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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리뷰는 힘이 세다

책 읽기를 넘어서기 위한 책 읽기│그 사람의 서재







그 사람의 서재
복음과상황 | 새물결플러스


과연 갓피플사이트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장기간 차지하는 책은 무조건 좋은 책인가. 기독교 서점에 가득 들어차 있는 기독교 서적들 역시 무조건 좋은 책인가. 일반 온ㆍ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서적들이 그렇지 않듯, 기독교 서적 또한 마찬가지란 걸 제가 안 건 사실 근래의 일입니다.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기독교 서적 중에도 좋은 책과 나쁜 책(혹은 성경적인 책과 덜 성경적인 책)이 있다는 것에 조금이나마 눈이 틔기 시작했지요. 나름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 출석 교회의 권장도서목록과 존경하는 목회자들의 도서 리뷰에서 도움을 입은 바가 큽니다. 사실은 지금도 그 기준을 열심히 세워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좋은 책이라 말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하여
과연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 계속되는 고민 가운데 <그 사람의 서재>를 <오늘>을 통해 만났습니다. 뭔가 그럴싸한 눈높이를 갖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말이지요. 이 책은 기독 지성인 16인의 지나온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좋은 책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 책입니다. 일단은 사진 속에 드러난 그분들의 빼곡하면서도, 때로는 작은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서재의 풍경에 압도당하게 됩니다. 약간의 부러움과 시기가 함께 든다고나 할까요. 내 방은 언제나 저렇게 꾸밀 수 있을까 하는. 놀라운 점은 그분들의 추천 리스트 중 기독교 서적들이 있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일반 인문학 서적이나 자연과학 서적, 문학 서적도 상당량이라는 것입니다. 성경을 알기 위해서는 성경만 보기보다 많은 다른 서적들도 함께 읽으면서 내적인 소양을 기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성경 속 하나님의 복음과 우리를 둘러싼 상황들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일 뿐 아니라 모든 지혜는 하나님으로부터 흘러나온다는 명제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김기현 목사님에까지 이르면 책 읽기는 글쓰기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영성 훈련으로서 글쓰기는 마치 성육신 과정과 유사하며 다윗의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쓰는 이로 하여금 변화된 삶을 경험케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인터뷰이(interviewee)들이 하나같이 다독자일 뿐 아니라 본인의 이름을 내건 저서 또한 어마어마한 다작가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 읽을 책을 고민하게 하는 즐거움
지금의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중에 책 읽기는 그저 단순한 현실 도피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뭔가 행동으로 빨리 보여야 한다는 조바심에 책 읽기는 오히려 걸림돌일 것 같은 염려 말이지요. 하지만 <그 사람의 서재>는 한목소리로 책이 지닌, 특별히 한 사람을 형성하게 하는 엄청난 영향력을 강조합니다. 좋은 책은 좋은 책대로 그 사람을 형성하게 하고, 설사 나쁜 책, 혹은 나와는 정반대의 견해를 지닌 책이라 할지라도 배울 것은 배우면서 독자로서 시각을 넓혀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과하며 우리는 이 험하고 혼란한 세상을 살아내는 영적인 힘과 강인한 분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내려놓으니 갑자기 올해 읽기로 다짐했던 책 리스트를 대폭 수정 혹은 확장해야겠다는 결심이 섭니다. 아마도 많은 다른 독자들 역시 저와 함께 이 고민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이건 즐거운 고민임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글 조정수 liv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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