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권사님은 예배 시간에 찬송을 부를 때, 가사를 자주 틀리십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 예배와 비교하면 권사님 목소리는 우렁찬 편이라서 찬양을 부르는 내내 일체감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곤 합니다. 부모님을 따라 예배 드리러 온 어린아이들이 ‘저분은 왜 자꾸 가사를 틀리나’ 하는 표정으로 슥 하고 쳐다보는 일도 다반사죠.

자꾸 틀린 데 또 틀려
뭐,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옛날 찬송가의 가사가 익숙해 놔서 벌어지는 일이지요. 사실 여러 사람 속에 묻혀서 누가 틀리는지 모를 뿐이지, 제법 많은 사람이 찬송가 가사를 틀리곤 합니다. 저만 해도 그래요. 눈으로 새찬송가 가사를 들여다보고 있는 와중에도 입에 붙은 가사가 툭툭 튀어나올 때가 있거든요. 특히 교회생활을 좀 오래 하신 분들은 굳이 찬송가를 보지 않아도 웬만한 찬송은 다 외우시거든요. 88장 <내 진정 사모하는>이라든지 270장 <변찮는 주님의 사랑과> 같은 찬양을 부를 때는 마이크를 잡은 목사님께서도 몇 번쯤 실수하시곤 하셨죠.


한번 붙은 습관 쉽게 뗄 수 없는 까닭
개역개정판 성경과 새찬송가가 보급된 지도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전 버전의 영향력은 강력합니다. 더 딱딱하고 어려운 단어로 쓰여 있지만, 뜻밖에 많은 사람이 여기에 편안함을 느낍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왔으니까요. 스마트폰의 메모 기능은 분명히 편리하고 강력한 기능이지만, 손 글씨가 익숙한 사람에게는 종이 수첩에 비할 바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똑바로 찬송가를 보고 부르면 되잖아? 형이 건성으로 부르니까 틀리는 거야.”
“오빠 옛날 사람인 거 너무 티 내는 거 아니에요?”하고 짓궂은 농담을 하는 동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우측통행이라고 안내해 좋았는데 왜 자꾸 왼쪽으로 다니느냐’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측통행을 시행한 것이 제법 되었지요. 지하철 역사마다 대대적으로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우측통행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나 스스로 습관을 고치기가 힘들다는 것이 첫째요, 가까스로 내 동선을 바꿔놓고 나니 수십 명의 이동에 걸림돌이 되곤 하는 것이 둘째입니다. 정신없는 출근길에 만나는 좌측통행의 사람들에게 일일이 눈을 흘기려면 장담하건대, 시신경이 남아나질 않을 거예요. 공동체 생활을 통해 얻은 습관은 그 수정과 변경이 못내 어려운 일이 아닐 수가 없을 겁니다. 

옛날 사람이라 그러는 거 아니에요. 건성이라서 그런 것도 아니고요. 습관이 될 때까지만 
이해를 부탁할게요. 조금 더 지나면 익숙해질 테니까요.


주동연작심삼일을 겨우 넘긴 네번째 날의 오후, 세상을 움직이기보다는 그저 잘 쓴 글 한줄을 원하는, 오타쿠와 초식남의 경계짓기 어려운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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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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