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팟캐스트를 하나 시작했다. <민호기의 Hello Goodbye 1990>이라는 제목의, 90년대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영화와 문학 등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토크쇼인데, 최근 불어오는 복고 열풍을 비롯한 젊은 날의 추억에 대한 반가운 해후의 ‘Hello’와 이제 그만 놓아주고 떠나보내야 할 기억에 대한 별리의 ‘Goodbye’의 의미를 떠들어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처럼 90년대를 많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이전 세대였던 386세대보다 필자가 속한 497세대(40대, 90년대 학번, 70년대 생)가 생산과 소비의 중심에 서며 1990년대가 대중문화의 주요 코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 90년대 음악의 리메이크와 <건축학 개론>, <응답하라 1997> 같은 영화와 드라마의 성공은 당분간 이 시기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논의를 계속할 듯하다.

90년대를 바라보다
사람이 과거에 얽매이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하지만 오히려 대중음악의 황금기였던, 그럼에도 80년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이 시기를 반추하고 되짚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름다운 시절이란 바로 이런 시기를 일컫는 것인가. 아티스트는 최선을 다해 좋은 음악을 만들고 대중은 기꺼이 대가를 치러 그 결과물을 사랑해준다. 뮤지션의 새로운 시도가 칭찬받고 청중은 진지한 자세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그러면서도 음반의 판매량은 하늘 높은 줄 모르던 그 놀라운 시간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사실 CCM에 있어 90년대는 그 짧은 10년 안에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전 과정이 다 지나가버린, 말하자면 뜨겁게 타올라 급속히 사그라져 버린 꿈 같은 시절이다. 음악 사역자들의 음반도 많이 발표되었고, 콘서트와 초청 집회도 많았다. 그들 모두 음악으로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믿었고, 자신들의 노래로 세상과 벽을 허물어 그네들과 소통하고 싶어 했다. 보수적인 교회, 엄숙한 예배 같은 종교적 고루함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에게 손 내밀기에 음악만큼 편안한 매개가 또 있겠는가. 
‘3최 1고’ 최덕신, 최인혁, 최용덕, 고형원을 위시하여(실제로 이들의 전성기 역시 1990년대이다) 이들에 결코 부족함이 없는 수많은 창작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을 다시 부르다
다소 도식적이긴 하지만 몇 가지 기준으로 구분해서 이 아름다운 이름들을 호명해 보고자 한다. 대중에겐 조금 낯설거나 이미 잊힌 이들도 있을 테지만,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 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리라 믿는다. 
먼저 뚜렷한 색깔의 음악과 가사로 대중음악과 크로스오버를 병행한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 홍순관, 이성균, 이무하, ‘드림’의 최성규, ‘새 하늘과 새 땅’의 류형선, ‘해오른 누리’의 이호찬 등.
인스퍼레이션 계열의 정통 CCM의 기둥을 세운 ‘좋은 씨앗’의 이유정과 이강혁, ‘옹기장이’의 백승남, ‘임마누엘’의 정종원, ‘찬양하는 사람들’의 김영석, ‘에클레시아’의 노기돈, ‘노래하는 어부 둘’의 김성조, 이은수 등.
세련되고 진보적인 음악을 만들어낸 젊은 싱어송라이터 채한성, 곽상엽, 강명식, 김도현, 안성진, ‘꿈이 있는 자유’의 한웅재, ‘기쁨찬양’의 김민수, ‘아가파오’와 ‘링크보이’의 김진오, ‘링크보이’와 ‘쿨대디’의 정경식, ‘냉수 한그릇’의 박갑수, ‘사랑이야기’의 김현중과 김재중, ‘발자욱’의 김한상, 황종률, 이종익, 현석주, 이길승, 조준모, ‘위드’의 오택근과 김상훈, 유상렬, 최택헌, ‘바탕색’의 송상경과 여상원, ‘종이배여행’의 김인식, ‘포유’의 김용호, ‘워킹’의 천강수, 유은성, 원종수, 이현덕, 김구열, ‘소망의 바다’의 민호기와 전영훈 등.
대중음악계의 ‘TOY’처럼 객원가수로 앨범을 꾸려낸 장호준과 ‘방황하는 친구에게’의 조환곤, 전문 작·편곡가 차용운, 박성준, 홍대진, 홍순관의 국악풍 노래를 만든 한경수 등.
연주자이면서 동시에 작·편곡가로 인기를 모은 신상우, 이삼열 등.
남성에 비해 수적으론 열세지만 훌륭한 노래를 만들어 낸 여성 싱어송라이터들 ‘임마누엘’의 박명선, 김지애, 이미희, 송정미, ‘찬양하는 사람들’의 이정림과 임미정, ‘푸른 향기’의 이래진이, 이계영, 김수지 등.
CCM에 부정적이던 당시 기존 교회의 최대 공격 대상이었던 록 계열의 ‘임마누엘’과  ‘큰 바위 얼굴’의 천민찬, ‘예레미’의 조필성, ‘얼터’의 차명진 등.
그리고 특별한 음악을 했던 ‘아브라조’, ‘예아이’, ‘에미멘’, ‘토우’, ‘레위사람들’, ‘뜻밖의 손님’, ‘코디최’, ‘세이’, ‘야호’, ‘크리스마스눈’, ‘카존’ 등의 팀을 기억한다.




다음 호부터는 이 중에서 상징성이 있다 여기는 하덕규, 홍순관, 강명식, 김도현, 안성진, 꿈이 있는 자유, 소망의 바다, 7개의 렌즈를 통해 1990년대의 CCM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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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리엘, 박종호, 김명식 등 90년대를 풍미했지만 다른 작곡가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송라이터의 이미지가 다소 약한 분들이나, 199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두각을 나타낸 천관웅, 이권희 등 또한 1990년대 편에서는 제외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2. 혹 필자의 무지와 기억력의 부족으로 누락된 분이 계시다면 머리 숙여 송구한 마음을 전해드린다.


민호기|CCM 듀오 ‘소망의 바다’ 가수이자, 목사, 교수인 그는 요즘 작가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그는 그보다 좋은 아빠와 남편이길 원하고 하나님 앞에서 작은 예배자로 살기를 소망한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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