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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사람과 사람

더 나은 경제체제를 꿈꾸는 카페 기획자│카페바인 기획자 강도현


지난해, 하루 2억짜리 금융 상품을 만지던 트레이더가 홍대에 카페를 차리고 쫄딱 망한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써내려간 <골목사장 분투기>라는 베스트셀러가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자영업자의 고충을 대변하며 각종 매체의 관심을 받았고, 당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후보와 저자 간담회까지 이어졌다. 어떻게 보면, 시대의 목소리를 대표할 의미가 담긴 책이었다. 이 책을 쓴 강도현 작가에 대한 배경을 알수록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억대 연봉을 받던 그가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 운영에 뛰어든 것도 그러하지만, 현재 소셜 카페라는 콘셉트로 운영되는 카페바인도 전신은 기독교잡지 <복음과 상황>이운영하던 카페로 알려져 있다. 궁금증을 품고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글·사진 김준영

사회 시스템과 구조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그의 20대는 누군가의 말처럼 ‘부자 되세요 신드롬’에 딱 어울리는, 미국식 월스트리트 자본주의 모델의 지배 하에서 출세하고 큰돈을 모을 수 있는 금융, 경영, 회계 직종의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강도현 작가는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부에서 모순을 절감하고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꿈꾸는‘ 헤지펀드 사회주의자’였을지 모르겠다(정승일교수, <골목사장분투기>의 서평 <홍대 카페는 ‘은퇴자의 무덤!’ 탈출구는?> 프레시안). 미국 리버티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국내에서는 가장 잘나가는 회계법인에서 일했다. 그 후 외국계 헤지펀드에 근무하며 젊은 나이에 큰 돈을 벌었다. 카페 운영에 뛰어든 건 <복음과 상황>과 인연이었다. 당시 오프라인 활동 무대가 필요했던 <복음과 상황>이 시작한 카페바인은 여느 카페와 마찬가지로 운영이 쉽지 않았다. 강도현 작가는 처음에 투자자 자격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운영 쪽으로 더욱 깊이 들어갔다. 카페의 매월 적자는 수백만 원씩 쌓여 갔지만 워낙에 월급을 많이 받았던 터라 그걸로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회사를 그만둔 후였다. 우수고객이었던 신용카드 회사의 대출서비스를 사용했는데 연체한 지 불과 한 달이 되지 않아 가압류 통지가 날아올 때는 아찔했다고 한다. 이렇게 현장에서 적나라하게 겪은 골목사장의 망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골목사장분투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은 단순히 가게를 성공 시키는 것에 대한 책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깊이 들어 있다. 강도현 작가는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 시스템과 구조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정치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구요. 일곱 살 때로 기억하는데, 총선 개표 방송을 밤새워 봤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냥 그런 게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오늘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 생각해보고 더 나은 자본주의에 대한 모색을 해보는 데 큰 관심이 있다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질문에 대한 신앙적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야


강도현 작가는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다양한 스펙트럼의 신학서적을 접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집에 있던 <복음과 상황>을 읽으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두는 방식에 도전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신앙은 보수적이라고 말한다. “제가 자란 교회도 그랬고 미국에서 수학했던 리버티대학도 남침례 계통의 보수적인 분위기 였죠. 척 스윈돌의 설교도 즐겨 들었구요. 하지만 청년이라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질문에 대한 신앙적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병무의 책을 읽었을 때 주변에서는 걱정하시는 분도 있었지만, 개인의 복만 말하는 신학만으로는 세상에 전혀 응답할 수 없을 거 같더라구요.” 그의 삶의 궤적에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신앙적 가치관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청년이라면 세상에 질문을 던져야 하고, 답을 얻기 위해 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요즘은 웹으로 예일대에서 제공하는 신학 공개 강의를 듣고 있다고 했다. 웬만한 좋은 대학들은 이러한 서비스를 많이 하고 있는 추세라고 하니 이제 마음만 먹으면 세계 석학의 생각을 배울 기회가 있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기에 

사실 강도현 작가가 <골목사장분투기>보다 더 오래 준비하고 공들인 
책은 2012년 11월 발간된 <착해도 망하지 않아>다. 프랜차이즈에 지배당한 거리 구석구석에 숨은 동네 카페를 찾아 그들의 착한 경영에 숨겨진 비밀을 들려주는 대안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책이다. 정신과 환자들이 일하는 수원의 카페 ‘우리동네’,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카페 ‘신길동그가게’, 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안산의 ‘행복한카페’, 신도시에서 아이들에게 대안적인 쉼터를 제공하는 ‘커피마을’ 등등. 강도현 작가의 궁극적 관심사는 그러한 부분이다. 우리 사회가 원하는 교회의 상은 무엇일까. 신앙공동체가 줄 수 있는 보편적 선한 가치는 무엇일까. 모두 한계를 공감하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 또는 새로운 시스템은 어떤 모습일까. 천국 가는 티켓으로써만의 복음이 아닌, 오늘 여기서 하나님 나라를 말하는 복음은 무엇일까. 그가 그동안 쌓아온 전문 분야인 경영과 금융의 관점에서 그러한 문제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보고 또한 다음세대를 키워내는 것이 궁극적인 꿈이라 했다. 결국에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기에.



현재 그는 카페바인에 기획자라는 직함으로 일하고 있다. 소셜카페라는 컨셉에 맞게 이 시대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일 을 기획하고 있다. 공정무역 커피를 팔고 젊은 미술작가를 지원하며, 스리랑카의 식수 사업 후원 이벤트도 한다. 작은 콘서트도 하고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연극으로 만들 준비도 하고 있다. 카페바인이 ‘착해도 망하지 않는’ 선한 스토리가 있는 카페로 오래오래 존재하면 좋겠다. 모두 자신의 목표만 위해 전력질주하는 이 시대에 한 번쯤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던져주는 카페로 더 크게 자라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