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는 건 분명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배우와 캐릭터가 일치해버리면, 그렇게 해서 배우가 한 이미지에 갇히는 것만큼 더 치명적인 것이 없다. 형사 전문배우, 비서 전문배우 등 한 이미지로 남지 않기 위해 배우는 끊임없이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아동 성폭행을 해놓고 부끄러움을 몰랐던 장애학교의 교장. 정치적으로 한 지역을 폐허로 만들고도 뻔뻔했던 그 사람을 연기하고도 악역 전문이 아니라 어른이고 아버지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인생의 선배이자 성우이며 영화배우인 장광을 만났다. 원유진·사진 탁영한

KBS <6시 내 고향>이었다. 결원이 생겨 급작스럽게 나레이션으로 들어간 그날. 프로그램 진행자인 오정연 아나운서가 사진을 함께 찍자고 했다. 그 전 날 영화 <도가니>2011를 봤다는 이유였다. 장광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오 아나운서는 ‘<도가니>에서 쌍둥이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신 탓에 돌 맞을까 두려워 요즘 밖으로 나다니기 무섭다고 하시는 장광 님. 실제로는 참 친절하고 인자하셨습니다. 영화 속 역할과 실제 모습을 혼동하는 일은 없어야겠죠~’라는 트윗을 남겼다. 수많은 리트윗으로 사진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에 맞춰 예능 프로그램 출연 기회가 생겼고, 팬들도 옹호에 나서며 고정된 이미지가 흐려졌다. “굉장히 욕먹을 수 있는 배역이고 오래갈 수 있는 역할인데도, 끝나고 나서 어떻게 바로 예능 프로그램에 불려 나갈 수 있느냐는 거죠. 제 힘은 요만큼도 없었어요.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하셨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지요.” 
이렇게 영화 <도가니>의 교장 형제로 남을 수도 있었던 장광은 영화 <26년>의 ‘그 사람’과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조내관’으로 짧은 시간에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을 만날 수 있었다.



입고 벗는 옷이 무겁지 않을 수 있었던 힘
대부분 관객에게는 새 얼굴일지 몰라도, 장광은 35년 이상 경력의 관록 있는 성우고 배우다. 앞서 말한 강한 인상을 남긴 세 배역은,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있어 탐낼 만한 것이나 주어진다고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장광이기에 가능했다고 말해도 그리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루에도 여러 개의 배역을 연기해야 하는 성우의 특성 탓인지. 단기간에 선이 굵은 캐릭터를 여럿 소화할 수 있었으니까. “성우로서 가장 큰 매력은 일단, 수많은 캐릭터를 대하면서 그 삶을 살아보는 거죠. 캐릭터를 만들어낸다고 하잖아요. 그게 재미있어요. 아무 것도 없는 데에서 목소리만으로 많은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 그게 참 재미있죠.”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장광은 당시 대극장에 맞춰 전달 위주의 대사를 해온 것에 반하여 대사의 섬세한 표현을 공부하고자 성우를 지원했다. “2, 3년 배우고 다시 나와서 연극을 하려고 했는데, 2, 3년이 지나도 성우로 제 역할을 못하는 거죠. 5, 6년이 걸렸죠. 그렇게 되니까 그때에는 성우를 그만두고 나와서 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성우와 연극을 병행했죠.” 연기한다는 점에서 성우와 배우는 닿는 부분이 많지만, 그럼에도 연극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매력 있는 게 연극이에요. 연극은 현장에서 작은 공간 안에 호흡과 이런 숨소리 같은 거를 들으면서 반응을 느끼잖아요. 무대에서 내가 대사를 했을 때, 곧바로 그에 대한 반응이 돌아오니까 그 느낌이 좋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작품을 엔지NG 없이 가는 거잖아요, 실수해서도 안 되니까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하게 되고요. 관객과의 호흡이 현실적으로 즉각 나타나는 것들이 매력 있죠.” 이 때문에 성우로 바쁜 때에도, 작은 배역이라도 맡아 무대에는 꾸준히 올랐다.



내가 두 손 들고 그 앞에 무릎 꿇기까지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사람의 이야기를 사람답게 하는 그 예술의 현장에서 신을 찾고 의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대 후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했지만,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없다며 장광은 그때의 제 신앙을 ‘발만 걸치고 있었다’고 표현했다. “많은 사람이 신앙의 깊은 체험이 없으면 저와 같이 생활할 거로 생각해요. 우리가 신앙이 있고 교회 나간다고 하지만, 일반인하고 똑같이 생활하는 사람, 너무 많잖아요. 특히, 성우나 예능 쪽에 있는 사람들은 그러기가 너무 쉽죠. 그런 데서 깊이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은 너무 어려워요.” 이런 환경에 있는 사람이 교회를 다니고 대중적인 자리에서 제 신앙을 고백하는 것을 보는 것 자체로 감사가 된다. “그게 복음이 전파되는 일이고 그게 선교죠. 저도 그중 하나였으리라고 생각해요. 정말 하나님이 원하는 삶을 살아온 게 아니고 그러니까 신앙생활은 했지만 그렇게 해왔던 거죠.” 그러나 하나님은 자신을 향한 사랑에 늘 목마르신 분이다. 우리는 입으로는 사랑한다 말하지만, 막다른 곳에 이르러야 하나님을 찾는다. “참 희한한 거는 아직도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해결하려고 할 때, 요만한 기댈 데라든지 알아봐서 해결해주실 사람이 있으면 그런 쪽으로 일단은 끝까지 알아보고 그걸 기대한다는 거예요. 모든 것이 다 안 되고 완전히 번 아웃 됐을 때, 이거는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때 하나님을 정말, 찾는 게 그때인 것 같아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회개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고백할 때, 그제야 하나님이 일하신다. “그전에 신앙생활 하면서 많은 사람의 간증을 교회에서 듣잖아요. 그런 간증을 들으면서 그때는 그렇구나, 생각했지만 내가 거기까지 갈 거란 생각은 안 하거든요. 그런데 정말 마지막까지 가니까 간증 들었던 것들이 떠오르면서 하나님 앞에 항복했을 때, 하나님이 하신다는 걸 알게 해준다는 걸 느낀 것이 제 간증이 됐습니다.”


가장의 부담을 덜고 서로 의지하며 기도하는 공동체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던 때, 하나님을 찾아 회개하며 가족과 함께 기도했다. “어려움을 당하고 보니 가족이란 게 정말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어려움을 당하면서 가족이 하나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죠. 자녀에게 가장으로서 자녀를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아이들한테 도리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죠.”
가정에 찾아온 어려움은 하나님과 친밀해지는 기회가 되었고, 가족이 함께 모여 서로 기도하는 문화를 만들어 주었다. 자주는 못 하지만,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는 장광 가정은, 해마다 하는 행사가 있다. “저희는 ‘언약궤’라고, 어디 신문에서 보고 좋은 것 같아서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연말에 각자 기도 제목을 써서 같이 읽는다. 평소 그걸로 기도해주다가 1년 뒤에 ‘언약궤’를 열어보고 어떤 기도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고, 새로운 기도 제목을 쓰고 나눈다.
장광의 요즘 기도 제목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영화 출연 후, 여기저기서 섭외가 오고, 영화 발표회 때 레드카펫을 밟거나 시사회에서 팬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자신의 인기를 실감했다. 처음엔 ‘이제 진짠가?’ 생각하다가 여러 번 거듭하면서 제 위치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제가 걱정스러운 거는, 그런 데서 조금 지나면 교만으로 바뀔 수 있는 요소가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겠다 싶은 거예요. 그래서 ‘교만하지 않고 늘 겸손한 마음으로’, 이것이 제 바람이에요.”
이에 더하여 건강과 ‘나한테 잘 맞고 하나님이 나한테 주시려는’ 사역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잘 발견하도록 기도해주기를 부탁했다. 온누리교회에 장로로 피택되어 훈련을 받는 중이라며, 헌신할 교회 사역을 찾고 있다고 했다. “잘 발견 못 하겠어요. 사역이 정말 많아요. 어떤 게 저한테 좋을지. 거기에 대한 것을 딱히 하나님이 주시지 않아서, 그것도 기도 제목이에요.” 성가대로 섬기며 절기마다 칸타타에 참여하고, 열린 예배의 드라마나 음악제를 도우며, 온누리에서 운영하는 위성 텔레비전인 CGN TV에서 인형극이나 성경, 신앙 서적을 읽어주는 일 등. 다양한 봉사를 이미 하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일을 하고자 고민하고 있었다. 




인생의 선배로서 우리에게 성공이나 돈이나 명예가 아닌, 삶의 기본이 되는 예의와 성실을 말씀해주는 장광. 청년의 때를 사느라 멀리 보지 못하여 조급해질 때, 주변에 많은 인생의 선배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해보자. 우리보다 더 먼저 하나님의 훈련 프로그램 안에서 깨지고 배우며 깨달은 선배의 겸손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소중한 진리를 다시 발견할지 모른다. 활발히 드라마와 예능을 오가는 선생님이 건강히 활동하고 지혜와 겸손이 더해가기를 기도한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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