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밤마다 잔잔한 볼륨으로 클래식을 들으며 잠을 청합니다. 대학생 때부터였으니 이런 습관도 벌써 수십 년에 이르는군요. 지금부터 약 270여 년 전, 독일 드레스텐 궁정 러시아 대사 카이저링(Kaiserling)도 이따금 불면에 괴로울 때면 전속 악사 골드베르크(Goldberg)에게 클라비어를 연주하게 했다지요. 하지만 골드베르크에게 만족스런 효과를 보지 못한 그가 결국 찾아간 사람이 바로 바흐(Bach)였습니다. 바흐는 그의 부탁대로 부드럽고도 생동적인 힐링 뮤직을 작곡해 주었고, 이 일은 골드베르크의 스트레스까지 해결해 주었을 겁니다. 이렇게 탄생한 곡이 그 유명한 Goldberg Variations BWV 988(1741)입니다. 


이 곡은 바흐가 그의 아내를 위해 작곡한 Anna Magdalena Notebook II 중 Sarabande의 선율을 차용한 후 Aria라 명하고, 그것을 주제로 30곡의 숨가쁜 변주(Variations)을 노래하다가, 마지막엔 Aria da capo로 다시 숨고르기를 하도록 만든 곡입니다. 원곡은 2단 쳄발로를 위한 곡이지만 피아노로 자주 연주되고 그 스페셜리스트 중에 글렌 굴드(Glenn Gould)를 빠뜨릴 수 없습니다. 실로 엄청난 스피드로 파격을 일삼는 23세 청년의 데뷔 앨범(1955)은 그야말로 충격을 불러 일으켰으며, 여기에 완급과 원숙미까지 겸비한 두 번째 녹음(1981)은 이듬해 그의 사망으로 안타깝게도 유작으로 남고 맙니다. 결국 굴드의 인생 여정은 Aria로 출발하여 Aria da capo에 도달하였다고나 할까요? 모두 그의 연주는 바흐답지 않다고 하지만, 탈-바흐, 재창조-바흐, 나아가 굴드-바흐라는 그만의 독창성이 사람들을 그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골드베르크는 스테판 후
송(Stefan Hussong, 독일, 뷔르츠부르크 국립음대 교수)의 아코디언 연주입니다. 일찍이 워커 에반스(Walker Evans)가 1938년 뉴욕의 지하철 풍경을 찍은 사진에서, 우리는 아코디언이 맹인들의 생계수단이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앙드레 케르테츠(Andre Kertesz)가 헝가리에서 찍은 길거리 악사는, 맹인이 아니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아코디언을 저평가했었나 봅니다. 기껏해야 술집에서 민속음악이나 연주하던 아코디언에게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는 실로 큰 영예와 격조를 안겨 준 셈이지요. 얼마 전에 조지 시어테스(George Szirtes)가 쓴 <앙드레 케르테츠를 위하여>라는 시를 알았습니다. 간략히 소개해 보려 합니다. 

   

 

아코디언 연주자는 눈먼 지성이라네  

그는 거대한 타자기를 들고 다니지   

타자기가 긴 수평선을 그리며  

팽창할 때, 건반들은   

날개처럼 펼쳐졌다가도  

천식 환자의 기침소리를 내며  

붕괴하고 말지  

 

눈을 감는 것과 잠을 자는 것은 또 다른 개념이겠지만, 구걸하는 맹인의 표정과 숙면을 청하는 백작의 심정은, 적어도 낮은 자를 기억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만큼은 동일한 듯합니다. 

오늘 밤엔 여러분도 ‘눈먼 지성’이 되어 ‘천
식 환자의 기침소리’를 이리저리 쓰다듬다가 스르르 단잠에 빠져 보시기를 바랍니다.

황소연| 직장에선 황이사님, 교회에선 황집사님, 사진계에선 황작가님, 페이스북에선 소여니아님으로 불리며 나이 마흔 중반에 아직도 정체성이 혼란한 남자! 하지만 예술과 신앙으로 온전한 형체를 잡아가는 남자! 아담의 본향이며 성서의 대명사로써 ‘에덴’ 을 주제로 f i ne-art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3 회 개인전을 준비 중입니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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