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도 한파만 불어 닥치는 곳이 꽤 있다는데, 출판 시장이 그렇다. 온라인 서점 하나가 문 닫을 정도니 더 무 슨 말이 필요할까. 아마도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사놓고 다 읽지도 못하는 책, 한 권 덜 사지’란 생각을 나만 한 건 아닌가 보다. 그렇다고 그간 ‘책 읽는 마음’이라는 코너를 통해 좋은 책을 소개하고 읽었던 <오늘>이 고걸 쳐다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게다가 기독 출판은 더 한정된 독자를 가질 것 아닌가. 그리하여 <오늘>은 기독 출판사와 책을 알리자 마음먹는다. 그렇담 뭐가 가장 좋지? 그래, 일단 만나는 거다. 모든 게 그렇다. 조건이 이러니저러니 해도 막상 만나 이야기 나누다 보면 정 들고…, 응? 자, 지난 한 해 동안 ‘클래식의 숲을 거닐다’에 글을 써 준 강영특 편집장이 일하는 포이에마로 간다! 글 · 사진 <오늘> 편집부
책 짓는 사람이라니, 덮어놓고 멋지다고? 명품을 걸친 언니가 편집자로 앉아 있고, 길에서도 보기 어려운 잘생긴 남자가 편집장이 라고 돌아다니며 ‘츤데레’ 행세를 하는 곳. 이게 다 드라마(MBC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 때문이라고 외치기에는 출판사 나름의 멋이 있다. 파주출판단지만 봐도 그렇다. 이름도 있어 보이는데 막상 찾아가면 건물도 길도 저마다 예쁘다. 하지만 알고 보면 교통편 안 좋고 주변 부대시설 없는, 구경하긴 좋아도 막상 들어가 일하긴 갑갑한 곳이 바로 거기다. 포이에마는 거기 없다, 가회동에 있지. 근데 가회동, 동네 이름만 들어도 여유가 넘치고 구경할 게 많은 그런 동네 아니었나? 역시 그랬다. 도서출판 김영사와 한 건물을 쓰는 포이에마 사무실은 부러울 만큼 예쁘고 깔끔한 데다, 편집장이 직접 내려 준 커피 또한 맛있었다. 이 정도 되면 환상이 안 생기는 게 신기해지는 거다.
세상 속 한가운데
포이에마는 김영사의 임프린트다. 임프린트 시스템은 간단히 말해 ‘출판사 내 출판사’로, 특정 분야의 도서를 출간하도록 따로 떼어냈다고 보면 되는데, 회사마다 공유/독립하는 부분이 달라 꼬집어 말하긴 어렵다. “좋은 환경이죠. 큰 강점은 김영사의 질높은 디자인을 이용할 수있고, 기독교 출판사들이 취약한 일반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좋은 유통 라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지요. 물론 기독교 서점 등 기독교 유통 라인을 개발해야 한다는 건 아직 풀어야할 숙제고요.” (김도완 대표), “내부적으로는 김영사의 기독교팀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김영사와 많은 것을 공유하는. 하지만 기획과 편집에서는 독자성을 확보하고 있습 니다. 행정적으로는 독립된 법인체고요.” (강영특 편집장) 포이에마 입장에선 ‘세상 속 한가운데’ 있는 셈. “상업 출판사잖아요. 매출이 안 나면 정리가 되겠죠.” 그래서 돈 되는 책과 필요한 책을 조절한다고 했다. ‘먹고 사는’ 일 앞에 무슨 낭만인가 싶어도, 포이에마 편집팀이 포기할 수 없는 원칙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복음주의의 입장에 서면서도 복음주의의 지평을 넓히는 너른 분야와 색깔의 책을 내겠다”는 것. “천로역정 같은 오래된 고전뿐 아니라 유진 피터슨 <목회 멘토링 시리즈> 같은 우리 시대의 고전과 최신 담론의 균형을 맞 춰가면서 소개하겠다”는 것. “지금으로서는 막연하지만 대략 이 같은 방향을 세우고 이런저런 실험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생존도 도모하면서요.” (강영특 편집장)
각자 맡은 자리에서 제 색을 잃지 않으며
포이에마 편집부는 각자가 맡은 직책을 수행하면서 자기 책 작업을 한다. 성향에 따라 개인의 관심을 그대로 진행하기도 하고, 시장성이나 시의성을 고려해서 잘 맡을 사람에게 원고를 주기도 한다고. 이렇게 1년에 20종 정도의 책을 내니, 종 수로는 메이저급이란다. 요즘엔 SNS를 통해 대부분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효과를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재미도 있고 여러 이유로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좋은 책을 많이 팔리게’ 하고 싶은 마음은 어디나 같겠지만, 포이에마는 외서를 차곡차곡 내면서 인지도를 쌓고 추천사를 받거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관계를 넓혀가며 자산이 될 ‘도서 목록’을 늘려가고 있다. 국내서 비중을 높이고자 국내 저자 확보에도 열심이다. 최근 교회 언니의 역할과 사적인 문제 등을 고민하는 책이 나온 데에 눈이 간다. 김지윤(2012년 11-12월 호 ‘사람과 사람’)의 <사랑하기 좋은 날>, <고백하기 좋은 날>에 이어 양혜원의 <교회 언니, 여성을 말하다>까지 나온 걸 보면 편집자 중 한 명의 관심사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과연 그럴까? 이 밖에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 포이에마의 다음 책을 기대하며 “이러한 노력이 하나님 앞에서 어엿비 여김을 받기를 바랄 뿐” 이라는 그 바람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데이비드 그레고리 지음
존 버니언 지음
양혜원 지음
박흥용 지음
'2013 SPECIAL > 책이 피는 출판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 책이 피는 출판사 6|오랜 역사에 기댄 만큼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다 - 대한기독교서회 출판국 (0) | 2013.12.13 |
---|---|
2013 책이 피는 출판사 4|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을 만들다 - 도서출판 샘솟는기쁨 (0) | 2013.08.02 |
2013 책이 피는 출판사 3|좁고 험한 길이라도 외롭지 않은 걸음을 걷는다 - 도서출판 대장간 (0) | 2013.06.25 |
2013 책이 피는 출판사 2|좋은 책이 이끌어 낼 내일을 기대하며 - 새물결플러스 (0) | 2013.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