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이벤트 
A Happy Event, 2011 
감독 : 레미 베잔송
출연 : 루이즈 보르고앙, 피오 마르마이

영화를 본 후 시간이 꽤 흐른 지금까지도 사실 혼란스럽다. 혹시 
<해피 이벤트>라는 제목이 반어는 아니었을까.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함께 살고 아이를 낳는 일, 영화의 짧은 예고편만 봤을 땐 ‘해피 이벤트’라는 제목에 수긍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영화를 다 본 후 드는 생각과 감정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한 여인이 있다. 철학 박사 과정 중인 바바라는 마지막 논문을 앞두고 있다. 그 논문은 조교수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결정적인 관문이자 현재의 그녀를 대변하는 중요한 분신이기도 하다. 이런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지만, 사랑이란 감정이 늘 그렇게 시작하듯 그녀는 DVD 대여점에서 일하는 니콜라스를 만나 로맨틱한 사랑에 빠진다. 열정적인 연애 끝에 임신 사실을 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가 간과했던 상황이 바바라를 옥죄기 시작한다. 임산부가 출산 호흡법을 연습하는 그 곳에 그녀는 더는 앉아있을 수 없었다. 그 호흡이 출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불안해하고 낯설게 느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 그 어떤 정서적인 위로도 설명도 얻을 수 없었으니까. 늘 여자만, 산모만 탓해대는 주위 사람들 때문에 어쩐지 외롭고 쓸쓸했다.
변화와 혼란은 남자에게도 찾아왔다. “아이를 갖고 싶어.” 단순한 한마디로 시작된 남자의 욕망은 차마 웃어지지 않는 책임감으로 되돌아와 양어깨를 짓누른다. 감동적인 순간일 것으로 추측해 온 분만실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살벌했고, 의사가 집어든 메스를 보는 순간 니콜라스는 기절하고 만다. 코를 부딪쳐 코피를 쏟으면서도 다시 벌떡 일어난 그는 그제야 로맨스라는 이름의 비현실에 드리운 현실이라는 메스를 실감한다. 진짜 현실(아기)은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둘의 관계마저 꼬이기 시작하고, 서로에게 위로나 공감을 나누기에는 점점 지쳐만 간다.
남녀 모두에게 전쟁 같은 그 통렬한 과정은 과연 무엇을 남길까? 그녀는 생각한다. 언제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그리고 결말이 산으로 간 박사논문을 휴지통에 버리고 대신 남의 생각이 아닌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혼자만의 시간에서 길어 올린 평화를 만나니 그제야 조금 알 것도 같다. 아이를 낳는 일 자체는 아직도 ‘해피 이벤트’라고 공감하기 어렵지만(오죽하면 노동(labour)이랴), 사랑하고 성숙하는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더 깊어진 나’를 혹은 ‘너’를 통해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 그리고 방긋 웃는 아가, 그것은 분명 표현하기 벅찬 행복이었다. 글 심윤정(서울국제사랑영화제 프로그래머)







러스트 앤 본 
Rust& Bone, 2012
감독 : 자크 오디아르
출연 : 마리옹 꼬띠아르,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벨기에의 삼류 복서 알리는 갑자기 맡게 된 5살짜리 아들
과 함께 프랑스로 온다. 클럽에서 일하던 그는 싸움에 휘말린 범고래 조련사 스테파니를 돕는다. 이후, 조련 중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스테파니는 절망 속에서 자신을 도왔던 알리를 떠올린다. 관계를 통해 서서히 회복하는 서로 다른 상실을 두 남녀의 사랑으로 풀어낸 <러스트 앤 본>은 감각적인 연출과 두 주연배우의 흡입력 있는 연기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천재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신작으로 <예언자>,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등의 영화를 흥미롭게 본 사람이라면 추천.












마이 라띠마
Mai Ratima, 2012
감독 : 유지태
출연 : 배수빈, 박지수, 소유진

<자전거 소년>,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 등의 중·단편
으로 꾸준히 연출자의 가능성에 도전한 감독 유지태의 첫 번째 장편 데뷔작. 백수로 지내는 30대 초반의 남자 수영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20대 초반의 태국 여성 마이 라띠마가 만난다. 기댈 곳 없는 두 남녀는 사랑하고, 그들의 절절한 사랑은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태국 여성을 연기한 신예 박지수의 인상적인 연기와 제15회 도빌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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