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독맨션 1집 <Funk>. 2002년도에 그들의 음악은 정말 죽여줬었다! 베이스와 드럼의 기가 막힌 그루브, 살아 숨 쉬는 혼 섹션, 이한철의 에너지 넘치는 보컬.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명반이 하나 나왔다 싶었다. 불독맨션은 나름으로 팬 층을 확보했으나, 역시나 인디밴드 특유의 지엽적 지명도에 머물렀다. 그땐 지금만큼 밴드의 붐도 아니었으니. 2년 후, 2004년도에 나온 2집은 좀 더 반응이 희미했던 듯싶다. 이렇게 또 하나의 실력 있는 인디밴드가 소리 소문도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잊히는 순을 밟았더랬지. 아~ 한국의 인디밴드는 유통기한 짧은 정크푸드 취급을 받아야만 하는가. 누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실력이 부족한 것도, 멤버들이 사고를 치는 것도 아닌데 결성하고 몇 년이 지나면 슬슬 힘이 빠지고 조용히 사라지는 우리네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리고 2013년, 마침내 그들이 돌아왔다! 불독맨션 정규3집 <Re-Building>. 그래, 불독맨션
이 재건축되었다. 여전히 그들의 음악은 팔팔하게 살아 있었다. 아니 더욱 노련해지고 에너지는 예전 그대로 넘친다. 그간의 공백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9년 만에 냉동인간에서 봉인해제된 듯한 밴드의 귀환에 반가움이 더했다. 각종 인터뷰에서 전하는 그들의 그간 소식은 별다를 건 없었다.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 이한철은 워낙에 방송과 솔로 활동으로 바빴고, 다른 연주자들은 실력이 괜찮았으므로 가요계에서 왕성한 세션 활동을 해왔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뮤지션으로 큰 탈 없이 살아 온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네 열악한 음악 환경에서 겪는 전형적인 궤적을 그려왔다고 하겠다. 진짜 자기 음악을 하려고 모였지만, 그리고 진짜 그런 색깔 있는 음반을 만들었지만, 밴드로서 버텨내기엔 시장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입담이 좋거나 특별한 개성이 있는 보컬은 보통 자신만의 방송거리라도 생긴다. 연주 멤버들은 딱히 방법이 없어 레슨으로 생활을 유지하며 간간이 세션 일을 한다. 뮤지션에게는 항상 자기 음악을 하려는 꿈이 있을 터인데.


불독맨션 멤버들도 유사한 길을 걸어왔다. 한 멤버는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했다. 또 한 명은 서울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이번
에 불독맨션을 위해 사표를 던졌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삶을 7년간 살았는데 조직생활에 적응이 쉽지 않더라는 말을 전한다. 2009년 가을, 별다른 생각 없이 오른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무대에서 불독맨션의 부활에 대해 의기투합한 결과가 바로 2013년 3집 <Re-Building>이다. 가장 빛났던 시기 10년 전 불독맨션 1집의 시절을 기억하며 다시 열심히 뛰고 있다. 그동안 각자 손을 놓지 않고 세션으로, 솔로로 활동했었기에, 신기하게도 다시 모이니까 주문 안 해도 10년 전의 사운드가 다시 나왔더란다.


우리 기억 속에 있는 1,2집만 내고 소리 없이 희미해진 젊은 날의 밴드들. 나만의 뮤즈인 그들도 언젠가 그렇게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그 
때 빛났던 그 음악, 그 소리들은 오직 그들이 들려 줄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이재윤|문화선교연구원의 ‘이코디’ 로 불리는 그는 정작 아내에게 패션 코디를 받는다.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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