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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서랍 속 미술관

불안의 꼭대기도 앉을 만하다



Francisco Goya, <The Straw Manikin>, 1791-1792
고야(1746-1828)는 18~19세기 초, 전쟁으로 혼란했던 에스파냐에서 60년 가까이 다양한 그림을 그렸다. 초기에는 수많은 초상화와 궁정화, 종교화를 그리면서 왕실을 대표하는 화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후기에는 나폴레옹 전쟁의 파괴성, 폭력성이나 세상에 대해 비판적인 작품을 그렸다. 1792년 그는 지독한 병으로 청력을 잃으면서 점차 자신의 내면세계에 눈을 떴다. 이후에 그린 <검은 그림>이나, 판화 기법으로 그린 <로스 카프리초스> 시리즈는 인간 본성의 추악함과 시대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작품들이다. <지푸라기 인형>은 여인들이 스페인의 전통놀이를 하는 모습인데, 고야는 나중에 <여자의 어리석음>이라는 제목으로 이 놀이를 다시 그렸다. 세상에 관심을 두지 않고, 가볍고 의미 없는 일에만 치중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우의적으로 나타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