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돌아왔다. ‘잠정 은퇴’ 라니 돌이켜보면 ‘단독 토론’ 만큼이나 재미있는 말이다. 하긴 세상에 만연한 게 모순인데 단어 하나 늘어나는 게 뭐 어떠랴. 종편의 유혹과 세금 과소 납부로 인한 이미지 변질, 휴가, 출연료, 피로감 등등을 의도적이든 아니든 단번에 해결했고, 몸값도 적당히 올랐다. 손해 본 것이 없는 셈이다. 그런데 돌아온 오빠는 지금 만족할까?

오빠 없는 하늘 아래 
어느 날 느닷없이 사라진 강호동의 빈자리는 대충 덮었다. 보조진행을 맡았던 이들이 ‘우리 사정 다 알잖아요’라는 표정으로 미숙하면 미숙한 대로 시간을 때웠고, 실력은 보증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한 걸음 물러서 있던 선배들이 돌아와 녹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도 했다. 임시방편이 그럭저럭 잘 막아내자 각 방송사는 만족했는지 변화를 꾀하지 않았다. 현상유지는 꽤 매력적인 함정이다. “걱정한 만큼 상황이 나쁘지는 않구나, 관성에 기대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니까. 이리하여 누군가는 기대했을 포스트-강호동 시대는 열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 시간이 지나며 괜찮을 줄 알았던 강호동의 빈자리가 휑해진 모양이다. 복귀설이 스멀스멀 돌며 ‘몸값이 솟구쳤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뜬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소문일 뿐이었을까, 얹어준 게 있으면 뽑아낼 심산으로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복귀쇼를 해줘야 할 텐데, 소속사까지 옮긴 강호동은 별일 아닌 것처럼 조용히 돌아왔다. 제대를 해도 카메라 몇 대가 유난을 떨며 달려가기 마련인데, 실시간 검색어를 차지하며 무대를 내려갔던 강호동의 복귀가 이렇게도 조용하다니 ‘왕(년에 잘 나간 남자)의 귀환’을 이렇게 맞이해도 되는 거야?

안일한 선택은 과연 안전한가
여기 오래 쉬어 
먼지가 쌓인 방을 걸레질하는 남자가 있다. 새로 단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글쎄. 새로 지을 필요 없는 세트에 걸레질하는 걸로 새롭다는 말을 꺼낼 순 없다. 오랜만이라 쑥스러운 듯, 겸연쩍어하는 얼굴을 보인 들, 걸어둔 옷을 그대로 꺼내 입고 함께 일하던 사람을 다시 불러다 앉혀놓고 하던 일 이어 하는데, 어디서 새로움을 찾을까. 하지만 반응은 좋았다. 시청률도 높았고 방송을 통해 나온 이야기가 인터넷 기사에 가득했다. 그래, 독한 방송을 기다렸던, 유명인의 뒷이야기가 늘 궁금한 시청자에게 할 도리를 했고, 그만한 반응을 얻었다.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어쩌면 좋아했을 방송국 관계자에게 묻고 싶다.
시간은 아무런 대가 없이 흐르기만 했을까? 강호동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었던 건 방송판이 지지부진했다는, 손 놓고 있었다는 방증일지 모른다. 그러나 경쟁자를 순간 잃어버리고 기대치가 몰려, 쉼 없이 달리고 야식을 만들어 먹고 되도록 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19금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꺼내도 착하고 바르다는 강점이 도리어 제약이 되어 발목 잡힌 유재석의 시간이 제자리만 맴돌았다고 말할 순 없다. 우리는 변했고 변하고 있다. 우리의 관심과 기대치도 예전과는 다를 것이다. 지난 시간을 잘 정리해 놓은 앨범을 꺼내보는 재미의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새로운 시도와 노력없이 그저 초대 손님에 기대어 그들이 들고 온 이야기를 곶감 빼먹듯 즐기는 것은 강호동과 제작진, 나아가 시청자에게도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고, 되어선 안 된다. 성공적인 복귀보다 안전을 택한 방송 관계자와 강호동이 지금이라도 ‘도전’하기를 기대해본다. 글 원유진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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