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아이돌의 천하는 끝났다. 이제 인디밴드의 시대이다”라고 말한다. 2012년 연말 공연 시장 성적을 보면 괜한 호들갑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 12월 ‘어반자카파’의 이대 대강당 공연은 6,000석이 일주일만에 매진되었단다. ‘에피톤프로젝트’의 한남동 블루스퀘어 4,000석도 일찌감치 매진되었다는 소문이다. <무한도전> 등을 통해 전국구로 등극한 ‘십센치’는 2월에 2만석 규모인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한다. 에릭 클랩튼, 스팅, 스티비 원더 등 세계적인 뮤지션이 내한하거나 수십 만의 팬을 가진 아이돌처럼 티켓 파워가 보장된 소수만 설 수 있는 대형무대다. 이쯤 되니 홍대 지하실 클럽에서 서로의 숨소리를 느끼며, 때로는 침 튀기는 것까지 보일 정도로 소박한 공연이 인디밴드의 모습이라는 고정관념은 깨질 만도 한다. 언뜻 생각나는 ‘대형(?)’ 인디밴드를 꼽아봐도 손가락이 모자라는 상황이니, 왠지 더 인디스러운 인디를 찾고 싶은 묘한 심리가 발동한다. 하긴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 ‘인디뮤직’장르에서 헤매 보면, 이미 인디하면 떠오르는 클리셰같은 악기 구성과 사운드가 생겨 버린 것 같기도 하다. 듣기 나쁘진 않지만 인디만의 톡 쏘는 개성이 약해졌달까. 여성 듀오 ‘스웨덴세탁소’도 괜찮다. 잘빠진 사운드에 적절한 감성. 그런데 ‘옥상달빛’이 생각나는 건 견문이 적은 내 귀 탓이겠지. ‘숨의숲’도 참 괜찮더라. OST로 러브콜을 좀 받을 듯한 예감.

이런 기분에 다시 집어든 개성 있는 음반, ‘9와 숫자들’. 이름부터 묘한 의뭉스러움을 풍기는 팀이다. 2012년 11월 출시된 ‘유예’는 복고적인 기타 사운드가 가득한 청춘의 송가인데, ‘산울림’, ‘송골매’ 등의 느낌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기타와 보컬에 가득한 리버브(동굴 사운드!)는 아련한 느낌을 주고, 하이파이하지 않은 오래된 듯한 통기타 소리는 포크 감성을 충실히 전달한다. 중간중간 적절히 사용한 슬라이드바 연주의 ‘띠용띠용’하는 몽롱한 소리는 한없이 풀어지는 여유를 선사한다. 노랫말은 우울하면서도 설렘을 간직한 청춘의 모습이다.

사실 ‘9와 숫자들’은 2011년 동명의 데뷔음반 <9와 숫자들>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앨범으로 선정되었던 팀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어필할 대중적인 코드는 아닐 수도 있겠다. 요즘 대세인 어쿠스틱 듀오나 피아노 듀오는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통 밴드의 구성을 따르며, ‘산울림’, ‘송골매’의 감성을 이어 한국적 밴드의 소리를 단단히 하고 있기에 매력있다. 그런 반짝임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번에 그들이 3년만에 들고 나온 두 번째 음반 <유예>도 인디팬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리라. 어쨌거나 음악에는 정답이 없으니, 너무 커져 버려 2만 명 올림픽경기장에서 공연하는 밴드도, 소박하게 지하실 클럽에서 연주하는 밴드도 인디 음악계라는 생태계를 풍성하게 하는 나름의 몫을 하고 있는 것.

(9와 숫자들의‘ 9’인 보컬 송재경은 ‘장기하와 얼굴들’이 <싸구려 커피>로 대박을 내기 전, 붕가붕가레코드가 망해가던 당시에 붕가붕가레코드의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대학생이던 당시에 윤덕원(브로콜리너마저), 장기하(장기하와 얼굴들), 고건혁(현재 붕가붕가레코드 대표)과 함께 활동했다고 하니, 붕가붕가 레코드가 한국 인디음악계에 미친 영향은 후대에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하겠다). 글 이재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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