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같은 여름 캠프 사역이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겨울 사역 일정이 거의 다 잡혀 간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이 9월 말이니 생각해보면 헌신적인 캠프기획자는 영혼을 위해 두 계절만 사는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름 캠프가 끝나기 무섭게 겨울 캠프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강사와 찬양사역자를 선정해서 섭외한다. 막연히 그 부름을 기다려야 하는 프리랜서 사역자의 입장에선 현재 불러주시는 곳이 많아 행복하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와 지속 가능성의 불안감과 맞서야 한다. 
물론 그렇게 살 자신은 없지만 가끔은 평생을 정시 출근, 비정시 퇴근(?)을 해 오신 아버지의 삶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선배 음악사역자 최인혁의 삶의 최대 가치는 사역의 지속성에 있다.

새로운 길, 음반을 기획하다
최인혁의 메가히트곡 대부분은 초창기 음악이다. 이천 년 대 이후에는 딱히 생각나는 노래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히트곡 몇 개로 평생을 우려먹는 한물 간 가수와 철저히 다른 이유는 그의 사역이 대중적 히트나 인기와 유명세의 지속에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래 동역자들은 이미 담임목사가 되었거나 좀 더 안정적인 자리를 찾아갔으되, 쉰을 넘은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뜨거운 현역이며 지금도 매일처럼 KTX와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다. 최인혁의 사역은 크게‘ 개척기, 양성기, 사역기’ 세 단계의 시기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개척기의 이야기는 지난 호에 어느 정도 다뤘으므로‘ 양성기’부터 시작해보자. 어느 정도 지명도와 영향력이 생기자 그는 바로 ‘다솔기획’을 세우고 후진 양성에 마음을 쏟는다. 전문적인 매니지먼트와 상업성을 지향하기보다는 공동체적인 성격이 강했던 이곳을 통해 활동하고 배출된 이들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소리엘, 소향, 에이멘, 아침, 마르지 않는 샘조수아, 해오른 누리이호찬 등 현재까지도 왕성한 이들이 거쳐 갔고, 발자욱, 카존, 크리스마스눈, 이현덕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음악사역자들의 음반을 출시했었다. 그러나 시장성이 취약한 CCM계에서 전문기획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몇 년 후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남겨놓은 채 역사의 뒤안길을 향했다. 그의 가장 큰 미덕은 사역 현장에서 롱런하고 있는 세 번째 시기인 ‘사역기’에 있다.

그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르다
필자가 처음 찬양사역을 시작하던 즈음 대부분의 선배들의 경우는 다음과 같았다. 

1. 결혼을 하면 찬양사역을 그만 둔다. 
2. 조금 더 버티던 이는 출산과 함께 그만둔다. 
3. 그것보다 더 오래 버틴 이도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그만둔다. 

대략 이런 순으로 선배들은 그토록 사랑하던 찬양사역을 떠나야 했다. 음반 판매가 부진해도 떠나야 했고, 콘서트 흥행 실패 후에도 떠나야 했으며, 사역이 뜸해져도 떠나야 했다. 당연히 그들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을 뿐더러, 오히려 그들의 입장을 백분 이해하고 가슴 아파한다. 
그들은 현역으로서 찬양사역을 떠났지만 그 경험을 토대로, 속한 교회와 공동체에서 제대로 어른의 역할을 감당해 주고 계시는 분이 대부분이다. 여러 교회를 순회하며 섬기는 파라처치(Para Church) 사역도 귀하고, 한 공동체에 뿌리를 내리는 로컬처치(Local Church) 사역도 귀하다. 
대다수의 사역자는 젊은 시절 파라처치 사역을 하다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로컬처치 사역으로 흡수되어 갔다. 그러나 어쨌든 끝까지 파라처치 사역, 그 곤고한 순례의 걸음을 버텨낸 소수의 선배들은 존재 자체로 고마울 따름이다. 그들의 걸음이 곧 후배들의 ‘정년’을 가늠해준다. ‘나도 저 나이까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용기를 북돋는다. 필자의 경우도 마흔이 가까워오자 이제 교회에 들어가 사역하라는 주위의 성화가 들끓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최인혁을 보며 꿈을 꾼다. 찬양사역을 하다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찬양사역을 하다 손주를 보고, 긴 흰 머리를 날리며 무대를 누비고, 주님 앞에 서기 전까지 KTX에 몸을 싣는…. 

현재의 최인혁은 뒤늦게 신학을 공부했고, 그것도 신학대학원으로 바로 진학하는 일반적 케이스가 아닌 학부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좁은 길을 택했다. 구호단체의 홍보대사로 모범적인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한결 같은 사역자, 한 길 가는 사역자, 사람을 세우는 사역자’라는 개인적인 모토와 목표를 품고 있는데, 그에 가장 걸 맞는 모델을 단 한 명만 꼽으라면 그는 다름 아닌 ‘최인혁’ 일 것이다.


민호기|CCM 소망의 듀오 ‘소망의 바다’ 가수이자, 목사, 교수인 그는 요즘 작가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그는 그보다 좋은 아빠와 남편이길 원하고 하나님 앞에서 작은 예배자로 살기를 소망한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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