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와 같이 뛰어난 자질과 소양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제한된 선발 인원 등의 제약 요건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게 된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 판에 박힌 문구. 나는 잘 알고 있어요. 떨어지면 몇 번이나 떨어지겠느냐 싶어서 하나하나 세어 본 것이 이렇게 대위업으로 발전할 줄은 몰랐는데, 어느덧 100번째 탈락이에요.

첫발이라도 떼고 싶어
취업 대란이 점점 심해지는 걸 더 절절히 느낍니다. 작년에 이맘때쯤 단기선교를 떠나던 동생들의 두 손에는 이제 어학연수 책자가 들려 있어요. 저는 주일에 영어예배만 대충 드린 뒤 학원을 찾아 전전긍긍하기 시작하고 어머니는 작정 새벽기도를 드리세요. 제 고3 때처럼요. 대학 입시를 준비할 적에는 그래도 점수라는 명백한 지표가 있었는데, 막연한 불안과 계속되는 실패는 어딘지 모르게 눈을 가리고 두들겨 맞는 기분이 들게 하죠. 새로운 희망과 결심으로 가득 차있어야 할 한 해의 시작이어야 할 텐데, 입춘에 내렸던 폭설 처럼 차갑기만 해요.
올해부터 목욕탕에 가는 횟수가 늘었어요. 우리 집에서 구역예배가 있는 날에는 목욕탕에 가거든요. 집사님, 권사님들의 자식 자랑에 귀가 먹어 버릴 지경이에요. 마지막에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영광, 할렐루야’로 끝나니 불만을 품을 수도 없죠. 아무런 할 말 없는 우리 불쌍한 엄마 김 집사님, 불효자는 울어야죠. 대신 조용히요.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공무원에 임용되는 것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현상 그대로 받아들이면 충분히 축하할 수 있고 은혜롭게 나눌 수 있는 일일 테죠. 하지만 이게 입시랑은 다르더라고요. 원서 접수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확실한 가이드 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누구는 한 번에 붙을 수도 있고, 누구는 백번이 넘도록 자기소개서만 고치고 있을 수도 있어요. 

함께 웃을 수는 없을까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는 것이 저한테 상처가 돼요. 무능한 자신에 한 번, 죄악된 자신에 또 한 번 실망하죠. 열등감이 싫지만 100여 번의 거절이 사람을 이토록 박하게 만드네요. 은혜 가운데 거하기가 어려워요. 현대판 욥기를 소망하지만 이건 뭐, 현실은 자꾸만 가인과 아벨에 가까워지는 것만 같아요(오해하지 마세요. 끔찍한 생각을 하는 건 절대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건 수많은 갈등의 시작일 테죠. 사회생활의 시작. 그 조그마한 관문 앞에서도 이토록 맘이 고달픈걸요. 의도치 않았던 부딪힘은 분명 인간의 죄악된 본성의 결정체일 거예요.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잖아요. 우리는 성도인 동시에 사회의 구성원이니까요. 누군가 웃으면 누군가 울게 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사회 말이죠. 사업, 재산, 자녀, 뭐 그런 어른스런 문제에서 수많은 사람이 웃는 만큼 수많은 사람이 울고 말 거예요. 하지만 그때 슬퍼할 누군가에게는 어떻게 위로를 해 주면 좋을까요. 그들이 메마르고 비틀리게 놔두고 싶지는 않은데, 외면하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네요. 

아. 면접 스터디 시간이 됐네요. 서둘러야겠어요. 5분 지각 당 벌금이 100원이거든요. 


주동연|작심삼일을 겨우 넘긴 네번째 날의 오후, 세상을 움직이기보다는 그저 잘 쓴 글 한줄을 원하는, 오타쿠와 초식남의 경계짓기 어려운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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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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