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작은 교회에 새로 온 청년은 청년부를 들썩이게 했죠. 실제로 신도 조금 났습니다. 어서 빨리 공동체 안으로 휘적 휘적 걸어 들어오게 해서 함께 먹고 마시고 놀며 종국에는 신앙을 나눌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니까요. 그래서일까, 청년부는 이래저래 분주해졌습니다. 제 마음도 그랬어요. 어떻게 해서든 저 신입(!)에게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비밀을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끓었거든요. 그리고 신앙생활을 하며 겪게 될 많은 어려움을 하루라도 빨리 설명해주고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네, 언제든지 제 오지랖은 준비되어 있었어요. 교만으로 발전할 바로 그 준비.


<교회에 첫발을 디딘 내 친구에게> 유진 피터슨 , 홍성사
“교회 다닌 지가 몇 년인데, 내가 이런 책 읽을 필요가 어디 있어. 교회 생활은 베테 랑급이지. 반주를 근 이십 년을 하며 볼 거 못 볼 거 다 본 게 나야. 이미 청·장년부에 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그 일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한국 교회의 문제와 해결책까지 고민하고 있는 내가 입문서라니, 그 정도는 안 읽어도 다 알아” 라고 생각 했어요. 그래서 한창 유진 피터슨에게 빠져 있던 몇 년 전, 국내에 소개된 유진 피터슨의 모든 책 리스트를 뽑아놓고 무엇부터 읽을지 고민하면서도 이 책은 늘 예외였습니다. 저 읽으라고 나온 책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다 이제야 드디어, 이 책을 선물할 사람이 나타난 것 입니다. 교회에서 마주할 수많은 갈등과 실망, 분노 등등을 단번에 해결해 줄 책이라고 짐작했거든요. 책은 샀고, 주일이 오길 기다립니다. 어떻게 내밀까, 생각나서 샀으니 함 슬쩍 읽어보라고 심드렁하게 말해볼까, 아니야, 꼼꼼하게 읽으면서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하는 게 낫겠어. 이 책을 읽고 내게 엄청나게 고마워하겠지? 교회가 뭐 이래, 라고 화가 날 때마다 내가 선물해 준 이 책을 찾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거야, 움화화. 별생각을 다 하고 있다가, 무슨 내용이냐고 물어보면 마땅히 할 말이 없겠다 싶어, 슬슬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나? 

너 인마, 너 읽으라고. 네, 저요?
그런 사람 꼭 있죠. 설교를 듣다 옆 사람을 쿡쿡 찌르며, “네 얘기 한다, 잘 들어”라며 말해주는 사람. 특정한 누구를 위해서 한 말이 아닐수록, 내가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모른 척하던 사람이 바로 저였어요. 남한테 하는 이야기인 줄로만 알고 훈수 두는 사람처럼 슬슬 읽다가 덜컥 걸려 넘어졌지요. 그래요. 교회생활에서 마주하는 갈등과 상처, 참을 수 없는 개념상실의 현장, 하나님이라는 무기를 들고 행하는 폭력 등. 이에 대해 유진 피터슨의 친구는 굉장히 솔직한 이야기를 적어 보내줍니다. 유진 피터슨은 그 친구가 받은 상처에 대해 위로를 하기도 하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바로 잡아 주기도 하지요. 제가 찔렸던 건, 여러 갈등을 겪으며 옳다고 결론지었던 많은 부분이 제 고집이라는 걸 인정해야만 했던 데 있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미워했던 교회의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이 알고 보니 저였고, 피해자가 아 니라 가해자인 경우가 많았는데도 그것도 모를 만큼 저는 오만방자했던 거죠. 신입에게 뭐라도 아는 양, 뭐라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조차도 교만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제게 주는 선물로 남았습니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겐 점검이 필요해요. 다 안다고 생각해도 따져보면 오류투성이인 경우가 많죠. 시간이, 사람의 기억이, 신념이 자꾸만 우리를 어긋나게 하거든요. 오래전 어떤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이 떠오릅니다. 요즘에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시멘트 운반 차량인 레미콘은 쉴 새 없이 돌아요. 멈추는 순간, 시멘트는 굳어 버리고 시멘트도 차도 못 쓰게 되니까요. 물론, 다른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그게 꼭 저 들으라는 말 같아서 연신 제 가슴이 움찔움찔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실까요?  글 원유진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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