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_ <Parallax>

1998년이었던가. 데뷔 앨범을 낸 후에 열린 박정현 콘서트에서 느꼈던 전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선배를 따라 뭣도 모르고 콘서트장에 갔던 십 대의 어느 날, 나는 마치 로커처럼 무대를 휘저으며 폭발적으로 노래하다가도 서툰 한국말로 수줍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박정현 누나에게 단번에 ‘꽂히고 말았다.’ 어느덧 15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제 박정현은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디바로 우뚝 서 있다.
그녀의 여덟 번째 정규앨범 <Parallax>는 한껏 무르익은 디바 박정현의 음악 세계를 보여준다. 정석원, 황성제, 나원주, MGR, 돈스파이크, 강현민 등 국내 정상급 음악인들도 함께 참여하여 더욱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타이틀곡 ‘미안해’ 는 멕시코 그룹 카밀라의 ‘Mientes’ 를 번안한 노래인데, 군데군데 원곡의 스페인어 가사와 비슷한 발음의 한국어 단어들을 붙여 넣은 점이 흥미롭다(‘mientes’ 를 ‘미안해’ 로, ‘llegas’ 를 ‘잘 가’ 로 옮김). 원곡의 가사와 멜로디가 어울리며 만들어냈던 음성적 효과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우리말 가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감정 표현을 해 나가는 점이 돋보인다. 그 외에도 영화음악 같은 오케스트라 편곡과 표현력 넘치는 보컬이 어우러진 ‘그렇게 하면 돼’ , 야성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인트로로 시작되는 ‘실감’ , 가볍고 발랄한 창법과 복고풍의 신디 음색이 돋보이는 ‘Raindrops’ , 가수로서 자신의 삶에 대해 노래하는 자작곡 ‘Any Other Man’ ,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 가장 친숙한 느낌의 발라드인 마지막 트랙 ‘Song For Me’ 등 모든 곡이 독특한 매력과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Any Other Man’ 의 한 대목에서 박정현은 “자신의 이름을 빛내고 불멸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늘 힘든 일이었다”고 술회한다. 하지만 박정현은 이미 많은 것을 성취했다. 부디 그녀가 사람들의 기대나 환호, 혹은 자신이 만드는 부담감에 좌우되지 않고,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자유롭고 행복하게 노래하며 우리 곁에 남아 있기를 소망한다.



Pat Metheny _ <Unity Band>

우리 시대 최고의 기타리스트인 팻 매스니(Pat Metheny)의 새 앨범 <Unity Band>는 색소폰과 클라리넷의 크리스 포터(Chris Potter), 어쿠스틱 베이스의 벤 윌리엄스(Ben Williams), 드럼의 안토니오 산체스(Antonio Sanchez)가 함께 연주한 일종의 프로젝트 밴드 앨범이다. 드럼 주자 산체스는 매스니와 오랜 시간 협연해 온 동료지만 색소폰 주자 크리스 포터는 이번 앨범에서 처음으로 매스니와 호흡을 맞추었다. 사실 매스니가 색소폰 주자를 포함한 밴드 음반을 낸 것이 1980년 이후 처음이라는 점부터 이 음반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총 아홉 곡으로 이루어진 <Unity Band>는 최고의 연주자들이 각자의 개성을 발휘하면서도 앨범 표제처럼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서정적인 기타 솔로로 시작되는 첫 곡 ‘ New Year’ , 베이스와 드럼이 만드는 그루브한 리듬 위에서 정교한 멜로디를 주고받는 ‘Come and See’ , 오케스트라의 효과를 내도록 고안된 오케스트리온(orchestrion), 기계적 장치에 의해 악기가 자동으로 연주하게 만든 장치과 프로그래밍 된 루프를 사용하여 독특한 느낌을 주는 ‘Signals’ 등을 주목해서 들어보면 좋을 것이다.


<이해인 수녀가 읽어주는 엄마와 분꽃>

시는 눈으로 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소리 내어 읽을 때 더 깊고 생생한 울림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정작 주변에서 시낭송하는 모임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최근에 시낭송 음반 <이해인 수녀가 읽어주는 엄마와 분꽃>이 발매된 것은 참 반갑고 감사한 일이다. ‘별을 보며’ , ‘나무가 크는 동안’ , ‘엄마와 분꽃’ 등 총 13개의 시 작품과 한 개의 연주곡이 실려 있는 이 음반에서는 오카리나 연주 그룹으로 알려진 뮤직마운트가 전체적인 배경음악을 맡았고, 하림이 세션으로 참여하여 민속악기들을 연주했다. 이들의 잔잔한 연주에 맞추어 이해인 수녀는 단아하고 정갈한 음성으로 하나씩 차근히 시를 읽어나간다. 병고에도 여전히 수녀님의 목소리는 맑고 평화롭다. 참으로 그분의 바람처럼 이 음반을 듣는 모든 이가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 안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한다. 글 정동현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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