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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동선예감

올랑고 아일랜드, 맹그로브 숲을 가다


땅이 아닌 바다에서 자라고 새끼를 낳는 희한한 나무가 있습니다. 나뭇가지의 가장자리에 생긴 새끼 나무가 바닷물에 떨어져서 번식하는 맹그로브입니다. 맹그로브숲이 형성되면 바다 바닥에 육지에서 흘러내려 온 퇴적물이 쌓여 점차 육지로 변하는 기적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맹그로브는 쓰나미 피해를 막아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맹그로브 숲은 일상적인 파도가 내는 에너지의 70 ~ 90%를 흡수한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맹그로브 숲은 각종 수생 생물들의 서식지가 되고 수질 정화를 하며 다양한 유기물질을 풍부히 제공한다고 합니다. 

지난 여름 오래간만에 가족과 필리핀 세부의 올랑고 섬을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마닐라에 사는 지인이 필리핀 최고의 여행지로 올랑고 섬을 알려주더군요. 보물섬으로 유명하지만, 관광객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지상낙원 같은 곳으로 거대한 맹그로브 숲과 그 안의 다양한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조류 관찰로 유명합니다.
새에게는 큰 관심을 두지 못했지만 맹그로브 숲이 있는 올랑고 섬의 바닷가는 해변에서 바다 방향으로 수백 미터까지 걸어나가도 바닷물이 무릎까지밖에 차지 않아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맹그로브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바다 위를 걷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인간의 세상을 떠나 유토피아의 품에 안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깡통 하나씩 들고 다니며 맹그로브 숲에서 게와 조개류를 평화롭게 잡고 있었습니다. 촐랑거리며 뛰어다니는 짱뚱어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이 맹그로브 숲이 우리 인간에게 남겨진 마지막 희망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강제욱|사진작가. 전 세계의 환경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국내외의 많은 매체와 함께 일하면서 환경 문제를 널리 알리고 있으며, 9회의 개인전과 30여 회의 그룹 전시회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