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에게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것이 글이든, 노래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결국 사람이다. 결국 그 사람은 어떤 한 사람에게 잊지 못할 감동 혹은 인상을 심어주고 만다. 결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 삶 전체를 뒤흔드는 만남이 흔하지는 않지만 그녀에게는 서른 살 먹은 예수를 만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가난한 자, 죄인, 어린이 그리고 삶의 끝까지 내몰린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웃고, 울었던 예수는 그녀가 운동권에 있으며 만났던 그 어떤 사람과 비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청년처럼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글·사진 김준영


건강한 약국은 그곳의 입구에 있다


이미선 약사는 미아리에서 태어났고,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약국을 시작한 것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이곳 미아리에서였다. 그곳은 미아리 성매매 집창촌 입구이고 그곳에서 그녀는 그곳 여성들한테서 ‘약국이모’로 불린다. 
남처럼 좋은 목에서 병원의 처방대로 약을 제조해주는 것보다는 한 사람에게 참 위로와 따뜻한 사랑을 건네고픈 작은 소망이 피어났다. 그리고는 이 사회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를 만났고, 그 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그 벅찬 감동에 이끌려 이곳 미아리에서 약국을 연 것이다. “모든 사람이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데, 저까지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누군가는 지금 이대로도 아름답다고, 네 마음을 안다고, 얼마나 아팠느냐고,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말을 건네줄 사람이 그들 곁에 있어야 하는 거죠. 저도 나를 그렇게 봐주는 사람들 때문에, 또 그렇게 받아주시는 하나님 때문에 지금 여기에 있는 것 아니겠어요? 때론 언니처럼, 이모처럼 그렇게 수용해줄 그런 사람이 필요하죠. 누구에게나요. ”
그녀는 그곳에서 만나는 여성들을 보며 인간의 단면이 보인다고 했다. 특별히 대단해 보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그들이 받고 있는 고통과 아픔은 누구나 겪고 있는 또다른 현실과 모양만 다를 뿐 성질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비난과 판단이 아닌 위로와 수용이 필요한 우리가 아닐까.


그녀들도 약이 필요한 한 명의 여성
세 명 정도가 서면 꽉 들어찰 만큼 작은 공간인 약국 안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중에도 여러 명의 여성이 약국 안으로 약을 사러 들어왔다 나갔다. 어떤 여성에게는 어느 제품의 향수 냄새가 나기도 했고, 어떤 여성은 밤을 샌 듯 무척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한결같이 어디가 좋지 않다는 말을 했다. 이미선 약사는 으레 아무렇지 않게 아픈 곳을 묻고 들으며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웃었으면 더 좋겠다, 힘내라, 속을 잘 다스려라’ 라는 어렵지 않은 말을 건넨다. 여느 도시, 동네 약국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여기 여성들은 특히 관절염, 신경통, 무기력증, 두통 이런 것들로 고생을 많이 해요.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기도 하니까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끔은 약을 넘어서 그녀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을 때도 많아요. 실제로 여기 여성들도 ‘저렇게 살면 안 되는데’ 하는 부류도 있죠. 왜 없겠어요. 하지만 못지 않게 많은 여성은 부모와 식구를 부양해야 하는 짐을 지고 있었기도 해요. 결혼을 꿈꾸고, 가정을 원하는 여성이죠. 여자예요.”
그녀를 빠져들게 했던 그 예수는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약국으로 드나드는 이곳 여성들의 얼굴에 있고, 그들과 나누는 대화 안에 있고, 혼자 웅크리고 아파하는 그녀들의 집에 있다. 그녀는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며 사람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주고 있는 것이다. 


미아리에서 띄우는 서신
 
그녀는 짬이 나면 그림도 그린다. 그리고 손수 천을 사와서 바느질하여 손수건도 만든다. 아직은 실력이 일천하다며 그림도보여주는데 얼굴은 오히려 자랑을 머금은 미소를 보인다. 얼마 전엔 김현일 씨가 운영하는 ‘바하밥집’에 계란찜 100인 분을 해다 주기도 했다. 
“제가 남들보다 잘하는 거는 손재주가 좀 있다는 거 정도! 마음이 힘든 사람, 아픈 사람, 위로를 주고 싶을 때, 그럴 때 있잖아요? 그럴 때 하나씩 주면 좋아하고, 감동을 먹어요. 마음을 담아서 주면 좋잖아요. 저는 생산적이라는 말을 제일 좋아해요! 긍정의 아이콘이죠! 엽서나 편지도 줄 때 그림 그려서 주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구요.”
사람이 태어나 무엇인가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삶의 기쁨이 아닐까. 큰 것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줄 수 있는작은 것을 주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우리의 삶은 담박하게 살 만하다.
그 바쁜 시간에도 그녀는 얼마 전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그녀는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사회복지 센터에서 일하거나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녀가 모 일간지에 연재했던 칼럼을 엮어서 
낸 <미아리 서신>이라는 책을 펼쳤다. 그곳에서 만난 여성들의 이야기였지만, 그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보이는 건 내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내 모습을 안아 주는 예수가 보였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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