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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추천 도서

2012년 11-12월 추천도서│평화, 아득한 희망을 걷다 外


평화, 아득한 희망을 걷다
송강호 지음 | IVP

‘평화’라는 무겁고도 벅찬 말로 평생을 조망할 수 있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신학을 공부했고 독일에 유학을 가 박사 학위까지 땄지만, 그의 처소는 교회 예배당이 아니라 세계 곳곳 평화가 부재한 땅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삶을 잘 아는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송강호가 평화”라고. 배우 송강호와 이름이 같아서인지 모르겠으나, 그를 사랑하는 이들은 ‘송강호 박사’를 줄인 ‘송박’이라는 말로 그를 부릅니다. 더 가까운 이들 중에는 그를 ‘물귀신’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의 곁에 있으면 평화를 향한 싸움으로 끌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나요. 그런 그의 삶과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책 <평화, 아득한 희망을 걷다>는 그래서 위험합니다. 물귀신처럼 끌어당기니까요. 평화를 향한 삶, 타자를 위한 삶의 자리로 말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되는 모든 것이 그렇게 만듭니다. 송박은 자신의 삶이 어떤 신학적 신념에서 출발했는지, 또 르완다부터 제주 강정까지 ‘개척자들’과 함께한 그의 평화 투쟁이 어떠했으며 그 과정에서 그가 무엇을 배웠는지를 책에 아로새겨 놓았습니다. 또 최근 추석 전까지 181일 동안 제주교도소에서 써 내린 수기는 나치 독일에 저항했던 본회퍼 목사의 ‘옥중서신’만큼이나 진실하고 강력합니다. 부디 조심하세요. 이런 물귀신 같은 책은 저도 예수의 복음서 이후 처음이니까요. 글 조익상 (@lit _er)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롤랑 가리그 지음 | 책과콩나무

제가 책 소개를 맡은 이후로 처음이 자 마지막으로 있는 일입니다. 직접 읽어보지 않은 책을 한 권 소개하려고요. 온전히 제목 때문에 끌렸는데 그림도 너무 좋아요. 꼭 읽고 싶었는데 출간일이 마감 이후라 어쩔 수가 없네요.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입니다. 대통령이 되어 무엇을 할지 어린이책다운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냈다고 해요. 출판사 소개글이 전하는 바를 조금만 나눠볼게요. 이 상상을 시작한 어린이는 처음엔 커다란 자동차도 타고, 제일 친한 친구를 국무총리로 임명하는 등등 사적 욕망을 풀어놓습니다. 하지만 곧 어린이는 좀 더 의미 있는 일들을 상상하기 시작해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 홈리스 없는 세상, 환경 파괴가 없고 전쟁이 없는 세상을 꿈꾼답니다. 정말 어린이답죠? 이런 상상 이후에도 무언가가 더 있을 게 기대되지만, 책을 직접 보지 않아서 상상을 이어나갈 뿐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까요? 어 떻게 하면, 혹은 무엇을 하지 않으면 그런 세상이 올까요? 온갖 생각이 들지만, 그걸 다 쓸 순 없으니 당장 다가올 대선을 생각해 봅니다. 이제 곧 12월이면 대통령을 뽑는 투표를 해야 할 테지요. 그 전엔 분명 출간될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여러분의 한 표, 한 표를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줄지 모르겠네요. 저도 꼭 읽어보고 최선의 선택을 해보려고요. 제가, 또 당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만들어갈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투표해 볼까요?


“당신, 그렇게 까칠해서 직장 생활 하겠어?”

박희정 지음 | 길찾기

제목의 큰따옴표에 주목해야 해요. 이게 남타인 혹은 男들이 성희롱 피해자 에게 하는 말이거든요. ‘모두가 함께 읽는 성희롱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 만화책은 그런 남들의 말에 대한 개념 찬 응답입니다. 성희롱 대처법까지만 소개했더라면 흔한 자기계발서나 처세서로 분류할 수 있었겠지만, 이 책은 좀 더 진지하고 깊습니다. 사회적 편견과 성희롱의 역사, 풍부한 사례를 친근하면서도 날것 그대로 감각을 주는 그림체로 알기 쉽게 설명해 줍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을까’란 걸 읽다 보면 깨닫게 됩니다(이건 최근 크게 이슈가 되었던 아동 성폭행과 같 은 아픈 사건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성희롱’에 대한 법규가 탄생한 지 겨우 10년 남짓인 대한민국에서 이 익숙한 차별은, 제목의 빈정거림처럼 너무 익숙해서 차별조차 아닌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하지만 ‘성희롱’은 단순히 개인 간의 성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을 망치는 중대한 범죄행위일 뿐만 아니라, 온 사회의 불균형과 차이에 대한 차별을 근본으로 하는 사회적 추문들의 증상입니다. 이러한 점을 제대로 짚어내며 ‘성희롱 없는 세상을 위하여(3장 제목)’ 이야기하는 이 책, 참 개념 찹니다. 꼭 한번 읽어보세요. 실제 성희롱 상황에서 피해자가 대처해야 하는 방법과 상담할 곳 연락처도 부록으로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