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희(Our Sunhi, 2013)                                         
감독 : 홍상수
출연 : 정유미, 이선균, 김상중, 정재영



그의 영화에서 대단한 철학이나 미덕을 발견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홍상수의 작품에는 분명 ‘뭔가’가 있다. 그 ‘뭔가’가 과연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할 수 있지만, 일단 ‘잘난(체 하는) 사람들의 망가짐’과 그에 따른 묘한 ‘통쾌함’ 정도라고 해 두면 어떨까? 한 여자와 세 남자가 있다. ‘선희’를 정의하는 세 남자의 말은 어쩐지 비슷하면서도 신뢰하기 어렵고,‘ 삶의 충고’를 건네는 세 남자 사이에서 그녀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최근,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아 더욱 큰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블루 재스민(Blue Jasmine, 2013)                                  

감독 : 우디 앨런
출연 : 케이트 블란쳇, 알렉 볼드윈, 피터 사스가드




이제는 감독의 이름 자체가 장르가 되어 버린, 우디 앨런의 새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파리와 <로마 위드 러브>의 로마를 이어 다시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공동 캐스팅한 ‘도시 시리즈’의 신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부족한 것 없었던 뉴욕 상류층 재스민케이트 블란쳇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다. 여동생 진저를 만나러 샌프란시스코로 온 재스민은,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신경쇠약에 걸린 재스민, 과연 뉴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폭스파이어(Foxfire, 2012)                                       
감독 : 로랑 캉테
출연 : 케이티 코시니, 레이븐 애덤슨, 마들렌 비손


1950년대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 그 야심에 찬 꿈들이 말처럼 논리적이거나 아름답지 않았던 그때를 배경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그 꿈에서 소외 당한 소녀들의 모임, 외톨이여서 외로웠다기보다는 여성이면서 미성년이었던 상황만으로 사회적 약자를 만든 시대가 그들을 외롭게 했다. 연대가 필요했다. 외로웠던 만큼 더욱 강렬하게 조직에 빠져들었고, 목숨도 걸겠다는 대단한 맹세도 서슴지 않았다.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폭력에 대한 복수와 불의에 대한 항거를, 함께는 할 수 있었다. ‘폭스파이어’라는 신비한 이름 아래,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궤변을 치워 버리고, 그녀들은 함께 살기로 한다. 
영원히 행복할 것 같았던 이상적인 공동체는 작은 불신의 씨앗으로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점점 통제 불능의 사건·사고에 휘말린다. 게다가 여성성만 연대로 하여 조건 없이 모인 ‘폭스파이어’ 멤버 사이에서도 일종의 계급이 생겨나고, 특유의 질투와 편 가르기로 서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먹는 것과 임대료 등의 현실적인 문제는 급기야 소녀들의 위험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뭔가 변했어!’ 라고 자각할 때 즈음, 영화는 다시 한 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이 작품은 영미권의 대표적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동명 소설 <폭스파이어>가 원작이다. 영화에서는 소설과 달리 긴 세월의 이야기를 우직하게 차례로 풀어낸다. 영화화할 작품으로 왜 이 소설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어떠한 느낌을 강요하지 않고, 의미는 이면에 숨겨둔 작품들을 좋아한다”고 답한 감독의 취향처럼, 이 영화는 결론에 도달하는 일련의 방식이 바람에 흩날리는 불꽃처럼 가볍고 매우 자유롭다.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소녀들의 일상이 치기 어린 일탈 같아 한 편의 성장영화를 본 것 같으면서도, 한편 영화 전체에서 성(性)과 계급, 정치, 사회와 혁명, 이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면 과장일까?
충동적이고 아슬아슬한, 하지만 순수하고 간절했던 그녀들만의 삶과 이야기를 옛날 이야기처럼 전해 듣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반백 년이 넘게 지난 그들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실패한 실험이 결코 실패가 아니듯이 ‘폭스파이어’의 불꽃 같은 삶과 그 모든 시도 또한 정녕 실패가 아니었기를, 그리고 세상의 모든 ‘폭스파이어’들이 더 간절히 시도하고 더 건강하게 더 잘 실패하기를 소망한다. 글 심윤정(서울국제사랑영화제·필름포럼 프로그래머)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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