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을 기준으로 해도 반경 5km 이내에 대형마트가 5개나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지달에 개점한 창고형 마트예요. 대형마트들은 한두 달마다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할인 행사를 하는데, 그때마다 신문에 끼여 오는 전단만도 신문만큼이나 두툼해요. 이들의 신나는 가격 경쟁 틈에서 골목 상권과 전통 시장이 죽어가는 건 어제오늘 일만은 아닙니다. 그래서 대형마트 규제 정책이 불거졌지만, 여기저기 앓는 소리만 늘었지요. 골목 상권과 전통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정말, 해뜰 날이 돌아오기는 할까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잘 될 줄 알았지

대형마트 규제 시도는 작년 4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부터 적극적이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형마트가 일요일을 포함하여 월 2회 문을 닫아야 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하도록 조례를 만들어 법적으로 강제했습니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오히려 기초자치단체에 휴업 조치에 대한 소송을 함으로써 규제의 불합리성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법원에서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 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각 지역의 대형마트들도 소송을 제기했어요. 조례 제정 시에 ‘상당한 기간’ 동안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게 이유였어요.
일 년 동안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를 시행해 본 결과는 어땠을까요? 전통시장의 수익은 대형마트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늘지 않았고 오히려 감소한 곳도 있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이용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대형마트의 휴일 전날 미리 마트에 가거나 인터넷쇼핑 또는 홈쇼핑을 이용하기 때문이었지요. 또, 대형마트에 농수산물을 납품하는 업체도 줄줄이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채소나 생선 등은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하루 휴무로 주문량이 줄어 전체적으로는 수 억대의 수익이 감소하였으니까요. 지난 1년간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윗돌 빼어 아랫돌 괴는’ 정책이 되고 말았습니다. 


대형마트 판매 품목 제한, 안 되면 말고
지난달 서울시는 대형마트가 판매하는 품
목 중 전통시장과 큰 가격 차이가 없는 달걀, 감자, 콩나물 등 51개 품목의 판매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형마트는 식품이 전체 판매량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심지어 소비자들도 아우성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대형마트에서 공산품 쇼핑을 다 하고, 감자와 달걀을 사러 시장에 가야 하나요? 우리 집 근처에는 시장도 없는데! 주차도 힘들어요!”라며 항의했지요. 소비자들에겐 한 번으로 끝낼 쇼핑을 두 곳으로 나누어 가야 하는 일이 불편할 뿐, 전통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정’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결국 서울시는 ‘대형마트 판매상품 제한’을 한 달 만에 철회했죠. 서울시는 분쟁 상권에 신규 입점하는 대형마트에 대해서만 이를 적용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그 탓에 혼란은 더욱 가중된 셈이에요. 골목 상권과 전통 시장은 이제 조변석개하는 정책에 대한 신뢰도 사라지고, 더 나은 정책이 나올 거라 기대할 힘도 잃었습니다.


이미 문구점도, 철물점도, 쌀가게와 채소가게도 이제는 예전만큼 보기 어려워요. 대형
마트 하나만 있으면 작은 가게들은 모두 흡수해 버릴 만큼 강력하니까요.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앞서 외치며, 다시 유통업의 정비를 시작했다지요. 하지만 규제에 실패하고 나면 고작 대형마트와 영세 상인들에게 상생하라고만 하니! 대형마트 규제는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일까요? 이미 덩치가 커진 고양이를 잡기가 쉽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힘없는 쥐들은 기를 써서 겨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는, 고양이가 발톱을 세울 때마다 도망칠 준비만 하면 되는 걸까요? 글 박윤지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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