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승 _ <그대 같은 노래>

이길승은 시인의 감성으로 노래하는 ‘몇 안 되는’ 기독교 음악인이다. 다른 아티스트를 상대적으로 낮추기 위한 말이 아니라, 그만큼 교회라는 경계 안에서 시인처럼 노래하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 그렇다. 시인은 어떤 사람인가? 세상을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는 것이 시인이다. 목에 핏대를 세운 채로 선동하는 것이 아니라 풀꽃과 나무가 자신에게 말 걸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시인이다. 주어진 교리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은유를 창조하는 것이 시인이다. 그런 면에서 예수는, 시인이었다. 그는 시인의 언어로 사람들과 소통했고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고 그 자신이 야훼의 시와 노래로서 세상에 살았다. 그리고 골고다 언덕에서 마침내그 은유를 완성하였다. 이길승은 바로 그 시인 예수의 감성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자신에게 가을바람처럼 불어왔던 ‘그대’를 조용하게 호명하며 노래한다. “그댄 정말 내게 불어온 서늘한 가을바람이었지 // 가을바람 같은 노랠 언제나 부를 수 있을까‘(그대 같은 노래’).”

전곡을 통틀어 하나님, 예수님, 주님이라는 말이 한 차례도 나오지 않지만, 마치 바람이 온몸을 감싸듯 ‘그대’의 존재는 그의 노래를 깊고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그의 노래가 엮어내는 긍휼의 그물망 속에 공존하고 있는 모든 이들은 그의 ‘그대들’이다. 가만히 그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여럿의‘ 그대들’ 얼굴이 차례로 펼쳐지고 서늘한 가을바람처럼 불어오고 나가는 단 한 분‘ 그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그리하여, 온 세상이 얼어붙은 겨울 한가운데에 서 있는 당신에게 바로 이 음반을 권한다. 악기와 목소리가 한 걸음씩 겸손히 물러나며 창조해낸 여백 곳곳에 가득 배어있는 ‘그대’의 숨결을 당신도 느낄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숨결을 따라서 당신의 삶도 ‘그대 같은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정원영 _ <걸음걸이 주의보>

여백이라는 측면에서 정원영의 신보는 이길승의 그것과 맞닿아 있다. 첫 트랙인‘ 빈방’은 그야말로 여백을 위한 음악이다. 마음을 다해 건반 위에 한 화음을 누르면, 그 잔향은 빈방과 같은 여백을 남기며 잔잔하게 머무른다. 그리고 그는 이내 빈방을 나와서 뚜벅뚜벅 한겨울의 새벽을 걷는다‘(새벽을 걷다’). 연주 중반부에서 같은 음을 한 박자씩 터치할 때의 울림은 걸음걸이의 이미지를 환기한다. ‘후회’라는 곡에서도 같은 음을 같은 박자로 누르고 잠시 멈추는 패턴을 한결같이 이끌어간다. 걷다가 멈추어 생각하고, 또다시 걷는 것을 반복하며 정원영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눈 내리는 겨울날, 사각거리며 내리는 추억을 밟으며 그와 함께 조심조심 걸어본다.




박상은 _ <바람에 젖다>


대금은 서양악기 플루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소리의 빛깔은 전혀 딴판이다. 대금 소리는 대나무 숲을 처연하고 세차게 흔드는 바람을 연상케 한다. 이 앨범은 대금 고유의 맛과 질감 같은 장점을 한껏 살리면서도 서양악기를 포함한 여러 다른 악기와 함께 좋은 어울림을 보여준다. 모던한 피아노 연주와 더불어 산조대금의 풍부한 감정 표현이 돋보이는 ‘상주아리랑’, 풍경 소리와 정악대금이 불규칙한 박자를 주고받으며 독특한 호흡을 만들어내는 ‘새’, 클래식 협주곡과 국악 협주곡의 경계를 넘나들며 폭넓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타래(1-3악장)’ 등 총 일곱 트랙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직 국악을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도 충분히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앨범이다. 글 정동현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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