨범 재킷이 이들의 음악의 색깔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처음 세 곡인 ‘For All Dancers’ , ‘행운을 빌어요’ , ‘러브앤피스’ 부터 페퍼톤스는 담백하면서도 활력이 넘치는 밴드 연주와 유려한 멜로디 라인을 앞세워 작심하고 몰아치는 느낌이 든다. 타이틀 곡인 ‘행운을 빌어요’ 에 나오는 ‘시작하는 여행자’ 라는 표현은 실제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가리킬 수도 있지만, 삶을 여행이라 말하는 익숙한 비유에 따라 이제 막 삶의 꽃봉오리를 피우는 시기에 있는 젊은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젊음의 푸른 기대를 각박한 현실에 무기력하고 냉소적으로 반납하는 일이 일상이 된 2012년의 대한민국에서, 크고 선명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beginner’ 에게 ‘행운luck’ 을 빌어 주는 그들이 있어서 고맙고, 힘이 된다. 


Eric Benet _ <The One>

여러 차례 내한하여 소울/알앤비 음악의 매력을 우리나라에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대표적인 음악가 중 한 명인 에릭 베네(Eric Benet)가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다. 귀에 잘 들어오는 반복적인 후렴구의 코러스 위에 얹히는 에릭 베네의 다채로우면서도 안정적인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독특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가성으로 일관하여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Real Love’ , 힙합 음악가인 릴 웨인(Lil Wayne)과 협연한 ‘Redbone Girl’ , 그리고 맏딸인 인디아 베네(India Benet)가 참여하여 음악가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Musik’ 등의 트랙을 주목해서 들어볼 만하다. 최근에 여러 평자가 우리나라 가요계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음악들이 영미권의 소울/알앤비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지적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케이팝스타>에서 젊은 가수 지망생들이 불렀던 노래들 대부분이 소울/알앤비 음악이었다는 사실도 그와 같은 경향성을 방증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소울/알앤비의 원조 격인 에릭 베네의 음악과 우리나라에서 나름대로 ‘토착화’ 의 과정을 거친 주류 음악들을 비교하며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글 정동현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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