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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야, 놀자! 3ㅣ이야기가 치유하는 힘 - 플레이백 연극

 

인도자(디렉터)가 관객 중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을 초대한다. 자발적으로 한사람이 나오면 인도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묻는다.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 가운데, 혹은 어제의 일이나 앞으로의 일 등, 어떠한 이야기든지 서술해본다. 인도자가 이야기를 요약정리를 한 뒤, 연기자는 무대에서 그 이야기를 가지고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음악과 더불어 연기를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말하는 사람, 즉 텔러는 그 무대에서 그려지는 자신의 삶 속으로 빠져들게 되며, 관객들도 그 이야기와 연관된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새롭게 만나는 나의 이야기

이는 미국 및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플레이백 연극’이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필름을 뒤로 돌리기 연극, 혹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놀아보기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한 사람에게 의미 있는 성경의 장면들을 가지고 놀아볼 수 있다. 어느 사모님은 무심코 떠올린 장면이 감옥에 갇힌 바울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는 그 바울에게 예수님이 위로해 주었으면 하는 염원이었고, 그 장면을 연기자들이 시연하자 말없이 감동에 젖게 된다. 이렇게 짧은 순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먼저 이야기를 연기하는 도중 점차적으로 성경의 이야기 속 장면이 자신의 삶의 이야기와 동일시된다. 이는 성경의 이야기와 우리 삶의 이야기가 만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들은 그저 문자적으로 책에 쓰여 있거나 마음속에만 담겨져 있을 때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야기로 나누고, 보여지고, 공유될 때 그 의미는 새롭게 다가와서 우리의 마음에 다시 저장되게 된다.

어떤 여자 초등학생은 어제 전화를 하고 싶은데 오빠가 계속적으로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서 너무 화가 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병실에 누워 있는 할아버지는 소년시절 짝사랑했던 옆집에 사는 순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학교에서 화가 난 이야기, 직장에서 괴로웠던 이야기 등 어떤 이야기라도 연극으로 표현되어질 때, 그 이야기는 예술이 되고, 공동체가 향유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와 소통이 이뤄지게 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린이의 이야기를, 청년들이 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놀아주고 표현해 줄 때 소통과 공동체성이 살아날 수 있다.


나와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교회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는 거대담론의 시대가 가고 개인의 이야기와 경험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포스트모던적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우리의 이야기 자체가 가상적 세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점과 진실과 가상의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방송과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위대하고 유명한 이야기가 나와 상관없다는 점을 깨닫고,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리얼리티를 가치 있는 발견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점이 플레이백 연극의 부흥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스타들의 꾸며진 이야기보다는 <1박 2일>처럼 리얼리티적 이야기를 선호하게 되는 점도 이런 현상에 답이 된다.

이러한 방법론을 이제 교회에서 사용하면 어떨까? 교회는 하나님의 이야기만 향유되어지는 곳이 아니다. 하나님도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신다. 실패하고 성공한, 어떠한 이야기도 교회에서 들려질 때 신앙의 이야기로 공유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존중 받을 때 자기 전존재가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교회의 인적자원과 음악적 재능은 이러한 ‘플레이백 연극’을 하기에 최상의 장소이다. 교회 어느 곳에 편안히 둘러 앉아 ‘오늘은 누가 이야기 해 볼까’하며 음악이 흐르고 연극(놀이)가 시작될 때, 교회의 교육과 치유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청년들이 선교하듯 병원을 방문하여 누워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서로 듣고 놀 때, 그 어떤 전도 용어보다,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효과적인 통로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시도할 일만 남았다.



김세준|자칭 호가 ‘대충’이란다. 대충 살라는 뜻과 크게 충성한다는 이중적 의미를 즐겨 사용하면서 대학교, 교회 등지에서 몸으로 하는 성경공부를 전파하고 있는 목사. ‘크리스찬마음연구원’ 대표이며 사이코드라마 수련감독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