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PECIAL/2013 05-06 이 부부가 사는 법

이 부부가 사는 법 3│세상에 단 하나뿐, 우리 사랑 우리의 기록 Studio 506

결(結)’이라는 한자에는 ‘絲(실 사)’ 자가 들어 있다. 두 사람의 삶이, 두 사람의 사랑과 믿음만큼 튼튼한 실로 엮이는 것이 결혼이다. 연상 연하, 전라도와 경상도, 직장 상사와 말단 사원, 작가와 포토그래퍼, 그렇게 다른 모습으로 살아오던 여자와 남자가 있었다. 씨실과 날실이 엮여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듯, 올해 3월 초 두 사람은 서로의 삶을 엮어 결혼을 했다. 글 박윤지·사진 제공 스튜디오 506, 김준영


선데이(Sunday, 이한뫼)와 모이(Moy, 조일연)는 직장에서 만났다. 2년이 넘는 연애 기간 동안 서로에 대해 알아
가고, 꿈을 나누면서, 함께 좋아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며 오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했다. 여느 청춘과 다르지 않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계속되었으나, 혼자가 아닌 둘이었기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즐겁다. 서로의 장점을 살려 올해 ‘기록과 역사’의 가치를 지향하는 ‘스튜디오 506’의 문을 열었다. ‘스튜디오 506’은 단순한 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면서 콘텐츠를 기록하는 아카이브와 같은 곳이다. 커플의 웨딩북, 데이트 스냅 사진, 좋아해 프로젝트 등으로 하루하루 고운 무늬를 짓는다, 둘이 함께. 


빛나는 순간을 담아 <두 사람 책>
결혼을 앞둔 사람들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수백만원 상당의 비용을 들이지만, 결국 남는 건 남과 똑같은 배경에서 똑같은 포즈를 한 사진들이다. “결혼이라는 게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데, 자기 모습이 아니라, 남들 하는 대로 흉내 내잖아요. 평생에 한 번뿐인데, 다시 오지 않을 것인데, 두 사람만의 축제를 이렇게 기록하는 것도 의미있지 않을까요?” 선데이와 모이는 세상에 둘도 없는 그들의 사랑을 기록하기 위해 정형적 공간과 구도를 벗어나서 커플만의 고유한 분위기와 느낌을 자연스럽고 순수하게 기록하고 싶었다. 진실한 내면의 표정까지도 담고 싶었다. 사랑하는 두 사람만의 시간을 붙잡아 둘 수는 없지만, 사진 속의 웃는 모습, 맞잡은 두 손에서 전해지는 믿음은 영원하지 않은가.

<두 사람 책>은 둘만의 책이다. 표지를 열면, 맨 처음 두 사람이 만나기 전 각자의 모습을 정리한 ‘두 사람 연대기’가 나온다. 백일 사진, 어린 시절, 학생 때의 모습 등 서로 만나기 전 성장의 시간이 보인다. 다음 ‘연애시대’는 두 사람이 데이트할 때 찍은 사진을 편집한 부분이라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으면 두 사람이 사랑으로 조금씩 닮아가는 과정을 보며 웃음 짓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 포토그라피’는 두 사람만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찾아가 오래 기억할 만한 의미를 새기기도 한다. 선데이와 모이는 처음 대화를 나누고 ‘이 사람이다’ 싶었던 회사 옥상에 다시 찾아가 사진을 찍었다. 쑥스러운 듯 활짝 웃고 있는 모이의 사진 아래 ‘태풍 곤파스와 함께 그가 왔다’는 문장이 보였다. 자주 함께 걸었다는 경복궁의 커다란 은행나무 아래서 찍은 사진에서 두 사람만의 노란 가을 향기가 느껴졌다. ‘두 사람 인터뷰’는 선데이와 모이가 조금 더 힘을 실은 부분이기도 하다. ‘웨딩북’답게 커플을 직접 인터뷰하고 만남에서 결혼까지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사진 뿐만 아니라 글을 함께 실어 커플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스튜디오 506’의 가치가 빛나는 부분이다. 그리고 ‘웨딩 스냅’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하려는 그들의 정성 어린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성숙한 내일을 기대하는 운명공동체

두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결혼식이 아니라 결혼이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 “서로 다른 일을 하고, 각자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서로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놓칠 텐데 그러면 5년 후에 흔히 말하는 권태기를 겪겠죠. 하지만 이게 같이 사는 가장 큰 이유잖아요. 서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지켜봐 주는 것.” 이렇게 말하는 모이는 한때 영화를 만들려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길에 곁에 있는 사람을 외롭게 할까 봐 독신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나니, 사랑을 통해 꿈을 꿀 만큼 성숙해졌다. “눈에 보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화산이 중요해요. 이게 폭발하면 뭐가 될지 모르고. 그리고 서로 그 끓고 있는 화산을 어떻게 분화를 시켜줄 것인가. 그게 중요해요.” 서로에 대한 확신은 결혼에 대한 결심으로 이어졌다. 앞으로 성숙해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단다. “막상 결혼까지 해 보니까 큰 카테고리는 같은데 세부적으로는 많이 달라요. 각자 기준에 상대를 맞추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저는 ‘이해’하는 것은 약간 거짓말 같아요. 서로 30년 가까이 다르게 살아온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하지만 ‘인정’하는 것. ‘당신은 그런 사람이군요’하고 인정하면 돼요. 가사 노동을 하다가 힘들 때는 ‘옆집 아저씨일 거야. 그러니까 당연히 안 도와주지’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선데이가 “정말 현명한 분이세요”라고 말해서 다 같이 웃었다.


선데이와 모이는 매일이 소중하기 때문에 기념일은 챙기지 않는다. 단, 일 년에 한 번, 처음 만난 날은 꼭 기념 사진을 찍는
다. 해마다 어떻게 변해 가는지 죽을 때까지 기록해 놓을 것이라고. 결혼이 뭐냐고 정의를 내려주라는 말에 두 사람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운명공동체요”라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그리고는 상대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어 들며 활짝 웃는다. 얼마 전에 완성된 <두 사람 책>은 끝이 아니다. 아이가 생긴다면, ‘세 사람 책’으로 또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테니까.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기록과 역사로 무늬를 엮어갈지. 이제 막 둘만의 봄날이 시작되었다.올해부터는 자신들이 스스로 삶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좋아해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가고 있는 청춘을 한 달에 한 명씩 인터뷰하여 기록한다. “좋아하는 걸 하고 살면 좋겠지만,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힘들 수도 있죠. 먹고 사는 게 해결이 안 되는 사회 구조잖아요. 저도 영화를 하고 싶은데, 못하게 되었잖아요.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시작했어요.” 이렇게 또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기록과 역사가 되어 쌓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