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극적인 걸 좋아한다. 1990년대 초반, 혜성처럼 나타난 김원준은 그 시대를 풍미했고 이끌었다. 그리고 사라졌다. 8년이 지난 후에 김원준은 한물간 락가수의 이야기로 화제를 일으킨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라디오스타>로 돌아왔다. KBS주말연속극<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에서 김원준이 맡은 역할도 그랬다. 한 때는 잘 나갔지만, 이제는 옥탑방 월세를 못 내 전전긍긍하는 가수, 윤빈. 윤빈이 재기에 성공하는 드라마를 보며 사람들은 윤빈을 연기하는 김원준에게 같은 드라마를 기대했다. <넝굴당>이 찾아준 인기와 팬을 궁금해하면서. 그러나 막상 만난 김원준은 달랐다. 갈등과 해결이 분명한 드라마가 아닌 자신만의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글 원유진 · 사진 탁영한

“<넝굴당>이 방영되고 있는 2012년 초부터 변화했다고 굳이 얘기하면, 눈으로 보이는 변화로는 가수로서만 아닌 방송ㆍ미디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확대됐어요. 예전의 제 모습이 단면적이었다면 훨씬 입체적이고 풍성해진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제 내면에서는 20세기 때 이미 모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저를 많이 다지고 신앙적으로 극복해서, 버티고 이겨낼 수 있어서 지금이나 그때나 달라진 건 없어요.” <넝굴당>을 가지고 ‘재기’를 말하는 사람과는 달리 김원준은 이마저도 과정에 있다고 보았다. 주인공병, 인기증후군에서 벗어나 유연해지고 쉽게 포기하거나 상처를 받지 않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주님의 방법을 배워가다
“가수 데뷔하고. 또 하나님 안 찾다가 찾은 거예요. 하나님이 ‘이번에는 마지막이다. 필요할 때만 찾지 마라. 혼난다’ 하셨어요. 알았다고 1등 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죠. 1등 했어요. 그리고 또 안 찾았어요. 5집 내고 심하게……. 극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죠. 그건 안 들어주셨어요. ‘네가 알아서 해.’ 그래서 공백이 본의 아니게 6, 7년 생긴 거죠.” 독실한 크리스천 집안에서 태어난 김원준은 자신에게 종교의 선택권이 없는 게 싫었다. 원불교, 불교, 가톨릭을 거치면서 종교의 자유를 찾았지만,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 올라갈 때, 예쁜 애가 있었어요. 그때부터 교회 열심히 다니고 그 애 때문에 성가대도 하고, 그 친구 때문에 교회에서 살았죠.”
세례를 받은 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였다. 교회를 통해 음악을 접한 후, 그 당시에 빠져 있던 헤비메탈을 바탕으로 하드락밴드를 만들어 ‘문학의 밤’에서 공연을 했다가 불려 가서 혼도 났다. 자신 때문에 문학의 밤이 없어지는 걸 지켜보며 방황도 했지만, 역시 교회가 자신이 가야 할 곳이란 걸 느끼게 되었다. “사람은 겪어보면 쉽게 깨달아요. 말이나 이론으로 하면 안 돼요. 피부로 접해야 깊이가 훨씬 더 깊거든요.” 이때부터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서울예술대학에 지원하고 ‘붙여 주세요’ 기도했고, 소속사 오디션을 본 후에도 ‘붙여 주세요’ 기도했다. 하나님은 그때마다 기도를 들어주셨지만, 기도가 이루어지고 나면 한동안 하나님을 찾지 않았다. 가수 데뷔를 위해 기도했을 때에도 하나님은 기도를 들어주셨고 ‘1등’에 대한 기도에도 응답해주셨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말한 그대로 살려는 소망을 품다
“하나님은 항상, 자기, 본인이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과 고난을 주세요. 절대 이길 수 없는 시련은 안 주세요. 그게 제가 믿는 신앙의 중심이구요. 어떤 시련이나 어떤 난관이 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게 제 지론이에요, 신앙이고. 이게 중요한 게 힘들었을 때 깨달은 게 아니라 그전부터 이런 걸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게 왔을 때 ‘올 게 왔구나’ 하는 거죠. ‘이겨내야겠네.’ 단지 규모가 다를 뿐이죠. 하나님은 어떨 때는 10을 줄 때가 있고 고난의 게이지가 100일 때도 있고요. 5집으로 내고 6집 냈을 때, 혼자 음악을 해내야 하고 아티스트병에 홍역을 앓듯이 시달릴 때, 눈을 떠보니까 세상적으로 얻은 것도 없고 마음적으로 얻은 것도 없었어요. 이게 시련이 된 거죠.”
김원준이 힘을 얻은 말씀은 고린도전서 10장 13절이었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어렸을 때부터 제가 품고 있던 신앙 - 뭐든지 내가 이길 수 있는 시련을 주신다는 생각으로 이것도 분명히 이겨내야 할 거라 생각한 거죠.” 이렇게 차근차근 하나님과 믿음의 관계를 쌓아나갔다. 어떤 일이 생기든지 모든 건 하나님께서 역사하신다는 믿음이 두터워졌다. “지금은 기도가 생활이 되어 있고, 항상 하나님을 따라다니고 항상 함께 있다고 느껴요. 빈말이 아니라 제가 느끼니까요.”

하나님은 주위 사람을 통해서도 김원준과 관계를 세워가셨다. 특히, 매형은 쓴소리도 아끼지 않으셨다. “매형이 미국에서 목회하세요. 한국에 오셨을 때 제가 교회에 모셔다 드린 일이 있었어요. 아이러브지저스 마크를 차 뒤에 붙이고 운전을 하는데, 과속하고 신호위반을 한 번 했어요. ‘저거 떼어라.’ 저 하나님 사랑하는데요.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면서 왜 신호위반을 하고 과속을 하느냐.’ 눈물이 막 나는 거예요. 매형이 어떻게 나한테, 처남한테 이런 얘기를. 시간이 지나서 그 뜻을 안 거예요.”
해프닝으로 지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김원준에게는 큰 상처로 남았고 서서히 상처가 아물며 교훈으로 자리 잡았다.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을 때, 사람들은 또 하나님은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제가 하나님 믿는다고 떠벌리면서 행실이 그렇지 않다면, 그건 모든 그리스도인을 욕되게 하는 거잖아요. 저는 말 한마디, 제 혀에 책임을 져야 해요. 성경처럼. 제 혀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돼요.” 그래서일까, CCM 앨범 제의가 들어오지만, 김원준은 더욱 조심스럽다. “전 더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요. 전 무결점이 아니에요. 전 죄를 많이 지어요. 하나님한테 매일 반성하고 간구할 뿐이죠. 너무 강박관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신앙심이 지금보다도 더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선까지 다다르면 그때는……. 지금은 자신이 없는 거죠.”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으로 자신을 빛내다
상처가 교훈으로 변하듯, 김원준도 달라졌다. 정장을 벗고 편한 옷을 입듯이 ‘포멀’한 데서 ‘캐주얼’한 사람으로 변해갔다. “캐주얼이란 단어를 주셨는데요. 편한 의상을 입을 때 편하게 와 닿잖아요. 예전에는 정장 같은 불편한 모습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많이 부드러워지고 풀어지고 희석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모습으로 갈 것 같아요. 저는 주인공 욕심이 없어요. 극에서나 가수에서나 미디어에서나 옛날에는 주인공병이 있었죠. 지금은 주인공이 아닌, 편하게 볼 수 있는 캐주얼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마음가짐, 애티튜드가. 이런 얘기 수줍긴 하지만, 작품 제의가 많이 들어와요. 처음 질문이, ‘주인공이야?’ 일 수 있지만, 지금은 ‘작품 어때 재미있어?’ 두 번째 질문이 ‘캐릭터가 어때?’에요. 접근법이 달라요. 옛날엔 분명히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첫 질문이 그거였던 것 같아요 ‘나 몇 번째야?’, 완전히 바뀌었어요. 하나님이 제게 주신 교훈이에요.” 
마찬가지로 인기에 대해서도 연연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럴 수 있어요. 이거 하다가 제가 또 일을 안 하거나 잠깐 미디어랑 멀어지면, 쟤 뭐해? 저 사람 저럴 줄 알았어, 왜 저러지? 혀를 찰 수도 있잖아요. 그들 탓으로 돌리면 안 되고 나로서 생각하면, 마음에 병이 되지도 않고. 항상 하나님이 주시는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이니까. 그런 것도 하나의 작은 과정이 되겠지요.” 
음악에서도 개인과 공동작업을 가리지 않고 캐주얼하게 활동을 이어나간다. “모르는 사람과 작업을 하면 협업이란 말을 쓰고 싶은데요. 본질적으로 음악을 돈벌이나 생계, 비즈니스로 한 건 아니었어요. 친구였고 동료라서 협업이라기보단 즐거움의 대상이었구요. M4도 그렇게 진화할 거고. V.E.I.L도 은퇴나 해체는 아닙니다.”


시대를 품는 음악처럼, 추억을 담은 사람으로
예능 진행자와 패널로, 배우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김원준은 가수다. 음악을 만들고 부르며, 가르치고 무대 위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가수.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피아노 앞에 앉아 곡을 쓸 때의 기분을 즐긴다. “음악은 시대를 품고 있어요. 그 음악을 들으면 그 당시에 녹음했던 공연했던 타임머신 기능이 있어요. 저같이 오래된 사람은 사람들의 추억을 안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허브 역할을 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저도 긴장을 놓지 않고 있는 게, 발전된 모습은 지니고 있어야 하지만 변질된 모습은 안 된다는 거예요. 언제든지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호흡을 지니고 있어야 하고 외적으로도 변질되면 안 된다. 보존을 해줘야 한다. 그게 대중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직업병인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배웠고 느꼈고. 조용필 선배님도 항상 제게 그런 얘길 하셨어요. 네가 지켜야 한다. 그게 팬에 대한 예의다. 음악이든 외모든 그걸 품고 있던 음악을 듣다가 그 시간으로 확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V.E.I.L 앨범이었었는데, 그때 정한종 씨랑 했었지, 홍대에서 노래했었지. 추억에 빠져서 트위터에도 글을 남겼어요.”

“요즘 기도제목은 낭만이에요. 낭만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너무 기계적이고 너무 건조해요, 제 삶이. 하나님한테 제가 낭만적인 사람이 되게끔.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하나님께서 아직은 안 보여주셨어요. 영화<브루스올마이티> 보면서 저만 공감했는지 모르겠지만, 제 얘기 같았어요. 저 말고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매일 기도하고 하나님하고 연락하고 싶어 하겠어요. 저도 기다리고 있는 거죠.”
무미건조한 삶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고백하는 김원준. 하나님을 더욱 깊이 느끼며 낭만 가득한 삶에서 한 길을 오래도록 걷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 자신의 위해 기도해준다면, 지금처럼 제 길을 오래 걸어갈 수 있는 낭만 가득한 지혜자가 되도록 기도해줄 것을 부탁했다.

2012년 10월 18일, 김원준은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하는 공연을 준비 중이다. 모놀로그 형식의 영상 음악회로 꾸밀 예정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과 함께 소소한 시간을 보내겠다는 김원준. 앞으로 만날 다양한 모습이 하나님 보시기에 조금 더 아름다운 것이길 기대하며, 김원준의 목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앨범을 만나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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