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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뉴스 따라잡기

전세 제도는 연명치료중?

저처럼 물려 받을 재산이 없는 결혼적령기 총각에게 가장 무거운 고민은 주택 문제입니다. 해가 갈 수록 “단칸방 월세에서시작했다”로 시작하는 부모님 세대의 무용담(?)을 더 이상 통용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없이 사는 서민에게 그나마 위안을 줬던 것이 ‘전세’ 제도입니다. 통상 2년인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계약 연장을 고민해야 하지만, 거꾸로 보면 2년 동안은 고민 없이 살 수 있고, 은행 이자보다 비싼 월세의 부담도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렇게 서민에게 고마웠던 전세 제도가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전세 제도를 유지하려면 금리가 높거나, 집 값이 꾸준히 올라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전셋값을 받아 은행에 넣어두고 월세 못지않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면 집주인이 집을 월세가 아닌 전세로 내놓을 수 있고, 집값이 오를 거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전세를 구하는 쪽에서 집을 사는 방향으로 돌아서면 전세 구하기 경쟁이 줄어들 거란 뜻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시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금리를 올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또 수십 년을 이어온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무너졌는데 누가 선뜻 떨어질 수도 있는 집값을 감수하고 매매를 하겠습니까. 결국 월세가 전세의 자리를 대체해 전세 매물은 줄어들고, 집을 안 사는 주택 수요 계층이 전세 구하기 경쟁을 계속해 전셋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정부 또한 당연히,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이러한 현실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세 제도가 곧 없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또 이 정권 임기 안에 전세 제도가 없어지게 놔두는 것도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전세 비용을 잡겠다면서, 한쪽에서는 저금리 전세 대출을 확대해 전셋값 올리기에 일조하는 식의 일회성 땜질 처방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현실을 직면하고 서민에게 고통을 받아들이자고 설득하며 이 정권 안에 전세의 종말을 맞을 것이냐 아니면 연명치료 격인 임시방편을 총동원해 어떻게든 이번 정권 끝날 때까지는 전세 제도를 살려둘 것이냐를 고민해야 하는 정무적 판단, 그것이 이 정권의 문제라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야기하더군요.


결국 전세가 없어진 자리는 월세가 채워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못 한 사람들은 어떤 이들이 부모에게 물려받은 집이나 부모 도움으로 산 집에 월세 들어 살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한 푼 두 푼 모아 집을 산다는 것이 평생에 걸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직장을 다녀도 누군가가 보태주지 않으면 전셋집도 얻을 수 없는 현실이, 그런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막상 배우자를 고를 때는 상대의 재력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물려 받을 재산 없는 제게도 갑갑해 보였습니다. 지금 무슨 감상문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요. 


지상파 방송사에서 밥벌이 하는 자도 이 정도라면, 전세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전셋값도 잡아주겠다며 서민을 희망고문하는 일은 그만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아픔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직시하자며 월셋값 대책을 마련해주는 것이, 치솟기만 하는 전셋값의 고통에서 하루라도 빨리 서민들을 구할 수 있는 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현용| 커다란 머리만큼이나 세상의 아픔을 돌아보고 알리고 싶은 MB C 기자. 사실 부지런하기보다는 게으르고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는 여러 나라를 개 마냥 싸돌아다니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고, 화려한 밥상보다 오직 맛있는 연유가 들어간 모카빵을 좋아하는, 크리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