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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괜찮다면 아홉 번씩 아흔 번이라도 떠나겠어요│tvN월화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안방극장의 
꽃인 드라마는 특이한 소재나 탄탄한 구성뿐만 아니라 어떤 배역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이 때문에 캐스팅만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 생길 정도니까. 맞춘 듯한 배우를 구하는 것은 드라마와 배우가 상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드라마 나인으로 명실상부한 로맨티시스트로 자리 잡은 이진욱을 보라!


2013년 상반기 드라마의 주인공은?
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하 <나인>은 그동안의 ‘시간 여행’ 소재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첫 회부터 큰 기대와 호평을 받으며 시작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신선한 연출에 훌륭한 연기 앙상블이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또한, 삶을 방랑자처럼 즐기고 싶은 젊은이에게는 로망의 나라로 꼽히는 네팔과 쉽게 떠나지 못하는 지금의 서울, 90년대의 추억 열풍을 되새길 만한 그 시절의 파란 전화부스처럼 같은 ‘시간 여행’을 다루어도 미래를 향하는 그것보다는 좀 더 이해 가능한 배경 설정 역시 한몫했다. 그간 케이블 드라마 발전에 관한 회의적인 생각은 <나인>이 전파를 탄 이후 인터넷 기사와 SNS를 뜨겁게 달구며 긍정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시대가 원하는 왕자의 전형
옥탑방의 정신 사나운 왕세자와 그의 친구들(드라마<옥탑방 왕세자>SBS)에게 소녀의 순정을 홀랑 바쳤던 우리는 인현왕후의 시크하고 귀여운 남자드라마(<인현왕후의 남자>tvN)를 군대에 보냈다. 그리고 이진욱이 연기한 박선우를 만났으니, 본능적으로 왕자를 기다려온 우리가 그에게 빠지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요즘의 우리는 그저 그런 왕자를 기다리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보던 동화에나 나올법한 왕자는 없다는 걸 알았을 뿐더러 치열하고 능동적으로 하루를 살아내는 이 시대의 잠재적 공주들이 원하는 건 밑도 끝도 없는 어설픈 약속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인정해주고 앞으로도 함께 걸어가 줄 것을 진심으로 고백할 줄 아는 남자기 때문이다.
<나인>의 박선우는 말했다. “믿고 싶은 판타지는 믿고, 사랑하는 여자는 사랑하면 된다.” 과거든 현재든 모든 이에게 공평히 흐르는 시간에서 일과 사랑에,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가장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갖춘 새로운 왕자의 모습을 제시한 것이다. 


네,이진욱. 
당신이에요.
그리고 
그 덕은 이진욱이 봤다. 2004년, 조인성과 동반 출연한 캔커피 광고에서 ‘조인성 옆에 있어도 꿇리지 않는 뉴페이스’로 주목을 받으며 꾸준히 광고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을 알렸던 그. 2년 뒤 드라마 <연애시대>(SBS)에서 손예진의 주면을 어슬렁거리며 연기자의 걸음을 제대로 걷기 시작했다. 여러 작품을 통해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꾸준히 만들던 그가 이른바 대중 인기의 척도인 ‘남친 삼고 싶은 배우’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작년에 방영한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tvN)이후. 극 중 ‘윤석현’의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하는 바람에 우리는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그 남자들을 안 떠올릴 수 없었다. 그리고 아직 ‘윤석현’을 보내지 못한 우리에게 그는 박선우의 옷을 입고 다시 돌아왔다. 이제 그는 잘 만난 캐릭터 때문에 ‘믿고 보는 이진욱’이라는 기분 좋은 평가까지 얻었다. 
굳이 공중파가 아니어도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할 만한 작품이라면 기꺼이 선택하는 이 영리한 배우. 지금의 ‘잘생기고 연기 잘하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만의 판을 만들어 놀 줄 아는 자유로운 배우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박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