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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추천 영화

2013년 3-4월 추천 영화│가족의 나라, 터치 오브 라이트, 어둠 속의 빛



가족의 나라
Our Homeland, 2012
감독 : 양영희
출연 : 안도 사쿠라, 이우라 아라타, 양익준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재일교
포 2세 양영희 감독의 첫 번째 극영화이자 세 번째 연출작. 일본에서 세 오빠를 북송한 한국인 아버지와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지닌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가족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병 때문에 북에서 일본으로 돌아온 오빠, 하지만 감시자와 함께였고 주어진 시간은 고작 3개월이었다. 25년의 이별을 덮기에 너무 짧은 시간, 또다시 이별의 때는 찾아오고, 오빠는 아버지가 숭앙하던, 그리고 자신이 살았고 가족이 있는 북으로 가야만 한다.



터치 오브 라이트
Touch of the Light, 2012
감독 : 장영치
출연 : 황유시앙, 상드린 피나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였지만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 
유시앙은 도시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 하지만 낯선 환경과 냉혹한 현실은 유시앙을 더욱 괴롭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음료 배달을 하는 치에를 만나고, 춤을 추고 싶지만 현실과 타협한 채 꿈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그녀를 응원한다. 유시앙 또한 치에에게 위로받으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게 된다. 천재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황유시앙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이며 본인이 극 중 주인공‘ 유시앙’ 역으로 출연했다.



어둠 속의 빛 In Darkness, 2011

감독 : 아그네츠카 홀란드
출연 : 로버트 비엑키에비츠, 벤노 퓨어만, 아그니에쉬카 그로코브스카


영화의 한국어 제목은 다소 희망적이지만 원제는 사실 ‘어둠
속에서In Darkness’에 가깝다. ‘어둠’이 때로 절망과 고통의 비유일 수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극 중 주인공들에게(또는 실존인물들에게) 비유가 아닌 실재하는 공간의 색이었으며 눈앞에 닥친 감정 그대로 묘사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폴란드의 한 마을, 주인공 소하는 폐허에서 빈집을 털거나 하수도를 수리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둡고 습한 하수도 속에 숨죽인 채 숨어있는 11명의 유대인을 발견한다. 처음에 그저 돈 때문에 그들을 도와주던 소하는, 차츰 진심으로 그들을 돕게 되고 후에는 목숨의 위협도 무릅쓴다. 어둠에 갇혀있던 유대인들은 그가 고발하거나 도와주지 않았다면 바로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소하가 고발했다면 곧 처형당했을 테고, 먹을 것을 가져다주지 않았다면 굶어 죽었을 것이다. 유대인들을 숨겨준 소하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숨 막히게 어두운 현실, 그들이 처한 위험한 상황과 무고한 사람들을 살려내겠다는양심이 하루하루 갈등하면서 420일이라는 길고도 지루한 시간이 지난다.
<인생은 아름다워>나 <쉰들러 리스트> 같은 홀로코스트 영화의 힘은 무엇일까? 인간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비극’과 그와 대비를 이루는 ‘절대적 인간애’ 그리고 마치 한겨울 굳은 땅을 뚫고 피어나는 작은 생명과 같은 극적인 이야기들이 마음을 울리는 것이리라. 그 어두웠던 삶에 얼마나 많은 사람과 사연이, 그리고 미처 작별하지 못한 사랑과 미련이 숨죽여 사라졌을까?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전쟁도 끝나고, 몇몇 이야기는 이렇게 글로 남았다. 
로버트 마샬의 소설 <녹색 스웨터를 입은 소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 글을 원작으로 한 영화 <어둠 속의 빛>도 관객 앞에 다시 비쳤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인을 ‘여감독’이라 부르는 것을 싫어한다고 소개한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이 무대에 올랐다. 그녀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일어났던 일화를 소개했다. 영화 속 생존자 중 살아있는 마지막 한 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었는데, 객석과 무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모두 울었다고 했다. 영화를 압도하는 생명의 힘, 어둠 속에 끝내 살아남아 사람들 앞에 오롯이 선, 단 한 사람. 그 생명의 힘이 어둠 속에서도 당신은 그토록 귀하다고 역설한다. 글 심윤정(서울국제사랑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