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PECIAL/2012 11-12 우리, 너를 응원해

우리, 너를 응원해 1│오늘, 너를 응원해






우여곡절 끝에 2011년 가을부터 종로 낙원악기상가 옥상에 아담한 야외공연장 하나를 꾸렸습니다. 그 이름은 ‘아트라운지 멋진하늘.’ 올해 여러 번에 걸쳐 재즈공연을 기획하고 개최했습니다. 연주자도 관객도 모두 사랑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요. 게다가 지난 10월 19-21일에는 ‘뷰티풀 서울 페스티벌’이라는 인사동 중심의 거리음악축제를 처음으로 열었습니다. 제가 기획하고 진행한 축제인데, 서울문화재단이 축제지원사업으로 선정하여 후원을 하고 주변 지역 관련자들의 협력과 도움으로 진행했습니다. 
제가 기독교음악 사역을 오랫동안 해왔고, 찬양집 ‘많은물소리’의 공동 편집인으로 10년에 걸쳐 일했기 때문인지 그런 걸음을 아는 분들에게는 앞서 말씀드린 생산물이 다소 의아하셨나 봅니다. 
저는 4대에 걸쳐 내려오는 기독교 집안에 소위 목회 현장에서 분투하신 부모님 아래 자라 모태신앙이었고, 지금까지 자란 환경이 대부분 기독교 울타리 안이었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학도 중퇴하고 포항에 있는 기독교 학교에 다시 입학한 경력도 있고, 기독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기획 일로 첫 직장을 시작했고, 별도로 찬양집 편집 작업을 10년 동안 해왔으며, 10장이 넘는 기독교 음반을 만들고 발표하는 일도 했습니다. 몸담은 교회에서는 언제나 찬양인도자로 섬겼지요. 많은 분이 품은 의아함은 실로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하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았습니다.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은 자들로 부름 받은 우리가 교회 울타리라는 안전지대에 머물며 세상의 악함을 정죄만 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음악 사역을 지속하면서도 한국의 음악, 나아가 문화콘텐츠 산업에 이바지할 길을 열어주십사 기도하고 기획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문이 열리며 싹이 나고 열매가 커가는 걸 지켜봅니다. 아마 앞으로 더 많은 시련과 장애가 있겠지만, 그것은 응당 이 땅 가운데 하나님 나라의 속성이 드러나는 기독교적 문화생태계를 위해 불가피한 것들입니다. 
현대 도시 문화는 많은 경우 거대한 자본을 투자해서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고 소박하고 의미있는 것을 잘 주목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주목받지 못하면 우리가 하는 일이 무의미하고 참으로 보잘것없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미디어가 주목하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세상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이들의 분투’는 실로 무한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의 분투이며 ‘내일’을 위한 밑거름이니까요. 나 혼자 뿌린 씨앗이 아니라 나와 같은 생각으로 오늘 하루를 사는 수많은 동지가 함께 뿌린 씨앗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그 씨앗이 자라 큰 나무가 되었을 때는 수많은 새가 깃드는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지치지 않으려면 동기와 목적이 분명하고 순수해야 합니다. 어설프게 돈벌이가 일차적 목적이어서 수많은 명분이 말 그대로 명분일 뿐인 경우는 반드시 실패합니다. 우리의 일차적 동기와 목적은 ‘만물을 창조하고 다스리는 이의 아름다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를 거스르려고 하거나 전혀 다른 것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자칫 선함과 아름다움을 훼손하고 아무런 열매도 거두지 못합니다. 

한해를 돌아보면 손해 본 일도 많고 억울한 일도 많고 아쉬움도 많지만 실은 감사할 일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귀한 배움이니까 말입니다. 야외공연장이라‘ 아트라운지 멋진하늘’은 겨우내 겨울잠을 잡니다. 겨울잠을 자며 어떻게 하면 새해에 시민이 좀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할까 고민할 예정입니다. 아마 많은 분이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실 것 같네요. 제가 얻은 작은 결론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굉장히 크신 분이고 온 세상 온 문화에 충만히 거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그분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우리 속 아름답고 선한 것들이 공동체로 드러나도록 옆에 있는 분과 머리를 맞대고 도전하기를 멈추지 말자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아트라운지 멋진하늘
음악합주실 더 사운즈 스튜디오
thesounds.co.kr

이대귀|싱어송라이터, 음악 프로듀서이며 찬양집 많은물소리 공동편집인, 월간 복음과상황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하는 일은 <킹덤 스테이션>이라는 아트프로덕션플랫폼의 대표로서,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아트라운지 멋진하늘’의 운영자이며, ‘뷰티풀 서울 페스티벌’ 등 시민 축제와 문화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는 와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